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철학

코기토 명제

맛있는 철학 -Delisophy- 글/그림:권혁주
02. 코기토 명제 나는 이 세계 안에 어떠한 것도 없다고, 하늘도, 대지도, 마음도, 신체도 없다고 나를 확신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존재하며, 또한 나는 존재한다. 이 명제는 반드시 참이다. 르네 데카르트 (Rene Descartes) 권준우: 집 앞을 나서며 휴대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권준우: “아! 네~ 학과장님!” 학과장: “권선생, 이번 학기 강의 계획서를 봤는데 말이지..” 권준우: “혹시 무슨 문제라도?” 학과장: “요리와 철학을 접목시킨다는 취지는 괜찮은데...구체적으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건지 언급이 없던데..” 권준우: “하하하! 걱정마십시오!! 아 ~ 글쎄 자신 있다니까요!!” 라며 자신감 없이 고개를 떨군다.
편의점 앞에 도착한 준우
권준우: “일단..큰 소리 치긴 했는데..” 준우의 머리 속 생각 ‘첫 수업에서 무조건 뭔가 그럴듯한 것을 보여줘야 할 텐데...’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며 생각한다. ‘아씨.. 너무 세게 나갔나? 뭘 다루지??’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 “어서오세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 “와! 삼촌?” 권준우: “어! 성호야! 너 여기서 뭐해?” 권준우: “너 여기서 알바해? 집에 돈도 많은 애가 왜??” 성호: “하핫! 우리 엄마 아시잖아요~ 등록금은 저더러 내라고 하셔서요.” 권준우: ”하긴~ 이런게 다 공부지~” 성호: “네.. 그냥 뭐.. 저도 사고 친 것도 있고 해서..” 준우, 물건을 찾으며 권준우: “카레 좀 사려고 하는데 어디 있지?” 성호: “저쪽 코너 끝에 보시면 있어요~”
요거트 더미를 바라보며
준우: “어? 요거트가 3+3 세일?” 요거트를 집어 바라보며 준우: “하연이 좋아하니까 몇 개 좀 사다 놓을까?” 문이 덜컥 열리며 성호의 편의점 사장의 고함소리 편의점 사장: “성호씨!!” 빠르게 준우 앞을 지나치는 편의점 사장을 준우가 바라보고 있다. 편의점 사장: “나 좀 잠깐 봐!!” 편의점 사장: “이거 어떻게 된 거야??또 시제가 안맞잖아!!” 편의점 사장: “매번 숫자가 안맞아! 숫자가!” 편의점 사장, 성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고함친다. 편의점 사장: “성호씨 근무하는 시간에만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가 뭐냐고?!” 성호: “전 진짜 맞게 했는데요.. 준우: “...” 편의점 사장: “자꾸 이렇게 시제가 안맞으면 나도 알바비 못준다고!”
편의점 사장 돌아 나가며 말한다.
편의점 사장: “CCTV 고장났다고 장난치면 안돼!!” 성호: “아니라니깐요!!” 준우 사장이 나간 곳을 바라보며 말한다. 권준우: “이야 여기 분위기 왜 이러냐..?” 성호: “진짜 미치겠어요..” 위를 바라보며 준우와 성호 대화한다. 권준우: “CCTV가 고장났어?” 성호: “저게 고장난 후로는 계속해서 절 의심하고.. 저더러 장난치지 말래요.. 아.. 정말..” CCTV카메라가 비춰지며, 준우 생각한다. ‘의심한다.. 의심받는다..’ CCTV카메라로 촬영되고 있는 준우의 모습이 보인다. ‘의심의 눈’ CCTV카메라를 바라보는 준우 ‘의심스럽다..’ 불만스러운 준우의 표정이 클로즈 업 된다. 권준우: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그렇지.”.
권준우: “저렇게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건 좀 아닌지 싶은데...”
성호: “그러니깐요.. 암튼 좀만 더 참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둬야죠..” 성호, 3분 카레의 바코드를 찍는다. 삑~ 삑~ 성호: “근데 삼촌 카레 좋아하세요? 저도 혼자서 가끔 해먹는데..” 권준우: “뭐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성호: “아! 맞다. 저 이번에 삼촌 수업 신청했어요! 맛있는 철학? 인기 좋던데요?” 권준우: “뭐? 쓸데없이 왜 그랬어~ 조카라고 특별히 봐주는 거 없다!” 준우, 편의점을 나가려고 돌아서며 이야기 한다. 권준우: “알바 끝나면 우리 집에 들려! 밥이나 같이 먹자구~” 성호: “네! 이제 곧 끝날 거예요~” 준우 길을 걸어가며 ‘의심한다.. 의심한다..’ 준우 길을 걸어가며 생각에 잠긴다. ‘의심한다.. 의심한다..’ ‘첫 수업에서 데카르트의 의심을 다뤄볼까?’
준우의 집
“모처럼 초대했는데..” 준우 잘라놓은 생닭고기에 밑간을 하며 권준우: “3분 카레를 먹일 수는 없지..” ‘데카르트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의심했다.’ 준우, 생각에 잠긴다. ‘심지어 나라고 생각되는 자기 자신 마저도 의심했는데..’ 권준우: “흐음 근데 그걸 요리랑 어떻게 연결시키지?” 준우, 3분 카레를 바라보며, 권준우: ‘카레로 뭔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데카르트는 자신의 존재까지도 의심하려고 했지만..’ 편의점에서 구입해 온 3분 카레가 클로즈 업 된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심조차 할 수 없으니까..’ 준우, 3분 카레를 들고 생각한다. ‘스스로 의심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 권준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게 그 유명한 코기토 명제!! 준우, 3분카레의 뒷면을 뒤집어 본다. “이걸 카레랑 어떻게 연결 시키지?“ 준우, 유심히 3분 카레의 뒷면을 바라보며 “역시 좀 무리인가?”
‘카레 성분이 뭐였더라..?’
3분 카레의 뒷면 클로즈업 되어 보인다. 준우, 뭔가 알아챈 듯 소리친다. 권준우: “맞다! 향신료!!” “카레가 향신료였지!!” 권준우: ‘향신료 특유의 자극적인 느낌..!!’ ‘향신료에 초점을 맞추면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준우, 뭔가를 찾으려 여기저기 찬장을 열어본다. “어딨더라?” ‘향신료.. 향신료..’ “예전에 잔뜩 사다놨는데..” 준우, 한 찬장 안을 바라보며 “빙고!” ‘원래 인도에서는 향신료를 각자 취향대로 섞어서 만든 것을 카레(Curry)라고 한다.’ 다양한 카레의 종류가 등장. ‘그러니까 카레는 개인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향신료의 일종인 넛맥
‘나에게 넛맥(Nutmeg)은 마치 크리스마스 케?처럼 달콤하지만 좀 싸해..’ 향신료 일종인 펜넬 ‘펜넬(Fennel)은 약국냄새 같지만 뭔가 치유될 것 같고..’ 향신료 일종인 카다몬 ‘카다몬(Cardamon)은 상쾌하지만 쓸쓸한 여운을 주는 것 같고..’ 향신료 일종인 코리엔더 ‘코리엔더(Coriander)는 은은하지만 존재감이 확실한 느낌이 든다..’ 준우는 향신료의 향을 맡으며, “그리고 이건 내가 좋아하는 클로브(Clove)..” “크~ !!! 치과냄새~” 이 느낌이 좋다니깐~ ‘개인의 취향....’ 식기 이미지 클로즈 업 되어 보인다. ‘내 취향에 맞는 카레를 만들어 보자!’ 다양한 향신료가 함께 모여 있는 모습 ‘어느 순간,’ 향신료를 조합하는 준우의 손 ‘나 자신과 직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지금 이 향기를 내가 좋다고 느끼고 있는 것인지.’
준우가 뿌옇게 희미하게 보여진다.
‘아니면 그냥 자극적이어서 끌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이 순간이 나 자신의 존재가 감각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바라보는 준우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감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준우, 생강을 다듬으며 생각한다. ‘감각의 자극을 좀 더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맵게 해볼까?’ ‘생강의 알싸함으로 베이스를 깔아주고’ 고추와 마늘을 칼로 다지는 준우의 손. ‘고추와 마늘을 섞어 매운한 맛을 섞어주자.’ 탁탁탁탁~ ‘너무 노골적으로 매우면 매력 없으니까..’ 냄비에 식재료를 추가하는 준우의 손. ‘요거트를 살짝 넣어줘야지~’ 준우의 집이 비쳐진다. 딩동! 딩동! 집에 방문한 성호를 출입구에서 반기는 준우. 뒤로는 갓 만들어진 카레가 모락모락 김을 내뿜고 있다. “시간 맞춰서 잘 왔네? 어서와~” 다음회에 계속 됩니다.
- Delisophy- 오늘의 요리
카레라이스 그림
카레라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어렸을 때부터 수시로 해오고 있다. 지금이야 '당연히 누군가는 좋아하겠지' 정도로 접고 말지만, 나 그 정도로 카레가 싫었다. 굳이 그 이유를 말하라면 혀와 목에 남는 매캐하고 텁텁한 맛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좋아하는 돈가스도 하이라이스 소스가 아닌 카레 소스를 끼얹어 나오면 몹시도 실망한 채로 카레에 침범 당하지 않은 나머지 반쪽만을 먹고 나오고는 했다. 내게 카레란 이렇게나 껄끄러운 음식이었다.

