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동화

여신

여신
삽화1
"아, 아파. 아프다고 그만, 그만해!"

"쫌 만 참아, 쫌만, 왜 이리 안 터지냐. 이놈은 정말 만만치가 않네……."
입술을 통째로 말아 물고 오만상을 쓰고 내려다보고 있는 아빠와 얼굴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나, 이건 전투다, 전투. 손끝에 얼마나 힘을 주는지 아빠 머리가 뻣뻣하게 좌우로 흔들거린다.
"아아아, 아…… 그, 그그그그마아안!."
내 온 몸이 아빠의 손끝으로 다 달려 올라가는 것 같다. 악을 쓰며 아빠의 두 손을 잡아뜯어보지만 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 아빠의 저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과 타오르는 투지는 그 어떤 격투기 파이터가 와서 말려도 못 당할 거다. 정말 짜증난다. 이 일을 아빠는 딸에 대한 애정이라고 우기지만 이건 분명 미개하고 비위생적인 아빠의 취미일 뿐이다. 아빠의 이 별난 취미를 위해서 왜 내가 저녁마다 무한한 고통을 겪으며 눈물을 빼야 하는지!
"아씨, 아프다고!"

"아프긴, 이제 시작인데."
아빠, 난 지금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오늘은 정말 혼자서 내 마음을 완전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아빠의 취미활동이 내 사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고요.
"아빠, 오늘 체육시간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 글쎄 그 녀석이……."

"그 녀석? 아, 그 쪼잔한 녀석."

"응, 그 녀석이 오늘 나한테 딱 걸렸잖아…… 아. 아파, 좀 살살해."

"쫌 가만히 있어 봐. 네가 얼굴을 자꾸 돌리니까 안 되잖아. 아이 씨."

"아, 몰라. 아파죽겠어."
이래서 아빠하곤 얘기가 안 된다니까. 그러세요, 아빠는 하던 일이나 계속 집중해. 맞아, 아빠 말대로 그 녀석 첨부터 쪼잔하고 재수 없는 녀석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그 녀석에게 사귀자고 먼저 문자를 보내지 말았어야 해. 그런데 아빠, 그런 거 있잖아. 괜히 그 애를 보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떨리고 나도 모르게 눈길이 자꾸 가는 거. 히, 나 그 녀석 보면서 별별 상상 다 했다. 아빠도 봤잖아. 걔 꽤 훈훈하게 생기지 않았어? 우리 반 여자애들한테도 인기 짱이야.
"앗, 아파!"

"야, 그렇게 벌떡 일어나면 어떡해. 에이, 금방 나올 뻔 했는데."

"아프니까 그렇지. 아, 씨 나 안 할래!"

"알았어, 알았어. 쫌 만……. 아, 이마에 무슨 이런 왕 근이 박혔냐? 진짜 빡세네."

"아그, 드러워, 침 닦아."
정말 더러워, 한 쪽 입가로 침이 흘러내리는데도 모르고, 하여튼 저 집중력, 저런 집중력으로 살림을 좀 잘하면 엄마한테 야단맞지 않잖아. 어제도 가스레인지에 김치찌개 국물 넘치게 했다고 혼났지? 그러게 그런 건 바로바로 닦았어야지. 엄마가 보면 당연히 열 받지. 그래도 우리 엄마 대단하지 않아? 그걸 다 닦아내고 저녁 먹는 걸 보면.
"엄마 왜 안 와?"

"회식 있대."
어, 엄마가 늦게 오면 아빠 취미생활이 더 길어지겠는데, 이거 오늘 내 얼굴 박살나는 거 아냐? 참, 오늘 그 녀석의 찌그러지는 얼굴을 아빠가 한 번 봤어야 하는데!
아빠, 나 참 바보 같애. 그깟 녀석이 뭐라고 그 동안 혼자서 속을 끓였는지? 그런데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야. 왜, 노래 가사 중에 그런 거 있잖아. "머리론 알겠는데 가슴은 왜 지 맘대론 지~." 아빠 정말 누굴 좋아한다는 게 뭘까? 아빠도 알잖아, 그 녀석이 나한테 자꾸 쌩까니까 내가 얼마나 약올라했는지.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고, 그런 내 자신이 정말 어이없고 한심해서 짜증나고.
생각난다, 그 애와 사귀기로 한 게 3월 26일 수요일이었어. 내 생일이 3월 23일 일요일이었잖아. 왜, 엄마하고 대판 한 날, 내가 생일선물 하는 셈치고 앞머리 자르게 해달라고 졸랐는데 엄마가 막 화를 내면서 안 된다고 했잖아. 진짜 엄마도 웃겨. 요즘 애들 중에 누가 앞머리 까고 다니냐?
"정재린, 넌 가르마 타서 귀에다 요렇게 꽂는 게 제일 예뻐, 절대 안 돼!"

