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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화

앞으로도 궁금한 개구리들

생각하는 동화 앞으로도 궁금한 개구리들
깊은 산속에 풍덩연못이 있어요.
이곳 개구리들은 맘껏 먹고 맘껏 싸고 맘껏 헤엄치고 맘껏 알을 낳고 맘껏 살았어요. 그만큼 살기 좋았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개구리들끼리 사이도 더없이 좋았어요. 물론 올챙이들도 사이가 좋았지요. 그 어미에 그 새끼들이니까요.
봄이면 올챙이 알이 연못에 꽉 찼고 좀 지나면 겨우 뒷다리만 있는 올챙이들이 그 다음엔 앞다리까지 있는 올챙이들이 그 다음엔 팔딱 팔딱 어린 개구리들이 헤엄쳤대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자라난 거죠. 여름이면 울음주머니를 부풀린 개구리들 노랫소리로 가득했고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큰 바위, 작은 바위 돌 틈에서 겨울잠을 쿨쿨 잤지요. 비 오면 비와서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 불어 좋았대요.
딱 한 가지 문제를 굳이 꼽으라면 뱀 정도였죠. 황새나 두루미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황새한테 잡아먹힌 개구리 이야기가 전설이 될 정도니까요.
풍덩연못은 깊은 산속 연못답게 나무가 잘 가려줬거든요. 뱀만 아니라면 좋았겠지만, 아주 가끔 뱀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만하면 개구리들이 살기에 최고 연못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이상한 일이 시작된 거예요.
‘풍덩연못배 올챙이 헤엄대회’를 하는 날이었어요. ‘풍덩연못배 올챙이 헤엄대회’라면 풍덩연못에 있는 봄여름 잔치 중 가장 큰 거였죠. 꼬리가 남아 있어야 선수로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예요. 아주 어린 올챙이부터 꼬리가 아직 남은 올챙이까지요. 꼬리가 없으면 안 돼요.

개구리가 안 된 올챙이면 죄다 선수로 나왔고 개구리들은 다들 응원하러 나왔으니 얼마나 왁자지껄하겠어요. 연못 안에는 올챙이로 가득, 연못 밖은 빽빽하게 둘러싼 개구리들로 가득했지요.

