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철학

휴가와 여행

철학한답시고 글 안종준 / 그림 김지혜
바닷가- 놀고 있는 많은 사람들 ‘쏴아아- 웅성 웅성 꺄아 � 하하하’
난보 : 헤이, 오빠랑 어디 시원한 곳이나 갈까? 여성 : 훗, 진짜? 어디 갈건데? 난보가 비키니입은 여성에게 말을 검 난보 : 네가 원하는 곳 어디든지. 촤핫~ 그때 덩치 큰 그림자가 난보뒤에 나타남 ‘스윽..’ 금반지, 금목걸이를 한남자가 난보의 어깨를 붙잡음 턱! 난보 : 헉! 여성 : 미안, 오빠. 난 일행이 있어서~ 여성이 덩치 큰 남성의 팔짱을 끼고 감, 남성은 찌릿- 째려봄 난보 끄덕x10을 하며 난보 : 빨리 가 빨리... 휴.... 십년 감수했네... 앗! 또 한 여성이 머리를 찰랑이며 난보 앞을 지나감 난보 : 일행 있으세요? 아님 저랑 같이.... 장슬모 : 어? 선배??? 난보 : 엥?! 네가 여기 왜?! 철학한답시고 4 휴가와 여행 카페에 앉은 난보와 슬모 난보 : 너도 여름 휴가였구나? 어쩐지 옥상에 안 오더라니~ 장슬모 : 헤헤, 선배는 혼자 오셨어요? 다른 분들은요? 난보 : 어찌 혼자 왔겠냐~~ 저기 오네, 우리 심심이 선배들. 요정, 필녀, 사자가 나란히 걸어옴 필녀 : 슬모-!
필녀 : 꺅~ 슬모!
사자 : 여기서도 보네~ 장슬모 : 일행을 잃어버렸어요~ 헤~ 여자셋이 꺄아 꺄아 거리면서 좋아함 요정 : 여자들은 요란하네... 난보 : 그러게요... 다른 여자들이랑 놀고싶다... 북적 북적한 해변, 모두 해변에 앉아있고 요정은 캔맥주를 먹고있음 ‘캬~’ 난보 : 저 여자 10점 ! 요정 : 오 사자 : 슬모는 어쩌다 일행을 잃어버린 거야? 장슬모 : 모르겠어요, 그냥 돌아다니다 보니까... 헤헷. 필녀 : 괜찮아, 여기 우리 동네잖아! 이 언니만 믿어~ 장슬모 : 왓, 여기 선배 고향이에요? 서울 태생인 줄 알았는데~ 짱 멋있다! 사자 :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도 우연찮게 만나지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장슬모 : 그니까요~ 아까 난보 선배가 뒤에서 듣고 있던 난보의 귀가 쫑긋! 해짐 장슬모 : 저한테 작업 걸... 읍! 난보가 슬모의 입을 ‘텁!’ 막아버림 난보 : 우리 슬모가 더위 먹었나~ 말이 많네~ 장슬모 : 읍! 읍! 사자 : 그만큼 지금 여긴 이 지역 주민들보다 여행객들이 많은 거야. 그러다보니 우리처럼 여행와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해프닝도 생기는 거지. 난보 : 햐~ 그렇죠, 해프닝인 거죠, 해프닝. 난보의 손을 ‘앙!’ 물어버리는 슬모 장슬모 : 저 아까 고등학교 동창도 여기서 만났어요! 휴가철이라 여행 왔다고 하더라구요~ 뒤에서 난보 물린 손을 아파함 ‘아이고’ 필녀 : 훗, 여긴 여름 시즌만 되면 여행자의 도시가 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거든. 바글 바글한 사람들 사자 : 그런데 여행자의 도시라면 서울도 그렇지 않나? 사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 서울 태생은 많지 않잖아. 장슬모 : 네, 맞아요 우리들도 대부분 지역 출신이고... 난보, 슬모만 서울태생 사자 : 생각해보면 근대부턴 대도시에는 고향을 떠나온 이민자들이 넘쳐났었어. 그러다보니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지가 됐고. 장슬모 : 서울처럼요? 사자 : 응. 서울 뿐만 아니라 여기도 그렇고, 도시들은 대부분 그래. 왜 우리들은 여행가면 그 지역의 신문이나 뉴스 같은 건 잘 신경쓰지 않잖아. 그저 풍경을 즐기고 마음껏 쉬다가 오지. 안그래? 장슬모 : 그, 그렇죠...
필녀 : 도시에서의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야. 사실상 매일매일 다양한 사건들이 터져 나오지만 우린 그 사건들을 다 신경 쓸 수 없잖아. 결국 우리들은 다양한 사건들을 지나치며 여행자처럼 살고 있는 거지.