"싫다고, 자를 거라고."

"안 된다니까, 요즘 애들 다 똑같이 앞머리 이렇게 눈 위까지 자르고 다니는 것 보면 답답해 보여, 애들이 개성이 없잖아, 개성이……."
괜한 엄마 고집 때문에 기분 망치고 월요일도 우울하게 보내고 화요일에 드디어 앞머리 잘랐잖아. 난 그때 누가 뭐래도 절박했거든. 하루에 수십 번 거울 보면서 앞머리 자른 내 모습 그려보고 애들한테 물어보고 손으로 머리 접어 넣어 비교해보고. 그때, 내 결심을 굳히게 한 건 내 짝의 한마디였어.
"야, 뭘 고민해. 앞머리 잘라야 얼굴이 작아 보여. 걸 그룹 애들 보면 거의 다 앞머리 잘랐잖아. 걔들 얼굴이 얼마나 작아 보이냐."
나, 그 날 바로 미용실 갔어. 앞머리 자르고 뒷머리 묶고 옆머리 조금 내리니 내가 봐도 정말 예쁘더라.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그 애한테 고백하고 싶었어. 아빠도 생각해 봐. 촌티 나는 애가 사귀자고 하면 좋겠어? 그래도 그날, 우리 엄마 더 이상 야단 안 치고 까칠한 웃음, 한 방으로 끝나던데. 엄마, 가끔은 그렇게 쿨한 면도 있다니까.
그 다음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고 5교시를 마친 후, 드디어 그 애한테 문자를 날렸어. 답문이 빨리 오지 않았다면 내 심장이 펑 터졌을 거야. 정말 귀가 먹먹한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리더라고. 그런데 그 애가 센스 있게 금방 답문을 보내주었어. "좋아", 딱 두 글자. 그 글자가 얼마나 고맙고 예쁘게 보이던지 보고 또 보고, 액정에다 입 맞추고, 정말 혼자서 생 쇼를 다 했어. 처음으로 남자 애한테 고백하고 답장 받은 날이었지.
"아얏!"

"와, 됐다, 됐어. 나왔다. 이것 봐, 아주 샛노랗네."

"아 드러워, 아파."

"아프긴, 요런 건 얄짤없이 짜내야 돼. 어때 시원하지? 자 이마는 끝났고, 이제 좀 돌아누워 봐, 이쪽 볼."

"아, 아프다고!"

"엄살은……. 딸, 넌 이 아빠의 숙달된 솜씨를 아직도 못 믿니? 두 개의 하얀 면봉 사이로 튀어 오르는 이 발칙한 것들."
저 자신감 넘치는 아빠의 얼굴, 내 얼굴은 화끈화끈 불이 나는데.
"우리 딸 요, 통통한 두 볼은 정말 엄마 닮았어. 누가 임수지 딸 아니랄까봐, 히히."

"아빠, 아빠는 엄마 처음 봤을 때 어디가 가장 맘에 들었어?"

"다, 다 예뻤지. 히히히, 임수지 씨 지금도 예쁘잖아. 고 깔깔한 성깔만 좀 죽으면."

"앗, 아파!"

"야, 나왔다. 이것 봐라, 아주 큰 놈이다."

"아, 됐어. 저리 치워!"

"딸, 시원하지? 이런 게 톡 터져 나올 땐 정말 짜릿하다니까! 히히히."
많이 짜릿하세요, 아, 아파! 난 눈물이 찔끔 나는데. 아빠, 지금 웃음이 나와? 아빠 눈에는 내 여드름 크기만 보이지, 딸이 이 여드름 때문에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하긴 아빠가 대필해 준, 여러 권의 자서전에도 여드름 얘기는 없었을 거야.
"자, 이제 반대 쪽, 돌아누우시고, 어디 보자."
아 씨, 저 탐색의 눈빛, 짜증 나!
"아, 그만, 그만해!"

"그만하긴 따님, 아빠가 딸의 얼굴을 무단 점거한 이것들을 놔두고 어떻게 그만합니까. 어서 좋은 말 할 때 대시지오. 그렇지 않으면 히히히!"