바로 그때 이상한 개구리가 나타난 거예요. 온몸이 노랗게 빛나는 개구리였어요. 풍덩연못에서는 없는 모습이니 눈에 딱 띌 수밖에요. 개골개골 개굴개굴 깨골깨골 깨굴깨굴 즐겁던 개구리 소리가 개골개굴깨골깨굴로 점점 줄어들다가 딱 멈췄어요.
'뭐야? 개구리 맞아?' '몸 색깔이 왜 저러냐.'
너럭바위에 올라간 것만도 사건인데, 이상한 개구리가 이상한 행동까지 하는 거예요.
연못을 한 번 쭉 둘러본 뒤, 뒷다리로 쫑쫑 섰어요. 마치 두 발로 서는 사람짐승처럼요. 앞다리는 서로 맞잡았어요, 사람짐승처럼요. 그러더니 눈을 꼭 감았어요.
한동안 그러고 있으니까 모든 개구리들이 입을 딱 벌렸어요. 입을 벌리고도 개골개굴 소리 하나 내지 못했어요. 너무 이상한 걸 보면 그렇잖아요. 울음주머니까지 딱 굳어버리는 거.
바로 그 순간.
연못 옆쪽에서 스르륵 스륵스륵 소리가 났어요. 놈이에요. 워낙 조용해서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죠.
“개굴 콕! 개굴 콕! 콕! 콕!”
경비개구리의 다급한 소리예요. 위험하니 피하라는 신호였어요.
순식간에 연못 밖에 있던 개구리들이 풍덩연못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러고는 돌 틈에 꼭꼭 숨었지요. 이상한 개구리 딱 한 마리만 그대로 남았고요.
“개굴 펴! 개굴 펴!
경비개구리가 위험이 지나갔다는 소리를 냈어요. 놈이 사라진 거예요. 바위 위에 그대로 있던 이상한 개구리는 눈을 떴고요. 아니, 이상한 개구리가 눈을 뜨고 난 뒤 놈이 사라진 것 같기도 했어요. 어쨌든 놈은 사라졌고 이상한 개구리는 뭔 소리를 내며 눈을 뜬 거죠.
너무도 신기했어요. 개구리라면 뱀을 무서워해야 하는데 숨지도 않다니요. 뭐 이런 개구리가 다 있나 싶었죠. 뭐하는 개구리인가 무슨 소리를 낸 건가, 그 소리는 무슨 뜻인가 궁금해진 것도 사실이고요.
“뭐래?”
한 개구리가 물었어요.
“메, 뭐라는데.”
바위 가까이에 있던 개구리 몇이 답했어요.
“메, 뭐?”
여러 개구리들이 물었어요.
“메나, 라는데요.”
마침 바위 바로 옆에 있던 어린 개구리가 제대로 들은 거죠.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어요. 거의 일어나지 않던 일이 두 가지나 한꺼번에 일어났잖아요. 못 보던 이상한 개구리가 온 것도 그렇고, 풍덩연못에서 통 보기 힘들었던 뱀이 나타난 것도 그래요. 어린 개구리나 올챙이들은 이날 뱀을 처음 봤어요. 봤다기보다 실감나게 느낀 것뿐이지만요.
궁금하면 못 참고 알아내야 하고, 알아내면 뭐든 떠들어대는 큰입개구리가 이렇게 말했어요. 이상한 개구리 이름은 ‘비이사’고 ‘메나’라는 말은 기원할 때 쓰는 거라고요.
“기원이 뭐예요?”
어린 개구리들 물었어요.
“바라고 원하는 것을 기원이라고 할 게다.”
장수할배개구리가 알려줬어요. 장수할배개구리는 풍덩연못에서 가장 오래 살았대요. 그래서 아는 것도 본 것도 들은 것도 많은 어르신 개구리예요.
큰입개구리가 꽤 많은 것을 알아냈어요. 비이사는 ‘아주먼먼저수지’라는 곳에서 ‘뭔뭔공부’라는 걸 한 개구리래요. 장수할배개구리 말에 따르면, ‘아주먼먼저수지’는 풍덩연못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크다고 전해진대요. 우리 풍덩 연못을 수만 개 합한 만큼일 거라고 했어요. ‘뭔뭔공부’는 잘 모르지만 대단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고요.
비이사개구리는 날마다 너럭바위 위에서 그 짓을 했어요. 두 발로 서고 앞발을 서로 붙이고 눈을 감고 한동안 있는 그런.
처음엔 그 짓이 이상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다들 점점 궁금해졌죠.
비이사개구리한테 궁금한 것을 직접 물었던 큰입개구리가 이런 말을 하고 다녔어요.
“땡볕에서 죽지도 않고 굶지도 않고 뱀에게 먹히지도 않도록 기원하는 것이니 따라해 보오. 기원은 좋은 것이라오.”
말투까지 비이사개구리처럼 ‘~오’라고 했어요. 물론 비이사개구리 행동도 흉내 내면서요.
사실, 개구리라면 누구나 땡볕에서 물기가 말라 죽을까 걱정하지요. 굶어죽을까 겁나고요. 뱀에게 먹히는 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니 말할 필요도 없어요. 그걸 막는 거라면 이보다 좋을 수 없지요. 게다가 비이사개구리 행동이 꽤 그럴싸했어요.
뭔가 있어보였어요. 그 뭔가가 뭔지 모르지만 말이에요.
풍덩연못배 올챙이 헤엄대회 때만 해도 그래. 비이사개구리는 뱀도 겁내지 않았어.”

