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코나쿠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 속에 있고, 신 없이는 아무것도 실존하거나 사유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신의 변용이다." 스피노자 (Brauch de Spinoza) 건물외관이 나오고 침대에 누워 자고있는 권준우 ‘컹! 컹! 컹! 컹!’ 권준우 : 으으 으아아!!! 짜증나!!! 죽겠네!!! 컹 컹 컹 소리는 계속 남 권준우 : 도대체 어떤놈이 이렇게 짖어?!! ‘컹! 컹! 컹! 컹!’ 권준우 : 야!! 시끄러워!!! 조용히해!! 개 : 컹! 컹! 컹! 컹! 컹! 컹! 컹!
권준우 : 아오... 저걸 정말 무식하게 생겨가지고.. 개 : 컹!! 컹! 컹! 컹! 컹! ‘쏴아~’ 채소를 씻고있는 권준우 개 짖는 소리는 계속 남 개 : 멍! 멍! 멍! 멍! 멍! 권준우 : 그래도 요리에 집중하니까 기분은 좀 안정되네.. 방에서 개짖는 소리를 듣던 권하연 권하연 : 어휴 정말 어쩜 밤새도록! 저렇게 짖냐…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봄 기사제목 ‘살인 부르는 명절 층간소음... 이웃간 갈등 줄이려면?’ 권하연 : 층간소음... 왜들 그렇게 난리였는지.. 오죽하면 살인까지 했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짜증나!
권준우 : 짜잔~ 오늘 아침은 무화과 샐러드다! 괜찮지? 권하연 : 응? 무화과? 무화과는 말린 것만 봤었는데.. 권준우 : 무화과가 제철 과일이라 지금 아니면 못먹어~ 권하연 : 무화과가 원래는 이렇게 생겼구나... 근데 풋내가 나는 것 같은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던 권하연 무화과를 먹고 찡그림 권하연 :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권준우 : 치즈랑 같이 먹어봐~ 이건 치즈랑 같이 먹어야 더 맛있어~ 권하연 : 치즈? 권준우 : 자, 이렇게 한번 먹어봐~
권하연 : ......... 와! 맛있어!! 치즈랑 같이 먹으니까 훨~씬 달콤해졌어!! 이거 좀 신기한데? 권준우 : 그치?신 기하지? 권하연 : 응! 근데 어떻게 한거야? 권준우 : 후훗! 뭐..대단한 건 아니지만.. 무화과의 텁텁한 맛과 풋내가 치즈의 짠맛과 특유의 짙은 향과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맛으로 바꿔주는 거야! 결국, 우리가 매일 느끼는 맛이란 것도 주변의 조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 흐흐흐.. 이런 개념을 스피노자식으로 표현하면.. 변용이란 개념을 설명..
권준우 : 그냥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마저 먹고 가!!! 권하연 : 다녀오겠습니다! 권준우 : 그리고 오늘은 엄마한테 꼭 전화해! 알았지? 어? 권하연 :내가 알아서 할게~ 문을 쾅 닫고 권하연 나가버림 권준우 : 어휴..암튼 쌀쌀맞긴... 그나저나 남은 건 어떡하지..?? 문밖에서 그대로 서있던 권하연 권하연 : 엄마...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내가 먼저 연락 안 할거야! ‘스피노자는 범신로자로 유명하다. 그는 신을 자연으로 정의했고’ 방안에서 타자를 치고있는 권준우
개짖는 소리가 다시 시작됨 ‘컹- 컹- 컹- 컹- 컹-컹- 컹- 컹- 컹- 컹-컹- 컹- 컹- 컹- 컹-컹- 컹- 컹- 컹- 컹-컹- 컹- 컹- 컹- 컹-컹- 컹- 컹- 컹- 컹-‘ 권준우 : 으아아아아!!! 야!!!!!! 조용히해!! 씨끄럽다고!!!! 개 : 컹-컹-컹- 컹- 컹- 권준우 : 으아악!!! 더이상 못참겠다아아
머리를 붙잡고 고개숙인 권준우 개짖는 소리는 계속됨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한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사건까지 나는 세상인데... 일단 찾아가 보자!!’ 권준우 : 빈손으로 가긴 좀 그렇고 뭔가 좀 들고 가야할텐데.. 떡..떡! 떡 같은 거 어디 없나? 맞다! 샐러드!! 어차피 먹을 사람도 없고.. 그래도 그냥 이대로 갖다 주기엔 좀 그런데... 고기라도 하나 더 얹어서 가야겠다... 후라이펜에 고기를 구움 ‘치이이이- 치이이이-‘ 권준우 : 살짝만 익혀서 개도 먹으라고 해야지~
사납게 개가 짖음 개: 컹! 컹! 컹! 컹! 컹! 컹! 컹! 컹! 컹! 권준우 : 어휴! 저걸 그냥... 개 주인 : 네 나가요~ 두사람이 대문을 사이에두고 이야기함 개 주인 : 죄송해요.. 저희 개가 너무 시끄럽죠? 권준우 : 그러니까요..