"아, 간지러워, 그만! 호호호, 알았어, 알았다고."
아빠의 간질임에 맥없이 무너졌다. 사람을 간질러서 고통스럽게 하면 그것도 폭력이라고 했는데 난 아빠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번번이 당하고 만다.
"금방 끝 나. 이쪽은 별로 큰 게 없어. 참, 너 아까 오늘 체육시간에 그 녀석이 뭐라고, 했잖아?"
아, 됐어, 내 얘긴 듣지도 않으면서.
"그 녀석이 왜? 너 그 녀석하고 벌써, 끝났잖아. 왜, 또 사귀재?"
참, 기가 막혀서. 아빠, 아빠는 끝나는 게 뭐 종이 조각 싹둑 자르듯이 그렇게 쉬워? 그러니까 아빠하고 나하곤 얘기가 잘 안 통한다는 거야. 아빤,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고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하지? 그건 착각이야. 내가 그 녀석한테 차이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리고, 뭐, 또 사귀어? 웃겨,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참, 아빠가 내 첫 데이트에 확실한 스폰서가 되어 주었구나. 그 애와 첫 데이트 날, 티셔츠, 치마, 레깅스, 머플러, 얼굴에 바를 팩트까지 아빠가 다 사 주었지.
"아빠. 에이 아니다. 됐어."

"뭐야. 뭔데?"

"됐어. 어서 마저 짜고 끝내주세요."

"너, 아빠한테 비밀 있지? 어서 말해. 또 간지럽힌다."

"아, 알았어. 그냥 몰라도 되는 얘긴데."

"이 녀석 보게. 지금 아빠 무시하는 거야? 아빠도 너만 할 때 사랑 비슷한 거 해 봤다고. 그러니까 아빠가 확실한 선배라고 할 수 있지. 너, 함부로 인생 선배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알았어, 오늘 말이야……. 아, 참. 아빠, 아빤 왜 내 여드름에 그렇게 집착해?"

"인마, 여드름 짜는 건 긴장과 희열의 연속이야, 묘한 느낌과 감각이 느껴지거든. 아니, 그건 농담이고, 아빠가 말했잖아. 이건 순전히 애프터서비스 차원이라고. 딸의 얼굴이 우유 빛깔이 될 때까지 완벽하게. 바야흐로 21세기는 서비스의 시대잖아. 그러니까 생산자가 고객에게 완벽하게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말씀. 뭐, 그런 거. 히히히."

"와. 완전 감동이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 그런데 생산자님, 오늘은 이 고객이 서비스를 거절하고 싶은데 어쩌지요? 아빠, 제발 오늘은 그만하자. 정말 아프거든."

"나도 내 딸 예쁜 얼굴을 점령하고 있는 이놈들을 보면 마음이 무지 아프거든!"
아프긴? 먹잇감을 노려보는 기분 좋은 포식자처럼 쩝쩝, 입맛까지 다시면서.
"아빠, 아빠도 학교 다닐 때 여드름 많이 났지?"

"응, 꽤 고생했지. 재린아, 무허가건축물이 뭔지 알아? 히히히."

"아, 침 튀겨. 웃지 말고 말해."

"무허가건축물, 아빠 중학교 때 별명."

"무슨 별명이 그렇게 많아. 건빵, 향토장학금. 그런데 무허가건축물은 또 뭐야?"
한두 번 들어본 별명이 아니다. 아빠의 삼총사 친구들이 모이면 어이, 아빠 눈이 작다고 건빵, 집에서 보내온 돈으로 공부한다고 향토장학금이라고 부른다. 향토장학금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건빵이라고 부르는 아저씨들은 내가 한번 씩 째려봐준다.
"무허가건축물은 여드름 난 애들을 놀리던 별명이야, 무질서하게 얼굴에 여드름 났다고."

"히히, 무허가건축물, 재밌네. 요즘 애들은 여신이라고 하는데."

"여신?"

"응, 여드름의 신. 아빠도 나처럼 여드름 때문에 누구한테 차인 적 있어?"

"차였지, 짝사랑 하던 여자애한테. 내가 고백하기도 전에, 그 애가 뭐라 한 줄 알아?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닌데 내 얼굴 보면 징그럽데, 만지면 고름이 묻어날 것 같고 밥맛이 떨어진데. 아, 그때 생각하니 괜히 또 열 받네."

"와! 대박, 아빠도 그런 적이 있었단 말이야?"

"인마. 아빠가 인생 선배라고 했잖아."

"엄마도 알아?"

"절대 모르지. 야, 쪽팔려서 어떻게 그런 얘길 하냐? 재린이 너랑은 동병상련이니까 하는 거지."

