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의지와 표상 비행기 모습이 보이고 곧이어 공항에 한 중년 남성이 입국하는 모습 권회장 : 흐음 중절모와 선글라스를 낀 권회장에게 한 남성이 손을 흔들며 부름 김실장 : 회장님! 이쪽입니다! 이쪽!!
김실장 : 오랜시간 비행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차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호텔로 가시나요? 권회장 : 준우는 같이 안나왔나? 김실장 : 저.. 그게.. 아드님께서 제 전화를 안받으셔서.. 권회장 : 지 애비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나와 보지도 않다니.... 고얀놈...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있는 권준우 권준우 : 간식..간식.. 디저트.. 디저트는 어떤 철학자와 어울릴까? 짜라투스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좀 날 것의 음식 같은 느낌이 나고.. 순수이성비판!! 칸트~!! 하지만 칸트는 너무 본격적이야.. 쇼펜하우어의 책을 발견함 ‘의지의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
권준우 : 좋아! 이번에는 쇼펜하우어다! 어? 잠깐.. ‘기증 이 책은 권상영님께서 기증해주셨… 광화문지식정보도서관’ 이라고 책에 적힌 것을 발견 ‘아버지!? 아버지가 이책을 기증 했다고?’ 권준우의 핸드폰에서 전화벨이 울림 ‘삐리리리리리~’ ‘진동으로 했어야...’ 후다닥 나가는 권준우, 휴대폰을 확인하니 권상영 아버지라고 적혀있음 권준우 : 뭐지? 설마 귀국하셨나?
권회장 : 야! 이놈아! 넌 애비가 모처럼 귀국했는데 마중도 안나오냐? 권준우 :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권회장 : 뭐? 연락도 없이 왔다고?? 그게 지금 3년 만에 귀국한 애비한테 할 말이냐? 그리고! 내가 너한테 일일이 보고하고 들어와야 하냐? 권준우 : 네? 뭐라고요? 집에서 보자고요? 집으로 뛰어가는 권준우 권준우 : 으이구~ 노친네 그냥 호텔로 가지..
권준우 : 어? 아버지?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권회장 : 이 집이 누구건데? 내 집에 내가 들어오는데 누가 뭐래? 권준우 : 식사는.. 하신거죠? 권회장 : 지금이 몇시인데 아직까지 밥도 안먹었겠냐! 마실 차나 한 잔 줘! 권준우 : 네.. 알겠어요.. 권회장 : 박총장이 그러는데 이번 학기에도 폐강될 뻔했다면서? 요리랑 철학이랑 같이 뭐한다던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내 밑으로 들어와서 경영수업을 받으라고! 어때? 권준우 속마음 : 이 집에 들어오질 말았어야 했는데.. 우롱차를 바라보며 권준우 생각함 권준우 : 차는 그냥 우롱차.. 과일이라도 깎아서 내어야 하지 않을까? 아냐.. 저 노친네가 밥을 어디서 먹고 왔겠어? 간식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우롱차의 쓰고 텁텁한 맛 위에 복숭아 향이 묻어나면.. 그것만으로 단 맛이 나지는 않을테니까.. 복숭아를 차에 넣고 조려서 꿀을 넣어주면 단맛과 어우러지면서..’ 이어서 복숭아를 넣고 꿀을 넣어 맛을 봄 ‘ 괜찮은 디저트가 될 수 있을 것 같군. 혀의 감각에는 단맛이 맴돌테니.. 포만감까지 느낄 수 있는 간식으로 만든다.. 복숭아조림 누룽지탕이라고 할까?’ 누룽지를 튀기고 기다리고있던 권회장이 소리침 권회장 : 차 좀 내오라니까 뭐가 이리 오래걸려?
누룽지 매니아로 표시된 권회장이 으쓱하며 권회장 : 아, 그래? 에헴~ ‘칸트처럼 딱딱한 누룽지 위에.. 니체처럼 감각적인 복숭아를 얹으면..’ 튀긴 누룽지위에 복숭아차를 올림 ‘지글 지글 지글 지글’ ‘새로운 디저트가 탄생한다!’ 권준우 : 오케이~!! 잘 나왔어~ 누룽지탕은 소리가 나야 제맛이지! ‘지글 지글 지글 지글’ ‘하지만 아직 뭔가 좀 아쉬워..’ 권준우 : 그래! 쇼펜하우어!!
‘니체와 칸트 사이를 이어줄 쇼펜하우어가 필요하지!!’ 권회장 : 이게 뭐냐? 권준우 : 복숭아조림 누룽지탕이에요.. 권회장 : 누룽지 위에 왜 복숭아를 얹었어? 음식 갖고 장난을 치면.. 잠깐.. 맛있네!! 한입먹어본 권회장 맛있다며 그릇째 들고먹음 장면이 바뀌어 집밖에서 차를 타려는 권회장 권준우 : 오늘은 그냥 여기서 주무세요. 권회장 : 됐다! 난 호텔이 더 편해. 하연이를 못보고 가는 건 좀 아쉽군.. 권준우 : 연락 드리라고 할게요.. 아참!
권회장 : 다 기증했다! 김실장, 출발하지! 차가 떠나고 차 안에서 김실장 : 왜 아드님 집에서 주무시지 않으시고요? 권회장 : 김실장.. 고슴도치들은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지 아나? 고스도치 끼리는 서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지.. 아버지와 내가 그랬고.. 지금은 나와 준우가 그렇다네.. 다음 화에 계속 됩니다.
- Delisophy- 박준우의 음식이야기
사람들은 흔히 하루 세 끼를 먹는다고 얘기한다. 한국인은 거기에 야식까지 더해 네 끼를 먹는다고 해야 할 것 같지만. 아무튼 그 외에도 챙겨먹는 끼니 아닌 끼니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즐기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큰 즐거움이기도 하다.
간식이다. 아침과 점심 사이, 또는 점심과 저녁 사이 입이 심심하다며 찾는 주전부리 말이다.
간식의 정의는
"영양 소요량이 많은 어린이들이 정해진 식사로 충족실킬 수 없는 분량을 보충하는 보조적인 가벼운 대용식”
이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어디 간식이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던가. 강의가 비는 시간 잠깐 카페에서 토스트 등을 나누는 학생들이 즐비하고, 외부 미팅 때 커피와 함께 머핀이라도 시켜 먹는 것이 낯선 모습은 아니니 말이다. 물론 성인이라도 영양분 보충하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그들이 필요한 것은 신체의 영양이라기보다 정서의 영양이 아닐까.
간식을 챙겨먹는 행위의 역사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여유도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서로간에 얻는 위로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성인들에게 간식은 바로 그런 정서의 영양을 보충해주는 보조적인 음식이다.
파리의 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뺑 오 쇼콜라를 아주 맛있게 먹는 노신사를 본적이 있따.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표정을 통해 그것이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한 행동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 안에 퍼지는 에스프레소의 강련한 쓴맛과 은은한 신맛. 거기에 뺑 오 쇼콜라가 주는 달콤한 즐거움으로 그는 위로 받고 있었다.
영화 등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갈등이 해소 되는 모습은 많이 보아왔다. 마음이 담긴 요리를 먹으며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그런 극적인 일이 얼마나 벌어질까. 나는 오히려 우리가 무심결에 찾는 간식에서 더 큰 위안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