사자 : 그런데 그런 도시 속을 거니는 산책자들이 있어. 보들레르는 산책자를 근대 도시에 새롭게 출현한 인간 유형으로 꼽기도 했지. ‘푹-‘ 누워버리는 사자 장슬모 : 산책자...요? 사자 : 응. 슬모 너도 산책 다니잖아. 산책의 뜻이 뭐야? 장슬모 : 음- 헤... 천천히 걷는 거...? 사자 : 맞아. 산책은 아주 천천히 걷는 거야. 다만 중요한 건, 천천히, 계속, 이동하고, 이동했다는 사실이야. 장슬모 : 이동하고...이동했다...? 필녀 : 그건 결국... 우리는 계속 위치를 바꾸면서 여행 중이라는 거, 그걸 말해주는 거 아닐까? 장슬모 : 아.... 필녀 : 있지.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 서울에서 살면서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주위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나와 상관없이 흘러가 버려서... 그 속에서 난 너무 외로웠거든.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좋아. 나는 항상 내 위치를 바꾸면서 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거든. 매일매일 여행 가듯이 말야. 장슬모 : 아... 그러면... 혹시... 여름만 되면 다들 이렇게 휴가 계획을 짜고, 여행을 가고 싶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인 걸까요? 필녀 , 사자 : 어떤 이유? 장슬모 : 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사실 되게 쓸쓸하고 외롭고 그렇잖아요. 안 좋은 일도 많고... 하지만 여행이라는 건 이 세계를 새롭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인 거잖아요. 사람들은 다들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이 세계에 대한 관심을 놓치기 싫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슬모 과거일들을 회상하면서 말함
장슬모 : 그래서 다들 여행을 가고 싶고, 동시에 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거구... 그러다보니 다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자기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들뜨는 것 아닐까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으니까
벌떡 일어나는 사자와 ‘빤~’ 하게 쳐다보는 필녀 장슬모 : ?? 왜.... 왜 그러세요? 너무 황당무계한 소리였나... 하하.... 필녀 , 사자 : 어이구~~ 이런 이쁜 생각을 다했어! 필녀와 사자가 슬모를 간지러피우면서 이뻐함 장슬모 : 아하하~~ 간지러워요, 캬하하!! 세사람이 꺅꺅 거리는데 저벅 저벅 오는 한 사람 남성 : 저기.... 아까부터 봤었는데요.... 딱 제 스타일이셔서 이따 식사라도 같이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슬모가 맘에 들어와서 말을 거는 남자 장슬모 : 아... 필녀 : 오오 사자 : 어쩔꺼야? 장슬모 : 어... 필녀 : 훈남이네~ 슬모 남자쪽을 쳐다보며 장슬모 : 저..그게... ‘처억’ 슬모의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두둥!’ 나타난 요정 요정 : 일행 있습니다. 다른 사람 알아 보시죠 난보, 필녀, 사자 : 오오오~~!?
남성 : 아,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그럼~
요정 : .............. 슬모 부끄러운 얼굴로 요정을 힐끔 쳐다보며 장슬모 : 선배… 응? 눈이 ‘핑글~’거리며 얼굴이 빨개져 있는 요정 장슬모 : 으악!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에요!!! 선배 괜찮아요? 요정 : 중얼중얼 고개를 ‘푹!’ 숙였다가 ‘확!’ 들어오려 슬모를 쳐다보는 요정과 깜짝 놀라는 슬모 요정 : 너... 장슬모 : 네...? 요정 : 너 말야... ‘스르륵- 풀썩!’하고 쓰러지는 요정 장슬모 : 선배?!?!?!?!?! 요정 : 우욱..... 쿨~~~~~ 자는 요정을 끄는 사자 사자 : 괜찮아. 원래 취하면 자. 필녀 : 얼마나 마신 거야~ 또 업고 가게 생겼네! 툴툴 거리는 필녀와 옆에서 이쁜여자를 쳐다보며 ‘와우!’ 하는 난보 난보 : 난 여행 좀 다녀올게~ 사자 : ........... 얼굴이 붉으스름 한 채 딸꾹하는 슬모 ‘여행은 언제나 설레는 것.... 나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 - 계속.
필녀의 철학 코멘트
게오르그 루카치는 소설에 대한 아포리아를 남긴 바 있습니다. “길이 시작되자, 여행이 끝났다”. 그러니까 이 말은 신을 잃어버린 시대, 훼손된 가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올바른 삶의 방향과 진정한 가치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소설 속 인물들의 여행을 통해서 총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소설이란 한 미완의 존재가 완결된 형식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물론 이 여행은 평화롭게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갖은 문제들과 부딪히고 깨지는 성장의 드라마이자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서사이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휴가에서는 특히 소설이 당신의 여행을 빛나게 해줄 것입니다.
작가의 한 마디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라는 책을 통해 여행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산책자의 존재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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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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