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철학

변증법적 관계

맛있는 철학 -Delisophy-글/그림: 권혁주
11. 변증법적 관계 "그 자체로서의 사물이란 다른 사물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바로 그것으로서 존재한다. 그것이 맺는 다른 사물과의 관계가 바로 그 사물의 존재 자체를 규정한다" 헤겔(Georg Wilhelm Friedich Hegel) 준우의 집. 놀란 하연의 얼굴이 비춰진다. 은영: 연아, 엄마야... 준우의 집에서 마주보고 있는 하연과 은영이 보여진다. 은영: 정말.. 오랜만이야.. 주의를 쭈볏거리며 바라보는 하연. 인사를 꾸벅 한다. 권하연: 안녕하세요. 꾸벅 은영: 하연아?! 말하는 은영 앞으로 하연이 허겁지겁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후다닥-
쾅!-크게 소리가 날 정도로 닫힌 하연의 방문 앞에 선 은영.
권준우: 저럴까봐 걱정했는데.. 은영: 하연아... 권준우: 권하연!! 버릇없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준우, 소리를 치며 하연 방문을 열어본다. 권준우: 어서 문열어!! 준우는 하연의 방문이 열리지 않자 문을 세차게 두드린다. 권준우: 2년 만에 만난 엄마한테 이러면 안돼!! 어서 나와!!게다가 아까 옷은 왜 그래?!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은영: 여보... 그만해... 은영: 어차피 이건 내가 풀어야 할 문제잖아.. 권준우: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은영: 아냐, 괜찮아.. 내가 직접 대화를 해볼게.. 은영,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후읍~” 은영은 하연의 방 문을 노크한다. 똑 똑
은영; 연아..엄마랑 얘기 좀 하자..문 열어주면 안될까? 응?
은영: 엄마는 하연이가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하연 조용히 문을 열어 밖을 본다. 은영은 하연이 열어준 하연의 방안에 들어와 있다. 은영: 고마워...옷을 갈아 입고 있었구나~ 방 바닥에는 하연이 벗어놓은 옷이 펼쳐져 있다. 은영: 근데 아까 그 옷은 네가 직접 만들었니? 은영은 바닥에 하연이 벗어놓은 옷을 보고 웃으며 말한다. 은영: 손재주가 아주 좋구나~ 언제부터 이런 취미가 생겼니? 권하연: 억지로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은영: 어...? 그게 ... 무슨.. 억지로라니?! 은영은 하연의 침대에 앉아 하연과 대화를 나눈다. 은영: 그나저나.. 연아 넌 요즘 꿈이 뭐니? 하연: 요즘?
은영: 너는 꿈이 계속 바뀌잖아~어렸을 때는 소설가였고 요리사였다가~
권하연: 이젠 없어. 그런거. 은영은 하연의 말에 당황하며 말한다. 은영: 어?? 꿈이 없다고?? 왜..?? 왜 없어?? 하연은 엄마인 은영에게 소리친다. 권하연: 꿈! 꿈!! 그놈의 꿈타령!! 이제 좀 그만해!!! 내 꿈이 뭐든지 간에 엄마는 상관 없잖아?! 은영: 하연아... 권하연: 어차피 난 혼자 컸다고!! 그깟 꿈 얘기하면서 엄마 노릇 하지마!! 역겨워!! 짝 준우가 하연의 뺨을 때리고, 엄마 은영은 그 모습에 놀란다. 권준우: 너.. 그게.. 엄마한테.. 할 소리야? 하연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하연: 아빠도.. 다 똑같아..
하연은 뛰어 나간다.
권하연: 다 싫어!! 싫다고!! 은영: 하연아!!! 권준우: 하연!! 어디가?! 쾅- 하연은 집을 나가 버렸다. 은영: 자긴 집에 있어!! 내가 따라 갈게!! 권준우: 미치겠네.. 정말.. ‘어휴.. 골치야..’ 다음날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중인 준우. 은영과 통화중이다. 권준우: 아.. 처가? 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알았어 데리러 갈게.. 잘 다독여줘..난 지금 아버지 모시고 납골당에 가는 중이야.. 이따 또 전화할게.
권회장: 하연이 집을 나갔다고? 너도 툭하면 그랬지..
권준우: 그게 아니라.. 처가에.. 권회장: 그 애비에 그 딸이로군! 권준우: ‘쳇! 싫었는데..’ 준우는 창밖을 보며 생각에 빠진다. 결국은, 나도...아버지 같은 아빠가 된 걸까..?나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내 딸은 다시 나를 부정하고긍정, 부정 그리고 부정의 부정형식적으론 헤겔의 변증법을 연상시키는군.. 권회장의 차가 어딘가에서 끼익- 멈춘 후 권회장이 차에서 내린다. 권회장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는다. 권회장: 오랜만이군.. 이곳은...
도착한 납골당에 준우와 권회장이 들어가고 있다.
납골당 내부에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준우 그리고 권회장 권회장: 여보, 잘 지냈는가? 오늘은 특별한 선물을 가져왔지..김실장, 가져왔나? 김실장: 네, 회장님! 준비했습니다! 권회장의 운전기사 김실장은 술을 권회장에게 내민다. 권준우: ‘술?!’ 준우는 놀라며 아버지인 권회장에게 소리친다. 권준우: 아버지! 술은 안돼요~ 환자라구요!! 권회장은 한 손에 와인을 쥐고 이야기 한다. 권회장: 네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와인이다. 론 지방에서 나온 샤또 덩퓌(Chateau D'unpuis) 권회장은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며 말한다. 권회장: 레드품종인 쉬라와 화이트 품종 비오니에가 섞여있지. 권준우: 레드와 화이트가 섞였다고요? 그게 어울리나..?
권회장: 어울리지 않아도 서로 부대끼면서 균형을 찾게 되는데..첫 맛은 탄닌이 강하게 느껴져서 쓰지만 끝 맛은 달아서 또 마시고 싶은 매력이 있지.
권준우: ‘어쩌면.. 와인도 어떤 관계 속에서 더 성숙해지는 모양이다.’ 권회장: 그 맛이 마실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네 엄마가 무척 좋아했다.
- Delisophy- 박준우의 음식이야기
와인 그림
술자리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샴페인은 좋은데 와인은 별로야." 꽤 오래 전이었지만 예전에도 이와 똑같은 말을 들은 경험이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저 문장은 잘못되었다. 샴페인은 와인의 한 종류이지 전혀 다른 종류의 술인 것은 아니다.

