미술관으로 간 문학

우선덕의 [인도로가는길]이 화가 고찬규를 만나다

[인도로 가는 길]화가 고찬규, 한지에 채색, 2006년, 91 x 73cm
 인도로 가는 길 - 우선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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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는 씻다말고 나간 콩나물이 파란 기를 띠며 소복소복 가득이었다. 콩나물을 소쿠리에 받쳐 수채 망을 올리다 말고 영인은 깜짝 놀라 수채 망을 들여다보았다. 머리 위 형광등 불빛이 수채 망 가득 쏟아져 들어차 있었다. 다듬어버린 콩나물 뿌리와 대가리, 파뿌리 찌꺼기들이 말갛게 씻겨진 자태로 환한 불빛을 받으며 천장 허공을 향해 뻗쳐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싱싱하고 씩씩한 찌꺼기였다.

‘마치 희망 같다!’

영인은 왠지 가슴이 벅차왔다.
그러고 보면 희망은 있을수록 좋았다. 있어야만 하였다. 가슴을 벅차게 하는 무엇이 있어야 인생은 지탱되었다. 다듬어 버린 얼마 전과 딴판으로 그새 웃자란 데다 빳빳한 생명력까지 갖고 있는 그것들은 콩나물이 아닌 콩나무로라도 자라나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역시 쓰레기에 불과했다. 반짝하다 스러지는 아침이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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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한마디
주인공의 일상에 대한 무심함을 표현한 작품으로, 거칠고 건조한 인물과 강렬한 블루의 우울함이 콩나물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화가 소개
화가
고찬규 (1959 - )
화가 고찬규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서도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신의 언어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진채 인물화는 그의 특유의 화법을 가장 잘 드러낸다.
현재 인천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가 소개
작가
우선덕 ( 1954 - )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하며 등단했다.
제 14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슬픈 세시리아』『이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내 영혼의 푸른 가시』『겨울소나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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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2-0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