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간 문학

박완서의「저물녘의 황홀」과 화가 박항률이 만나다.

저물녘의 황홀, 화가 박항률, Ecstasy of twilight, 2004, Acrylic on canvas, 72.7×60.6㎝
「저물녘의 황홀」중에서 - 박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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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엷은 꽃구름을 두른 한 그루 나무가 땅 속에서 솟은 것처럼 느닷없이 그 한가운데 나타났다.
어머, 저기 벚꽃나무가 있었네. 딸도 그것을 처음 본 듯 이렇게 환성을 질렀다. 엷은 꽃구름은 불과 일주일 만에 활짝 피어났다. 어찌나 미친 듯이 피어나던지 야적장을 드나드는 중기차 때문에 딱딱한 불모의 땅이 된 공터에 묻혔던 봄의 정령이 돌파구를 만나 아우성치며 분출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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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한마디
박완서 선생님의 소녀 시설의 배경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나의 그림 세계와 잘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어 들겁게 그렸다.
소설가 박완서는 일제 강점기, 해방 이후의 혼란기, 한국전쟁을 두루 겪었으며, 격변하는 시대의 정신적 갈등, 불행, 가난과 같은 참담함을 오히려 아스라한 추억,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옛집의 뒤란 등 아름다운 묘사를 곁들임으로써 애환을 승화시키시는 특유의 시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의 섬세함과 치밀함이 작품 곳곳에 배어나와 사뭇 정감이 넘치고 따스한 어머니의 손길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한 점들, 즉 박완서 선생님의 소녀 시절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나의 그림 세계와 잘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어 즐겁게 그렸다.
화가 소개
화가
박항률 (1960~)
비어(飛魚), 천마(天馬), 삼족오(三足烏), 인면조(人面鳥) 등 상상의 동물들을 화폭에 담아 현대인의 삶에 신화적 상상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지성인의 고뇌와 회한을 담아내는 ‘명상의 화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그림에는 군더더기가 없어 ‘솔직한 화가’라는 평을 받고있으며, 그의 그림은 선비의 옷 매무새와 같은 단아함이 느껴진다.
작가 소개
작가
박완서 (1931 ~ 2011)
1970년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선』이 당선되어 등단 하였다. 이후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6.25전쟁과 분단문제, 물질중심주의 풍조와 여성 억압에 대한 현실 비판을 사회현상과 연관해서 작품화하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막힘 없는 유려한 문체와 인간관계에 대한 중년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각이 결합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생생하게 현실을 그려낼 뿐 아니라, 치밀한 심리묘사와 능청스러운 익살, 삶에 대한 애착, 핏줄에 대한 애정과 일상에 대한 안정된 탁월한 감각을 소유한 한국의 대표 문인이다.
소설 「저물녘의 황홀」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된 단편이 실려있는 『저녁의 해후』에 담겨 있는 단편 중의 하나이다. 이 단편집의 소설은 하층민들의 인간애와 가진 자들의 야만성이 비교되는 문체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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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5-0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