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철학

타인의 욕망

맛있는 철학 -Delisophy- 글/그림 : 권혁주
10. 타인의 욕망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인지 혹은 소망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주체는 다시 태어날 수 있어야 한다." 자크 라캉(Jacques Lacan) 공항에서 만난 은영과 권준우 권준우 : 은영씨! 은영 : 여보! 부부가 ‘와락-‘ 껴안음 권준우 : 오랜만이야.. 은영 : 그런데.. 혹시.. 권준우 : 연이는 못왔어. 오늘 무슨 일이 있나봐.. 은영 : 괜찮아~ 이따가 집에 가면 볼텐데~
차를 타고 가고 있는 두사람
권준우 : 2년 만에 귀국한 소감이 어때? 은영 : 어.. 좋아.. 권준우 : 왜? 보고 싶은 하연이 마중을 나오지 않아서 실망하셨어? 은영 : 아니야.. 그런거.. 아버님 때문에 온 거잖아~ 들어보니까~ 대장암 3기는 항암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진대~ 권준우 : 어, 맞어.. 문제는 그게 아니야.. 이제라도 후계자 수업을 받으라시네.. 차가 시내에 들어서며 은영 : 와.. 몇 년 사이에 동네가 많이 변했네? 권준우 :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은영 : 여보~  저~기 저.. 애들은 뭐야?
길가에 코스프레를 한 아이들을 보며 권준우 : 아, 코스프레~ 오늘 무슨 정모가 있나보네~ 은영 : 코스프레? 그게 뭔데? 권준우 : 있어~ 자기들이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착각하면서 사는 족속들이지.. 은영 : 여보, 근데.. 쟤.. 혹시 하연.. 연이 아니야? 권준우 : 응?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있는 권하연을 보고 운전석에서 나와 소리치는 권준우 권준우 : 저..저..저..쟤가 미쳤어!! 야! 너! 권하연!! 권하여!!! 너 미쳤어?!
초록신호가 되어 권준우의 차 때문에 차들이 경적을 울림
‘빠앙- 빵- 빠앙- 빵- 빵- 빵- 빠앙- 빠앙- 빵- 빵- 빵-‘ 권준우 : 권!하!연! 소리치는 권준우를 발견하는 딸 권하연, 얼굴을 가리며 권하연 : 아빠.. 권준우 : 아빠 말 안들려?! 당장 집으로 기어 들어와!! 알았어?! 목소리를 뒤로하고 권하연 도망침
요리를 하는 은영
은영 : 준우씨, 거의 다 됐어! .... 은영의 외침에 대답이 없자 은영 방으로 들어감 은영 : 여보? 밥 먹자니까? 거기서 뭐해? 권준우 : 나원.. 참.. 여보, 이것 좀 봐! 재봉틀까지 갖다 놨어.. 아까 그 옷도 직접 만들어 입었나봐.. 은영 : 어? 정말?? 하연한테 그런 재능이 있었어? 권준우 : 코스프레가 재능이라고? 글쎄.. 내 생각에는 그냥 단순히 자신이 취향을 타인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이는데? 한마디로 오타쿠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있는 부부 은영 : 코스프레라고 했었나? 못하게 막을거야? 난 좀 더 지켜봐주면 좋을 것 같은데? 취향이잖아.. 권준우 : 아니, 아까 그렇게 홀딱 벗고 있는 걸 보고서도 그런 말이 쉽게 나와?
권준우 : 취향이라도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은영 : 내 말은... 연이가 그 속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을 수도 있다는 거야~ 권준우 : 글쎄.. 난 좀.. 회의적인데.. 계란 노른자를 ‘톡’ 터트리는 권준우 은영 : 자기도 김치찌개 먹을 때는 꼭 그렇게 노른자를 터뜨려서 먹잖아? 그렇게 먹으면 맛있어? 권준우 : 그건 하연이 문제랑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논점일탈 하지마! 취향이란 것도 결국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김치찌개 맛을 본 권준우 놀람 권준우 : 혹시.. 찌개에 꽁치 넣었어? 돼지고기가 좋은데.. 은영 : 방글라데시에선 돼지고기를 안먹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내 입맛도 조금씩 바뀌었나봐.. 권준우 : 하하. 그래..? 그래도 입맛이란 건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인데.. 적응력 좋네 은영 : 내가 너무 타인의 욕망만 쫓아서 그런가.. 어쩌면.. 문소리가 남 ‘띠리리-‘
문쪽을 쳐다보는 두사람
권준우 : 왔나보네... 문이열리며 ‘철컥’ 권하연이 들어오고 은영이 팔을벌려 맞이함 은영 : 연아! 엄마야!! 다음 화에서 계속
- Delisophy- 박준우의 음식이야기
김치찌게 그림
요즘 부쩍 뉴스에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이야기들이 새 소식이랍시고 나오는 것이 눈에 띄는데, 생각해보면 그다지 새로운 일도 아닌 것 같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릴 때 들었던 뉴스 몇 가지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한국사람이 외국에 나가 가장 그리운 음식이 김치찌개였다느니 하는 것이다. 잡지 지면 한구석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뉴스에서 나왔으니 그러려니 하고 말았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칼럼을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다 보면 다양한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즐기고 또 좋아하는 식단이 김치찌개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구수한 된장찌개가 더 좋은데 그는 영원한 2인자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몹시 궁금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유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지만 아마도 김치찌개라는 음식이 된장찌개보다 다양한 종류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된장찌개는 기껏해야 소고기나 냉이 정도 밖에는 섞지 않지만, 김치찌개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물론, 참치와 꽁치통조림 하물며 깡통 햄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재료들을 넣어 활용해 먹으니 아마도 이런 면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약 이 둘에게 성격이 있다면 구수한 된장보다는 매운 맛의 김치의 성격이 더 모가 났을 듯싶기도 한데, 오히려 된장이 더 까칠한 것인지 다른 재료들에 낯을 가린다. 이것을 가지고 좀 더 감성적인 접근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된장보다 김치를 더 선호한다는 것은 단순히 김치찌개의 매운 맛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김치가 다른 다양한 재료들에 보이는 이런 다정다감함이 자신들과 닮았다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요리자문/에세이
박준우 기자(마스터셰프 코리아 준우승자)
감수
신승철(철학공방 별난 공동대표)
글/그림
권혁주(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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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2-26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