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편지

언제나 신혼처럼 지낼 수 없나요? - 공자 편

철학자의 편지 공자 편
* 본 콘텐츠는 rlaaldo님이 《철학자의 편지 신청》에 작성해 주신 글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사연소개
"남편과 언제나 신혼처럼 달콤하게 지낼 수는 없나요?"
올해로 결혼 2년차 신혼인 새댁입니다.

저희는 남편이 저를 죽자고 쫓아다닌 지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매일 아침 제가 다니는 회사로 제가 좋아하는 커피와 베이글을 사들고 하루에 꼭 한 통씩 편지를 보내 준 남편에게 안 넘어갈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저와 만나 데이트할 때면 제 얼굴을 그윽하게 쳐다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인형이 말을 한다’ 등등 물론 연애 초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남자지만 저희 남편은 절 더더욱 특별하게 공주 대접해줬습니다. 그래서 그걸 믿고 결혼을 한 건데...

2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내가 전에 만났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저에게 무관심합니다. 아침에도 일찍 출근한다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그제야 고개나 끄덕이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것 때문에 술도 한잔 하면서 얘기를 해봤는데 남편은 사랑이 절대 변한 것이 아니며 조금 익숙해졌을 뿐이라며 오히려 전보다 제가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전 여전히 불안합니다.

언제나 연애 때와 같이 달콤하게 지낼 수는 없나요?
철학자의 편지
"사랑에도 때론 현명한 절제, '중용(中庸)'이 필요하다오!"
부인의 편지를 받으니, 문득 내 딸이 생각났소. 내 제자 가운데 남용(南容)이라는 아주 뛰어난 제자가 있었다오.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 내 놓아도 반드시 그 능력을 발휘하여 출세할 그런 사람이었지만 나는 남용을 사위로 삼지 않았지. 오히려 내 사위는 그에게 훨씬 못 미치는 평범한 사람이라오.

내 사위는 공야장(公冶長)이라 하는데, 이 친구는 다정한 성격덕분인지 사람의 말 뿐만이 아니라 새들이 하는 말까지 알아듣는 묘한 재주가 있었다오. 그래서 난 깊게 생각해봤소. 비록 내 주변에 출중한 재주를 가진 젊은이는 무척 많았지만, 누가 과연 내 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사실 십 년 이상 집을 떠나 지내며 아내와 자식들에게 무심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소.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권유와 청혼에도 불구하고 공야장이라는 다정다감하고 평범한 제자에게 내 딸을 시집 보냈다오. 비록 성공하고 출세하는 일은 없을지라도, 새들과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사내가 자신의 아내와 자식에게는 어떻게 할지 충분히 예상이 되지 않소?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남편이 부인에게 했던 따뜻한 배려와 관심의 표현으로 보아 참으로 남편으로 믿고 살아가기에 좋은 배우자감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소.

그럼 이제 다시 고민으로 돌아가 부인은 혹시,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감정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중정’(中)이라 하고, 이러한 감정들이 상황에 딱 맞게 절제 있게 표현되었을 때를 ‘조화’(和)라고 한다.”(『중용』 제1장)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소? 내가 보기에 부인에겐 이 ‘중화’(中和)의 미덕이 필요한 듯이 보이오.

사람들은 행복이란 것이 언제나 기쁘고 즐거운 일이 많아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지만 사람의 진정한 행복은 화내고 짜증나고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 즐겁고 유쾌한 기분을 가져야만 오는 것이 아니라오. 오히려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제때에 알맞게 느낄 수 있을 때 행복한 삶이 가능한 것이지.

인생의 한 단면만 살펴봐도 자식을 낳아 기를 때 부모는 온갖 일에서 기쁨을 느끼지만 자식이 말썽을 피우거나 아플 때는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지 않소? 또한 다 큰 자식이 튼튼하게 성장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지만 그 사이에 나를 낳아준 부모님은 돌아가실 수밖에 없는 것이니 결국 우리는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오.

