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간 문학

유치환의 [행복]이 화가 이인을 만나다

[행복]화가 이인, 아크릴, 2008년, 46x 65cm
 행복 -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증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화가의 한마디
난 오늘도 차라리 사랑하는 것이 사랑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애써 말한다. 총 맞은 것처럼 허전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나는 이제 진홍빛 양귀비꽃이 되었다. 한 잎 우표는 갈 곳이 없다. 붉어진 노을만이 말없이 흘러간다.
화가 소개
화가
이인 (1959 - )
화가 이인은 한국의 민화나 조각보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통 도상과 색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색(色)을 화두로 일상의 모습을 화폭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의 그림은 한지에 반복적으로 덧칠되는 색을 사용한다. 그 색이 빚어내는 미묘한 파장은 대중의 심금을 파고드는 마력을 가진다.
작가 소개
작가
유치환 (1908 - 1967)
청마(靑馬) 유치환은 정지용의 시에서 감동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31년 ≪문예월간≫지에 시 「정적」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깃발」,「절도」등이 있는데, 일제시대 때 일제를 피하여 만주로 이곳하여 그곳에서의 각박한 체험을 읊은 시이다.
광복 이후 고향 통영으로 돌아와 교직생활을 병행하기도 하였다. 제 1회 시인상을 비롯 서울시문화상, 예술원공로상, 부산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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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1-1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