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편지

자녀계획까지 간섭하는 시댁이 부담스러워요! - 존 스튜어트 밀 편

철학자의 편지 존 스튜어트 밀 편
* 본 콘텐츠는 guseo01님이 《철학자의 편지 신청》에 작성해 주신 글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사연소개
"자녀계획까지 간섭하는  시댁이 부담스러워요!"
1년 전, 생각지도 않게 남자친구와 혼전임신을 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직장에서 한참 인정받던 차에 모든 걸 접고 결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애만 낳고 최대한 빨리 복귀할 계획이었죠. 그리고 예정대로 출산을 했고, 죽을 만큼 노력해서 몸매관리도 하고, 애를 키우면서도 틈틈이 아르바이트로라도 프로젝트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다 성과가 좋아 인정도 받고, 회사에서는 더 빨리 복귀하라는 제안도 받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이제 돌이 돼서 어린이집에 보낼 나이인데 요즘 어린이집 사고가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며 시댁에서 적극 반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왕 애를 낳은 김에 한 명은 외롭다며 복귀할 생각 말고 둘째나 빨리 낳으라고 눈치를 주세요. 하지만 전 둘째 생각도 없을뿐더러 일을 더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자녀계획까지 간섭하는 시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철학자의 편지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시오!"
당신은 철학을 잘 모르더라도 아마 한번쯤은 내 이름을 들어 봤을 거요. 나는 제레미 벤담과 함께 공리주의를 창조했지. 또 다들 자유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유를 위해 싸운다고 말하지 않소? 바로 그 자유가 엄격하게 무슨 의미인지 이론적으로 정립한 사람이 바로 나요. 그래서 뭐 나를 자유주의의 시조라고 부른다나 어쩐다나.. 내가 너무 잘난 척을 했소? 그래도 뭐 없는 말을 지어서 한 건 아니니까..흠흠.

어쨌든 나는 부인인 해리엇 테일러와 로마를 여행하던 중에 의사당 계단에서 《자유론》을 쓰겠다고 다짐했었는데(슬프게도 해리엇은 나와 7년밖에 살지 못하고 죽었다오.) 《자유론》은 그 후에 출판되었소. 나는 이 책에서 자유는 아주 엄격한 조건에서만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내 책에 구절을 소개해드리리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자유는 아주 쉽게 말하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말하오. 그렇지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해도 되나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때, 그때에는 그 마음대로 하는 행동을 제한할 수 있소.

예를 들어 나 혼자 사는 집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행동은 비록 괴상하고 이해 안 되는 행동이지만 그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뒤통수를 때리고서 “때리든 말든 내 자유야!"라고 말할 수는 없지. 때리는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으니까. 결국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오.

그렇다면 왜 남들이 보기에 괴상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지 알겠소? 자기에게 무엇이 좋은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오. 인간은 살아온 환경이나 문화가 다 다른 개별적 존재이며 어떤 행동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본인 외에는 모른다오.

아, 물론 미성년자는 예외지. 미성년자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가장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오. 엄마들은 아이가 사탕을 먹으면 잔소리를 하지 않소? 왜냐하면 어린이는 사탕을 먹는 순간 행복을 느끼지만, 그런 행동이 멀리 보면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오. 아마 어린이의 자유에 맡겨 둔다면 온종일 사탕만 먹다 멀쩡한 치아가 하나도 없을 테니까 말이오.

자, 그러면 당신의 고민을 살펴봅시다. 아이는 혼자 낳는 것이 아니므로 부부가 합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오. 그런데 부부가 합의해서 결정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간섭할 권리가 있겠소? 아이를 몇 명 가지느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므로 간섭 받을 수 없는 자유요. 그런데 당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야 본인이 하면 되지만, 나중에 “왜 엄마는 나에게 형제가 없게 해서 이렇게 불행하게 만들었어요?”라는 아이의 원망은 누가 책임지냐고요? 어느 자식이나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부모의 선택에 관여할 수도 없소. 부잣집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부모에게 따질 수 없듯이 형제를 만들지 않은 부모의 선택에 따질 수 없는 것 아니겠소?

단, 자녀를 몇 명 갖는지가 순전히 당신의 자유로운 선택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을 더 만족해야 하오. 당신은 시댁에게서 경제적인 면이나 보육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하셨소? 만약 시댁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라면 당신은 몸은 성인이지만 미성년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오. 어린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그 뒷바라지를 부모가 해야 하기에 부모가 어린이의 선택에 간섭하는 것이 허용되듯이, 만약 당신도 시댁의 뒷바라지를 받는다면 그 간섭은 정당화될 여지가 있소. 그러니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그러나 예의 바르게 말하시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아버님, 어머님도 우리의 행복을 바라지시지 않느냐고 말이오. (약간의 눈물도 가미한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이오.)

나는 부인인 해리엇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의붓딸인 헬렌을 잘 키웠소. 책을 쓸 때 헬렌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헬렌은 내가 죽은 후 나의 유고를 책으로 펴냈으며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킨 훌륭한 작가가 되었다오. 사실 그 어떤 심오한 철학보다 더 쉬운 진리는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하지 않겠소? 부디 엄마로서, 일하는 여자로서 성공하길 빌겠소. 그리고 당신의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시오. 그것이 당신이 우리 사회와 스스로를 위해 꼭 해줘야 할 행복한 의무이오.
웨스트민스터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의 철학자
공리주의의 완성자, 존 스튜어트 밀
존 스튜어트 밀 사진
영국의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의 아버지인 제임스 밀도 당대의 유명한 경제학자였는데, 밀은 아버지 밑에서 조기 교육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3살 때 그리스어를, 8살 때 라틴어를 배워 열 살 이전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작품들을 고전어로 읽었다고 한다.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벤담에 이어 공리주의 이론을 정교화했고 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쌓았다.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해도 상당히 진보적인 정책을 많이 제시했는데, 《여성의 예속》이라는 저서를 통해 여성의 참정권을 옹호했으며 당시 식민지인 아일랜드와 노동 계층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현실 정치에도 참여하여 하원 의원을 지냈다.
철학자의 한마디
"인간 사회에서 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뿐이다."
이런 《자유론》의 주장은 위해의 원칙(harm principle)이라고 말해진다. 밀은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의 이러한 자유주의는 현대적 관점에서 보아도 상당히 급진적인데, 현대의 많은 국가들에서 처벌하고 있는 마약 복용, 성매매, 안락사 등을 옹호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자유민주주의라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합하여 말하지만 개인보다는 민중이라는 집단을 중요시하는 민주주의와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자유주의는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 있다.
철든생각, 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사람,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머리 모양을 한 사람, 여자 잠옷을 입고 자는 남자, 슈퍼맨복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 내가 가진 자유,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 내가 원하는 자유, '당신의 자유는 어떤 모습입니까?'
최훈(강원대학교 교수)
구성
이은지(작가)
그림
박재수(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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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3-13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