이 술은 프랑스의 Champagne 지역에서 생산하는 발포성 와인을 지역의 이름을 따서 샹피뉴라고 부르는 것인데, 그 영어식 발음이 샴페인인 것이다. 같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발포성 와인이라도 이 지역 외에서 생산되었다면 아무리 같은 포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Mousseux라던지Cremant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만 한다.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Cava나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Spumante도 고유의 이름으로 불러야지 샴페인과 혼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이런 것에 대해 잊고는 아무런 발포성 와인을 들고는 샴페인 선물이라며 친구를 방문하기도 한다. 이처럼 샴페인을 비롯한 와인은 익숙한 우리의 술이 아닌 까닭에 여러가지 오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주세와 유통마진 등으로 인해 현지보다 세 배는 비싼 돈을 주고 사 마시기도 하다 보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술이라기보다는 허세만 잔뜩 들어간 사치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와인이라는 술이 모두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현지에서는 대개 3유로(한화 약 4500원 정도)도 하지 않는 와인을 가볍게 마실 수 있는데 그런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와인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스스로를 와인 애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약간 잘난 척하는 듯한 태도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그들이 외치는 가장 흔한 구호 중 하나인"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같은 말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인용이니, 그런 술을 모두가 편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리 없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 문장을 통해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와인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가 아닌, 플라톤 같은 위대한 철학자마저도 흰소리하게 만드는 그저 평범한 술이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요리자문/에세이
박준우 기자(마스터셰프 코리아 준우승자)
감수
신승철(철학공방 별난 공동대표)
글/그림
권혁주(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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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3-18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