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totw98님이 《철학자의 편지 신청》에 작성해 주신 글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사업 때문에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사업이 영 시원찮은 남편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어요. 다들 힘들어 하는 시기인데, 이 계절에 그냥 기분전환으로 가을 여행으로 가까운 곳에나 다녀올까요? 요즘 부부간의 대화도 많이 줄었고 좋은 기색도 없고 나쁜 기색도 없네요. 남편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변화는 결단에서 오니, 변(變)하여 통(通)하라!"
자네의 고민,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하군.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막혀있다면 문제를 붙잡고만 있을 게 아니라 잠깐 벗어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네. 그럴 때 사람들은 흔히 기분전환으로 가까운 곳으로 바람을 쐬러 떠나는데 오늘 내가 자네에게 들려고 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 "바람을 쐰다" 말에 담긴 진짜 의미일세.
혹시 자네는 내가 모아 편찬한 《주역(周易)》이라는 책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주(周) 나라의 역(易)이란 뜻인데, 주 나라 초기의 문왕(文王)께서 상징 기호 같은 괘에다가 글자를 붙였고, 내가 거기에 해설을 곁들여서 만든 책이라네. 아마 후대의 제자들이 더 설명을 붙였을 것이네.
내가 살던 시대에는 길고 얇게 가른 대나무 쪽에다가 글자를 쓰고 가죽 끈으로 묶어서 책을 만들었다네. 꽤나 질긴 가죽이기에 웬만해선 닳지 않는데, 내가 이 책을 하도 많이 보아서인지 그 끈이 낡아 끊어지기도 했다네. 그 까닭은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했던 뜻이 ‘변화’에 있었기 때문이라네. 《주역》은 뜻을 풀이하자면 "변화에 대한 성스러운 책"이라 할 수 있네.
세상은 언제나 변화한다네. 이것이 《주역》의 기본 생각이지.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나도 변하고 있고 내 주변의 상황도 늘 변하고 있다는 뜻이네.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이 간단한 원리이기도 하다네. 그것은 아마도 매일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때문일 것이네.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테지.
본래 《주역》은 점(占)을 쳐서 미래의 일을 알고자 하는 바램에서 만들어진 책이라네. 상상해보게나 우리가 미래의 일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미래는 글자 그대로 "아직 오지 않았다"(未來)는 뜻이라네. 아직 오지 않았으니 어떻게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있겠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미래는 바로 지금의 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네. 새벽은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어둠이 걷히는 조짐을 보이다가 찬연하게 떠오르는 해와 더불어 온다네. 밤 또한 순식간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을 조짐이라고 하네.
커다란 지진이 닥치기 전에 작은 대지의 떨림이 있고 나서 변고가 생기는 것도 같은 이치라네. 큰일은 작은 징조를 통해 미리 조금씩 드러나는 법이라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징조를 읽어내고, 우리의 말과 행동을 바꿈으로써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주역》의 생각이라네.
바람을 쐬고 싶다는 자네 마음속에 찾아 온 생각은, 일종의 작은 징조라네. 하루하루의 반복적인 일 속에서 무언가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지만 사실 그것이 무언지는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를 느낀 것이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그런 징조를 느끼고도 ‘다음에 시간이 되면, 이번 일만 더 잘 되면..’이런 저런 핑계로 그냥 지나치는 수가 많지.
그런 면에서 자네는 일종의 예지(叡智)를 갖고 있구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해!" 라고 생각을 했다면 그것은 나름의 결단을 한 것이지.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미래를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는 거라네.
즉, 바람을 쐬러 나간다는 것은, 점을 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네. 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일이 있을 때마다 점을 쳤다네. 하지만 점을 친다고 미래를 알 수 있겠나? 사실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조짐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내리는 결단이 바로 점을 치는 이유인 거지.
그리고 결단을 내린 사람의 행동은 당연히 예전과 같을 수 없네. 이것을 《주역》에서는 변통(變通)이라고 한다네. 즉 내 스스로가 먼저 변하여 주어진 상황에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통의 철학이라고 부른다네. 그리고 점을 친다는 것은, 내가 먼저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다지는 결단의 행위를 뜻하는 거지.
