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철학

나라는 존재의 쓸모 - 2

철학한답시고 글 안종준 / 그림 김지혜
난보가 옥상생활자들 이란 책을 건내며
난보 : 슬모. 관심 있으면 언제든 찾아 와. 옥상은 열려 있으니까 주의사람들 : 난보 똥폼 잡느다. 슬모야 난보 없을 때 와라~ 책에 쓰여져 있는 주소 ‘옥상생활자들 주소: 서울시 XX’ 남산이 보이는 동네에 한 옥탑방에 네명의 사람이 있음 한 남자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난보 : 배고파.. 노트북을 하고 있던 한남자가 대꾸함 요정 : 치맥 시켜 먹자 쇼파에서 책을보는 여자가 말함 필녀 : 살 쪄, 안돼. 요정 노트북을 ‘타 악~’ 닫고 필녀쪽을 바라보며 말함 요정 :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라고 했지. 필녀 : ?알아. 라깡의 말이잖아. 요정 : 네가 날씬하고 싶은 게 과연 너 자신이 스스로 바라는 걸까? 아냐, 아냐. No~No. 결국 다른 사람들이 욕망하는 걸 너 또한 따라서 욕망하는 것일 뿐~!!! …그러니까 지금 치맥은, 아주 많이 필요해. 컴퓨터를 하던 나머지 한 여성이 ‘벌떡’ 일어나면서 말함 사자 : 나. 설득 당했어. 난보, 치킨 집 번호는? 난보 : 어디보자… 필녀 : 뭘로 하지? 파닭? 교총치킨 레드? 파..파닭 교총 레드… 말하던 필녀 고개를 ‘붕붕’ 젓더니 요정의 목을 조르면서 말함 필녀 : 세상 모든 동물들 중에 배고파도 먹는 걸 참을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뿐야. 다들 인간이길 포기하는 거야? 난보 : 비비규? 눼눼? 누군가 ‘너만 먹지마 그럼!’ 을 외치는 방문 밖에 서있는 슬모. 장슬모 : 후~ 방안에서 들리는 소리 : 눈앞에 잇는데 어떻게 안 먹냐! 문패에 옥상생활자들이라 적혀있고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는 슬모 장슬모 :아.. 안녕하세요.. 행동을 ‘멈칫’ 하는 사람들
난보 : 우리 슬모 왔구나. 더 예뻐졌네?
느끼한 표정으로 슬모를 맞이하는 난보 사자 : 나왔다 난봉꾼 모드. 필녀 : 치킨이다! 냠냠 와구 쩝쩝 먹는 필녀, 맥주를 콸콸 5캔째 먹는 요정, 치킨을 폭풍 흡입 하는 사자 난보 : ….. 그딴 회사 그만둬버려. 에피쿠로스가 그랬잖냐. 너 개인의 삶과 쾌락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체 질서가 네 삶을 불편하게 만들면 죽어서라도 거기서 벗어나야 하는 거야. 장슬모 : 그래도…… 죽으면 그게 더 불행한 거 아닌가요? ‘칙’ 맥주캔을 따는 요정, 딴 캔맥주를 슬모에게 줌 요정 : 생각해봐라 어떤 하나의 세상이 너를 불편하게 만든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그 세상을 살 필요가 없는거야. 차라리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세상을 벗어나 너만의 쾌락을 찾는게 더 행복한 거지 난보 : 그게 바로 쾌락주의! 필녀 : 그렇지만 전체 질서를 더 강조한 스토아 학파도 있지. 이 사람들 말에 따르면 회사가 너에게 불쾌감을 주었더라도 너는 회사와 조화롭게 지내기위해 네 행동을 조절해야 해. 그게 더 나은 삶이라는 거지. 난보 : 필녀, 이제 다 먹었어? 필녀 : 아니. 장슬모 : 후~ 사자 : 그런데 슬모 넌 지금 네 자신이 회사에서 쓸모 없는 일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장슬모 : 네… 내내 뒷정리나 잔심부름만 하고… 오전엔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시간이 흐르고- 장슬모 :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 같아요… 사자 ‘부들’ 거리더니 소리침 사자 : 이 짜식 들이!!! 왜 너한테 그따위 대접을 하는 거야?!!! 머리털이 삐쭉 서서 씩씩거리는 사자 필녀 속마음 : 사자후 발사- 요정 속마음 : 사자후 난보 속마음 : 역시 사자 장슬모 : 아, 아니… 제가 아직 신입니고… 다른 일을 잘 못하니까… 그렇겠…… 머리가 ‘착-‘ 얌전해지는 사자 사자 : 그래? 입사한지 별로 안됐구나? 장슬모 : 네… 그래도 1년 다녔는데… 지금도 뒷정리만 하고 있네요… 사자 : 정작 네 삶은 정리가 안되는데 말야, 그치? 