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철학

투명인간되기

맛있는 철학 -Delisophy- 글/그림 : 권혁주
12. 투명인간되기 "생성이란, 나의 고정된 자리에서 벗어나 내가 아닌 '다른 것-되기'이며, 이 '되기'는 현존하자마자 이미 현재를 과거로 던지며 동시에 현재를 미래로 이끄는 것이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있는 권하연에게 은영이 다가옴 은영 : 하연아! 자, 이거.. 은영이 갈색으로 된 수첩을 건냄 권하연 : 뭔데? 은영 : 내 일기장이야.. 권하연 : 엄마 일기장?
권하연 : 하지만 이걸.. 왜.. 나한테??
은영 : 밥 먹으로 금방 올라와~ 알았지? 은영은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떠남 권하연 : 헐... 권하연은 여전히 그네에 앉아 일기장을 펴봄 ‘사삭-‘ ‘2013년 8월7일 하연의 생일날’ 권하연 속마음 : 엄마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네? 일기장내용 : 내일은 방송국에서 촬영하러 온다고 한다. 직원들이 모두 귀찮은... 맡은 것 같다며 싫어... 눈치다. 그래도 후원금... 위해서는 필요한 ...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모슈미의 꿈은 엄마와 함께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통역도 잊은 채 모슈미를 꼬옥 안아주었다. 하연처럼.. 하연도 내가 보고 싶을까?’
일기장에 떨어지는 권하연의 눈물 ‘툭-‘
권하연 : 엄마... 나도 보고 싶었다고.. 권준우 시점 – 권준우가 샐러리를 썰고 손질한 재료를 생닭에 넣고있음 ‘요리를 하는 시간에는 맛을 상상한다. 야채를 씹을 때 식감을 상상한다. 그렇게 맛을 계속 상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요리가 되는 기분이 든다.. 이런 느낌을 들뢰즈가 말했던 '생성'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어차피 '감각'에는 대상과 주체의 구별은 없으니까.. ‘
‘지각되는 '대상'과 지각하는 '주체'는 분리시켜야 겠지..’
은영이 집으로 들어옴 은영 : 나왔어.. 권준우 : 왜 혼자야? 하연이는?? 은영 : 그냥...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암튼, 그건 그렇고..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권준우 : 아냐, 거의 다 했는데 뭐.. 권준우의 핸드폰이 울림 ‘위이잉- ‘ 권준우 : 전화나 좀 받아줘. 은영 : 여보세요? 네! 실장님.. 아버님께서 같이 식사하자고 하신다고요? 네, 그럼요! 괜찮죠~ 이쪽으로 오세요! 권준우 : 지금은 안된다고 해! 은영 : 그렇지 않아도 준우씨가 요리하고 있어요~ 권준우 : 우씨... 뭐야~ 또 준비해야 하잖아~
은영 : 그럼 뭐라고 해~ 이미 이쪽으로 오고 계신데~
권준우 : 몰라! 짜증나.. 은영 : 왜 그래? 아버님이 자기를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시는데~ 권준우 : 끔찍하게도 못마땅해 하시지.. 여전히.. 철학하는 것도 싫어하시고.. 여전히.. 은영 : 그래도 당신이 철학하는 거 많이 지원해주고 그러시잖아~ 권준우 : 지원이라니? 무슨 지원? 은영 : 어머, 여태 몰랐어? 아버님이 할아버지 책을 기증하실 때 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시더라~ 준우씨가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이 어디냐고?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그리고 박총장님과도 왜 그렇게 친한척 하시는지 몰라? 당신 때문이잖아! 오븐의 삼계탕이 완성됨 권준우 : 그..그게.. 그랬던 거야..?
오븐의 알림이 울림 ‘띠띠띠띠-‘
문이 열리는 소리가나고 ‘띠리리~’ 하연이 권회장의 팔짱을 끼고 들어옴 권하연 : 아빠! 엄마! 할아버지 오셨어요~ 집 앞에서 만났지 뭐예요~ 권회장 : 허허.. 권준우 : 하연이랑 화해한 거야? 은영 : 모르겠어~ ‘사랑...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보이지 않는 사랑이 더욱 맛있는 법이다.’ 모두가 식탁에 앉아 행복한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음 그 동안 지켜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Delisophy- 박준우의 음식이야기
닭고기 요리 그림
닭고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가 있는 음식이다. 서양의 로스트 치킨과 꼬꼬뱅, 프라이드 치킨이나 우리나라의 백숙, 삼계탕 그리고 통닭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과 추억이 묻어있다. 특히 한국사람에게 있어 퇴근길에 술 한잔 걸치신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노란 봉투 안의 통닭이라든지, 특별한 날 가족들이 모여 앉아 나눠 먹은 추억 등은 이미 우리 사회 전반의 레퍼토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바다 건너의 프랑스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닭에 대한 끊임없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마스코트 조차 수탉을 내세우고 있다. 거기에 워낙 먹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닭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 '뿔로뽀(Poule au Pot)'라는 투박한 요리일 것이다. 이 요리는 냄비에 육수를 붓고, 무와 양파, 양배추와 샐러리 등을 넣고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끓여내는 요리인데 우리나라의 백숙과도 비슷하다. 이 요리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앙리 4세의 일화가 따라오는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왕은 백성들을 꽤 사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귀족과의 말다툼 중 "만약 신이 나에게 삶의 시간을 좀 더 허락한다면 내 왕국의 모든 백성이 그들의 냄비에 닭 한 마리씩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그런 어록은 사망 후 반세기가 되어 일반에 퍼졌고, 무엇보다 당시 프랑스의 양계 시설은 전 국민을 먹이기에는 터무니 없이 낙후되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역사가들은 이 이야기가 그저 루이14세의 국사(國師)였던 아루두앙 드 페레픽스가 왕이 백성을 생각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주기 위해 일종의 '교육용'으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지만, 유래에 대한 진상이야 어찌되었든 당시 프랑스에서도 서민들에게 가장 친숙했던 음식은 바로 이 닭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과 친숙한 재료라고 해서 닭이 가난한 음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풍요로운 음식이 아닐까. 소나 돼지는 한 마리를 다 먹으며 그 맛을 즐기기 힘들지만 닭은 한 마리를 통해 담백한 가슴살, 부드러운 다리살, 쫄깃한 날개살 등의 다채로운 맛을 모두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언제나 백숙이나 전기구이 통닭이 눈 앞에 놓일 때마다 닭 한 마리가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실감하고 있다.
요리자문/에세이
박준우 기자(마스터셰프 코리아 준우승자)
감수
신승철(철학공방 별난 공동대표)
글/그림
권혁주(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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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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