부부 사이의 감정도 마찬가지라오. 처음 연애를 시작한 연인이나,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 사이에 부끄러움과 설렘의 감정이 없다면 그것은 연인과 신혼부부라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를 더 충분하게 이해하고 성숙해진 사랑이라면, 설렘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 그 마음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사실 설렘이라는 감정 자체가 상대를 잘 알지 못 하는 낯선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오? 그런데 매일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 사이에 그런 감정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당신의 남편이 심각한 건망증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라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랑의 감정과 경험을 아주 좁고 작은 것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오. 사랑과 행복은 결코 달콤한 감정 그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지. 남편의 생각 없는 말 하나에 상처 받는 마음도 사랑이고 부인의 상한 기분을 풀어주려 남편이 꽃을 바칠 때 눈 녹듯 미움이 사라지는 것도 사랑이라오. 서로를 상처 줄 수도, 치유해 줄 수도 있는 유일한 관계, 그것이 바로 부부 아니겠소?

부부의 사랑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자면 행복한 설렘과 달콤한 사랑표현은 사랑의 과정 중 첫 장에 불과하다오. 세월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여러 가지 상황들이 생길 것이고 그 상황에 맞는 감정들을 함께 누리는 것이 어쩌면 부부간의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느낌이 아니겠소?

내가 말하는 ‘중용’이란 때로 싸우고 때로 다투지만 또 이해하고 또 감싸주면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삶 전체를 통해 균형 있게 느껴지는 그런 삶을 의미한다오. 왜 부인은 인생이란 기나긴 책을 첫 장에서 그만 읽으려 한단 말이오!

철학자 공자가 아니라 딸을 둔 아비의 마음으로 충고하오. 책은 끝까지 읽지 않으면 그 내용을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부부라는 관계 역시 시작과 끝을 함께 해야 비로소 어떤 말을 따로 할 필요도 없이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통하게 되는 것이라오.
곡부(曲阜)에서
공자가
오늘의 철학자
중용(中庸)의 철학자 공자(孔子)
공자 사진
공자(孔子, 551-479 기원전)는 본래 이름이 구(丘)로서 ‘공자’는 스승을 가리키는 ‘자’(子 )를 붙여 부르는 존칭이다. 특히 유학(儒學)이 부흥한 송(宋) 나라 이후에는 “우리 존경하는 선생님”이란 뜻으로 ‘공부자’(孔夫子)라 부르기도 하였다. 혼란했던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를 살았던 공자는 벼슬을 구하려고 천하(天下)를 떠돌았고, 결국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전들을 편찬하였고, 특히 그가 제자들과 나누었던 대화는 나중에 《논어》(論語)라는 책으로 묶였다. 그가 창시한 유학(儒學)은 중국과 한국, 일본과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전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사회 지도자들에게 인(仁)이라는 도덕성을 강조하고 사회 성원들 사이에서 예(禮)라는 합리적 규범을 강조한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 사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철학자의 한마디
"제대로 된 사람(君子)은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피지 그 바깥에서 구하려 들지 않는다.
부귀한 처지에 있으면 그대로 처신하고, 가난한 상황에 놓이면 그런대로 살아가고, 타지에 살게 된다면 그대로 따르고, 어려운 처지가 되면 그에 맞추어 산다.
제대로 된 사람은 어디를 가더라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 법이 없다."
(『중용』 14장)
공자가 말하는 ‘중용’(中庸)의 사상은 흔히 흔들림이 없이 중간을 지키는 것으로 오해되곤 하는데, 그보다 더욱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예컨대 용감함과 비겁함의 중간,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의 중간과 같은 어정쩡한 의미가 아니라, 상황에 가장 적절한 말과 행동, 마음가짐을 포괄하는 삶의 태도의 문제와 관련된다. 예컨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화를 내는 것이 중용이고, 참아야 하는 데 화를 내는 것은 중용이 아닌 것이 된다. 즉 분명한 삶의 원칙을 삶의 한 가운데(中)에 일관되게 지니고 있지만,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맞추어 낼 때 우리는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삶의 태도 전반을 일컬어 공자는 중용(中庸)이라 불렀다.
철든 생각 부부로 산다는 것, 연애할땐 장미꽃다발을 주었는데 결혼후엔 꽃한송이를 주고, 연애할땐 싸워도 서로 마주보며 얘기했는데 결혼후엔 싸우면 대화가 없어지고 연애할때 눈물흘리면 어쩔줄 몰라하던 사람이 결혼후엔 눈물 흘리면 휴지를 챙겨주고 연애할땐 둘이 거닐던 산책길이 결혼후엔 아이와 함께 셋이 거니는 산책길이 되는것. 표현을 달라져도 마음은 같은 사이, 부부
김시천(경희대학교 교수)
구성
이은지(작가)
그림
박재수(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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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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