사자의 말을 듣고 놀라고 눈물흘 주륵 흘리는 슬모 장슬모 : 네… 그렇네요… 전 대체 뭘 정리하고 있었던 걸까요…?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경직하는 사람들 장슬모 : 어라? 맥주를 ‘쭈욱’ 마시는 슬모, 뒤에서 ‘왜 애를 울려!!’라고 한마디 하고 사자는 변명 ‘아니, 난…’ 다먹은 맥주캔을 쓰레기통에 던지는 슬모 장슬모 : 얍- 맥주캔은 쓰레기통에 ‘퍽’ 맞고 바닥으로 ‘땡그랑-‘ 떨어짐 장슬모 : 왕~ 나는 이런 것도 못해~! ‘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 사람들 : 더 울잖아! 어떡해!! 패닉~! 멍- 하니 캔을 주우러 가는 슬모, ‘줍자’ 하면서 앉아서 캔을 주우려는 순간 덩치 큰 한 남자가 대신 주워 쓰레기통에 넣음
덩치남 : 보살핌의 노동이 있어 세상이 돌아갈 수 있다. 이 말을 기억해라.
모두가 먹은 것들을 치우고 가는 덩치남. 장슬모 속마음 : 누구? 사람들 : 또왔네, 저사람… 또 인기척도 없이 사람들도 먹은 것들을 치우고 속닥거림 난보 : 철학과 졸업 선배… 맞죠? 요정 : 역시 그분인건가… 전설의….? 사자 :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마. 요정 : 흥 장슬모 독백 ‘보살핌의 노동…’ 자신이 회사에서 했던 일들을 떠올림 ‘그랫구나… 그게 바로 보살핌의 노동이었어.’ 필녀 : 으… ‘꾸르르르륵’ 소리가 나며 주저앉아있는 필녀 필녀 : 위험해… 요정 : 또, 또 시작 인가~!!! 필녀 : 우으으으… 요정 : 모두 비켜!!! ‘쌩~’하고 화장실로 달려간 필녀 문을 ‘쾅’ 닫고 화장실에서 소리가남 ‘꾸르르릉~ 쾅~’ 난보 : 습관성 폭풍 설사.. 요정 : 안 막혀야 할텐데… 장슬모 : …저. 저 회사에 다시 돌아갈래요.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난보 : 오… 그래? 요정 : 뭔진 몰라도 다행.. 장슬모 : 여기 자주 와도 되죠? 사자 : 물론이지. 요정 : ..당연. 난보 : 자주 와. 여긴 너 같은 빛이 필요했어. 난보 말하며 슬모를 ‘꼬옥’ 껴안음 장슬모 : 어… 사자 : 떨어져. 난봉꾼. 난보 : 쾌락주의자 라고 불러줘. 사자 : 넌 그냥 난봉꾼이야. 장슬모 독백- 내가 하고 싶은 첫 번째. 회사를 다니고 옥상생활자들과 함께 지내며 나의 쓸모를 찾아 보는 것. 옥상에서 ‘왁~꺅~’ 소리가 나고 필녀가 ‘무슨 일 있어?’ 나옴 -계속.
덩치남의 보살핌의 노동
보살핌은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보살핌이 워낙 자연스럽게 보여서 원래 그러한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탓이다. 슬모도 그러하다. 먼저 슬모가 취업을 하기까지 그녀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무상으로 건네 받지 않았다면, 취업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으로 그녀가 회사 동료들이 보지 못하는 영역을 잘 건사함으로써,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관계가 무리없이 맺어졌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세계를 떠받치는 것은 바로 저 보살핌의 노동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문이 전혀 쓸데 없어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떠맡고 있는 주변과 자잘한 삶에 대한 매만짐과 돌봄이야말로 이 세계를 지탱하는 힘인 것이다. 그러니까, 하찮고 무가치한 것이 우리를 넘어지지 않게 한다고 할까.
작가의 한 마디
‘보살핌의 노동’ 이라는 사상에 대하여 더 알고 싶으신 분은 [혁명의 영점 - 실피아 페데리치 지음]을 읽으시면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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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4-2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