그런데 딱 한 번, 이 음식을 내 손으로 해먹은 적이 있다. 어느 주말 아침, 집에는 나 혼자 남아 있었다. 아침을 챙겨먹으려고 부엌 찬장을 열었는데 문득 풍기는 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대충 닫아놓은 뚜껑의 틈 사이로 후추와 계피, 강황이나 정향, 육두구 따위의 향들이 섞여 새어나올 때, 나는 그 냄새가 꽤 향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을 냄비에 넣고,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생강이나 마늘과 양파 등 마르지 않은 재료들을 다지고 함께 볶다가 향신료를 모두 섞어 부었다. 볼품없는 아마추어 커리에서는 자극적인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욱 가관이었던 매운 냄새에 겁을 집어먹고 마지막에 생크림을 잔뜩 부어 끓였다는 것이다. 워낙 매운 것을 못 먹는 편이기에 튀어나온 본능이었다고 할까? 밥솥에서 받을 퍼 맛있게 비벼 먹기는 했지만, 솔직히 정통 커리를 먹는 인도 사람들이 내 커리를 보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코코넛 밀크를 넣었다면 태국식이라, 요구르트를 넣었다면 스리랑카식이라 우겨볼 수도 있겠지만, 생크림이라니.
박준우 (마스터셰프 코리아 준우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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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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