허허허 편지를 쓰다 보니 그저 복잡해서 바람이나 쐬러 간다는 말에 사족이 너무 길어진 건 아닌가 생각이 들구만. 하지만 그런 작은 결단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네. 물론 갑자기 사업이 잘 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하지만 부부 사이에 작고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나? 자네의 마음씀씀이에 남편은 위안을 얻고 부부간의 믿음이 더 두터워지겠지. 그런 마음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시간이 흐른 후에는 조금은 다른 삶이 되지 않겠나?
결국 변화라는 것은 나의 결단에서 먼저 비롯된다네. 즉 내가 먼저 변할 때 작지만 그 파장이 주변에 미치고, 그것이 오래되면 커다란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네. 이것을 "변화하여 통한다"(變通)고 하는 것이네. 누군가는 바람 쐬러 다닐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돈 벌 생각이나 하라고 비난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돈을 버는 주체가 결국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결코 헛되다고 할 수 있겠나?
그러니 어서 바람을 쐬러 다녀오시게. 어쩌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곡부(曲阜)에서
공자(孔子)가
결단과 변화의 철학, 공자의 《주역(周易)》
《주역(周易)》은 그냥 《역(易)》이라고도 하는데, 본래는 점복(占卜)을 위한 책이었다. 어떻게 하면 흉(凶)을 몰아내고 길(吉)을 얻느냐 하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쓰이기도 했지만, 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우주론적 지식까지 담기게 되었다. 책의 제목이 주역(周易)인 것은 주(周)나라의 역(易)이란 뜻이며, 그에 앞선 나라인 하(夏)의 연산역(連山易), 상(商)의 귀장역(歸藏易)과 구별하려는 이름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주역》은 8괘(八卦)와 64괘, 그리고 괘사(卦辭)ㆍ효사(爻辭)ㆍ십익(十翼)으로 되어 있다. 각각의 지은이에 대해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는데, 전설적 인물인 복희씨(伏羲氏)가 만물의 변화를 관찰하여 처음으로 8괘를 만들었고 이것이 발전되어 64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상징기호와 같은 괘에 주 나라 문왕(文王)이 64괘와 그 각각의 효(爻)에 글을 붙여 괘사와 효사가 되었고, 후대의 공자(孔子)가 이에 관한 열 가지 해설서(十翼)를 지어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의 학자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수많은 사람들의 작업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미를 아는 것이 신비한 지혜이다"
공자가 말하였다. "기미를 아는 것이 신묘한 지혜다! 군자는 윗사람 사귐에 아첨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사귐에 업신여기지 않으니 기미를 아는 것이다. 기미란 은미하게 일어나는 움직임이고 길함과 흉함이 나타난 것이다. 군자는 기미를 보고 일을 신속하게 하니 날이 다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기미(幾)란 조짐을 말한다. 어떤 일이 막 시작되려고 할 때 아직 그 모습이나 사태가 명확해지기 전의 상태를 가리킨다. 옛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조짐 속에서 그것이 길한 것인지 흉한 것인지 그 단서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아직 일이 닥치지 않았는데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공자는 그것을 신비한 지혜라고 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사귀는 것을 예로 든 것은 전통의 신분사회와 관료사회에서 가장 비근한 상황을 설정한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기미를 보고 일을 신속하게 하니 날이 다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상이다. 이것은 바로 조짐을 명확하게 판단하게, 이에 따르는 행동을 결단하라는 뜻이다.
사실 정치나 경제와 같은 대단히 복잡한 영역에서는 전통 사회의 이런 철학이 크게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인간관계나 사소한 일들에서는 우리의 삶의 느낌을 예민하게 자각하고 이를 결단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관계와 삶을 만드는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느꼈을 때 가볍게 흘리지 않고 이를 생각하고 결단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결단을 행동에 옮겨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내어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사상은 결코 가벼운 사상이 아니다. 일상의 삶은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철학이다.
면접할때 마다 자신감 없는 내 모습 때문인지 늘 불합격이었다. 이젠... 달라지고 싶어! 미용실가서 머리모양을 바꾸었다. 친구:"어머, 머리 잘 어울린다! 렌즈도 했어?", 나:"응", 발표하는 상화이 되었을때 먼저 나섰다 나:"제가 할게요!" 면접관:"면접번호 72번 분." 자신감 있게 나는 대답한다. 나:"네!" 거대한 변화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 글
- 김시천(경희대학교 교수)
- 구성
- 이은지(작가)
- 그림
- 박동현(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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