개 주인 : 정말 죄송해요... 얘가 털갈이를 하는지 털이 너무 많이 날려서 집 밖에 잠시 내놨거든요.. 개를 쓰다듬으면서 주인이 말함 개 주인 : 사실 엊그제 유기견 센터에서 데리고 왔는데.. 자기도 집에 들어오고 싶으니까 계속 짖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알레르기 있는지 자꾸 기침이 나와서.. 죄송해요.. ‘결국 녀석도 외로웠던 거구나..’ 권준우 : 말씀 듣고 보니 순해 보이네요.. 조금 전까지는 살벌했는데.. 개 주인 : 네~ 그럼요~ 아주 순해요~ 권준우 : 자! 이거! 먹어봐! 자신이 만든 샐러드 고기 한점을 개에게 주면서 말하는 권준우
‘같은 상황이라도 외부의 조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우리는 사랑할 수록 지헤로워진다고 했다. 같은 사물도 아무런 감정없이 대하는 것과 사랑하면서 보는 것이 결코 같을 수 없다. 사랑을 통해서 지혜로워지는 것은.. 진짜 살아있는 지식을 얻는 것이다. 일을 다 끝낸듯한 권준우 자리에 일어나 기지개를 피며 말함 권준우 : 으으~ 다음에는 무슨 요리를 다루지? 다음 화에 계속 됩니다.
- Delisophy- 오늘의 요리
마스터셰프 코리아라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을 때였다. 판권을 소유한 그 대기업 소속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의 총괄셰프 쯤 되는 인물이 참가자들에게 스테이크와 파스타, 샐러드의 요리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가 있었다. 사람들 앞에 선 그가 물었다.
"샐러드가 왜 샐러드인지 아세요?"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카메라와 제작진의 눈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참가자들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리사는 말을 이어갔다. "샐러드는 '소금이 있는'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Salata'에서 온 단어에요."
그날 무슨 샐러드 만드는 법을 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강의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 도입부만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 칼럼마다 어원이야기의 분량으로 상당 글자수를 때우는 사람의 잘난 척 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런 어원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더라도, 모두가 알다시피 이 샐러드라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이런저런 채소를 사다가 대충 섞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게다가 이 요리는 샌드위치만큼이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채소 섞은 것에 참치를 추가하면 참치 샐러드, 토마토를 추가하면 토마토 샐러드가 되는, 이른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음식인것이다. 하지만 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것에 뿌려먹을 드레싱인 듯하다. 나는 사실 드레싱을 만드는 것도 꽤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샐러드에 대한 프랑스 속담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샐러드를 제대로 만들려면 네 사람이 필요하다. 식초를 넣을 수전노(守錢奴), 기름을 넣을 낭비가(浪費家), 소금을 넣을 현자(賢者)와 마지막으로 그걸 섞어줄 광인(狂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