“생각해 보니 그러네. 정말 대단한 놈, 아니 대단한 개구리님 아닌가.”
개구리들 몇이 쑥덕거렸어요.
“그 짓 한 번 따라 해 볼까봐.”
쑥덕쑥덕
유행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처음에 누가 할 땐 이상해도 하나 둘 따라 하다보면 자연스러워지는 거요. 풍덩연못에도 기원하는게 유행했어요.
특히 어린 개구리들은 하나가 하면 금방 둘이 되고 넷이 되고 열여섯이 되고 다들 그렇게 했어요. 어린 개구리들 비이사개구리 흉내를 안내면 왕따 당할 정도였지요.
“꼬리도 안 뗀 어린 것들 조차 따라하는구먼.”
늙은 개구리들은 어이없어 했어요.
“며칠 살펴보니, 나쁜 것 같지 않아.”
‘약간먼저수지’에서 ‘약간뭔공부’를 했다는 개구리가 한 말이에요.
“뭔가 위안을 주는 힘이 있어.”
위안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쓴 개구리는 ‘좀먼저수지’에서 ‘좀뭔공부’를 했다는 개구리고요.
얼마가 지나자, 뭘 좀 했다는 개구리들조차 ‘메나’를 한다고 했어요. 그 짓이라고 했다가, 기원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메나’라고 했지요. 메나가 왠지 폼 나는 말인 것 같았으니까요.
이제는 메나를 안 하는 개구리는 거의 없었어요.
어느 날 한 개구리가 너럭바위 옆 작은바위에 폴짝 뛰어올랐어요. 그러더니 너럭바위에 있는 비이사개구리를 보며 ‘메나메나’라고 외치는 거예요.
다들 깜짝 놀랐어요. 메나는 빛을 보면서 한 번만 내는 소리잖아요. 비이사개구리가 하듯이 말이에요. 그런데 비이사개구리를 보고 그것도 두 번씩이나 외치다니요.
“어허, 저런, 저런.”
“개구리 소식에 날 일일세.”
유행이라는 게 그렇다고 했잖아요. 처음에 누가 할 땐 좀 이상해도 하나 둘 따라 하다보면 자연스러워지는 거 말이에요. 이제는 비이사개구리에게 메나메나 기원을 하는 거예요. 하나 둘, 너도 나도, 거의 모두가 다요.
그러다가 누군가가 너럭바위는 비이사개구리만 올라야 하는 자리라고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점점 말이 되는 소리라고들 했어요.
풍덩연못이 이러저러한 말들로 들끓자 어른 개구리들은 회의를 했어요. 말이 회의지 거의 싸움이었어요. 된다, 안 된다로요. 풍덩연못이 두 패로 갈라질 지경이었어요. ‘된다개굴파’와 ‘안된다개굴파’로.
싸우고 따라 하고 따라하고 싸우다 보니 뭐가 뭔지 엉망진창이 되었어요. 이젠 무엇을 바라고 메나를 하는지, 무엇에게 메나를 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되냐 안 되냐만 중요해졌어요.
“뭔 메나가 이래.”
“기원하는 거라면서 싸움만 하잖아.”
어린 개구리 몇 마리가 투덜댔어요. 물론, 뭔 메나가 이러냐고, 기원하는게 싸우는 거냐고, 진짜 기원이 뭐냐고 장수할배개구리한테 찾아가 물었죠. 장수할배개구리는 알 듯 모를 듯한 답만 했어요. 궁금한 게 기원일지도 모른다고요. 알 것 같기도 하고 더 모를 것 같기도 했어요. 고민이 되고 머리가 아파요. 이럴 땐 연못에 뛰어들어 헤엄치는 게 최고죠.
“에라 모르겠다.”
어린 개구리들은 연못에서 팔랑팔랑 헤엄을 쳤어요. 헤엄치다가도 기원이 뭘까 궁금해 하는 건 마찬가지였죠. 헤엄치다 궁금하다 헤엄치다 궁금하다 그랬어요.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풍덩
양연주_동화작가,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71년생 동화 『자라나는 돌』, 『꼬마 사서 두보』, 『욕쟁이 찬두』, 『내 이름은 안대용』, 『삼촌은 길박사』,『궁전빌라에는 평강공주가 산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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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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