"히히히, 무슨 동병상련씩이나. 아빠한테도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몰랐어."

"야,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기분 참 꿀꿀하다. 흐흐흐!"
맞아, 여드름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 정말 꿀꿀한 얘기지. 아니야, 그렇게 꿀꿀한 스토리만 있는 것은 아니야. 처음 그 애와 데이트 약속 했을 땐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마음이 붕붕 떴어. 걔랑 같이 있으면 뭔지 모르게 기분이 참 달달했어. 아빠, 나 아빠한테 비밀이 있어. 나, 그 애랑 히히히……. 물론 첫 번째 데이트에선 아주 재미있게 영화보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었지. 그런데 두 번째 만났을 때, 그 애가 글쎄, 우리 집 놀이터에서 얘기하다가 갑자기 내 볼에 뽀뽀했어, 히히히.
"아, 아프다고! 그만 해. 아 진짜 아프다고!"

"이게 정말 짜기 힘든 부분이야. 어떻게 콧망울 밑이냐? 이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곳이라고, 좀 가만히 있어 봐. 그런데 딸, 정말 그 녀석이 여드름 때문에 너, 싫어 한 거야?"
아, 몰라 몰라! 그러니까 그 애가 말이야. 아씨, 되게 아프네. 어쨌든 불행이 시작 된 건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이고 그때부터 이마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어. 처음엔 별 신경 안 썼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원인이었던 것 같아. 그 애 만나러 나갈 때 줄기차게 바른 파우더, 그 팩트에 중독 됐다니까. 어딜 나가려고 하면 내 얼굴이 까매보여서 도저히 그냥은 안 되겠더라고. 무조건 열심히 발랐지.
"아빠, 나 여드름 나기 시작한 게 그 파우더 때문인 것 같아."

"그러니깐 달걀귀신처럼 얼굴 허옇게 보인다고 그만 바르라고 할 때 아빠 말 좀 듣지. 엄마가 그랬잖아, 어릴 때 화장하는 건 피부에 좋지 않다고, 그러니까 따님, 앞으론 조심하세요오."

"봐봐. 또 잔소리하잖아. 나도 안다고요오."
그런데 정말 쪽팔리게 그 쪼잔한 녀석이 어느 날부터 날, 슬슬 피하더니 완전 모른 체 하더라고.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어. 하긴, 뭐 그동안 내가 여드름 때문에 좀 예민해져서 만나면 짜증내고 신경질을 부린 적은 있지만 겨우 백일을 막 넘겼는데 말이 되냐고.
"아, 아파. 좀 살살해."

"쏘리, 요 코 밑에 있는 것만 짜면 돼. 이제 턱에 한 개 남았어."
어쨌든 아빠, 자존심 상해서 나도 모른 척 했어. 그런데 내 친구 소정이가 그러는데, 걔가 여드름 난 애 보면 징그럽다고 말하는 걸 들을 적이 있대. 나쁜 녀석, 여드름 난 게 뭐, 내 죄냐고!
"아얏!"

"야, 나왔다. 마지막 한 개, 별 거도 아닌 게 그렇게 애를 먹였네. 흐흐흐."

"뭐야, 지금 제일 우울한 파트를 생각하고 있는데, 히히."

"너도 웃으면서 뭘? 너 지금 눈가에 눈물 맺혔어.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하하하."
아고, 그렇게도 좋으세요?
그런데 아빠 오늘 녀석이 나한테 딱 결렸잖아. 오늘 체육시간에 남녀 이인삼각 경기 했는데 글쎄 줄을 서다보니 재수 없게 녀석하고 한 조가 된 거야. 선생님이 줄넘기로 빨리 묶으라고 하니까 녀석이 쭈삣쭈삣 멋쩍어 하면서 눈길을 돌리더라고. 그래서 내가 성큼 나서며 소리쳤어.
"선생님, 얘랑 같이 안 할래요. 이 녀석 대개 쪼잔하고 재수 없는 녀석이거든요."
금세 녀석의 얼굴이 발갛게 되더라고. 그래도 나는 녀석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않고 째려보면서 목소리를 깔았지.
"꺼져라, 재수 없는 녀석!"
갑자기 내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거 있지? 녀석을 볼 때마다 뭔가 꽉 막힌 것처럼 속이 답답했거든. 아, 지금 생각해보니 그 녀석한테 한 마디 더 했어야 했는데. 야, 재수탱이 박창현, 나 여드름, 아직도 있거든, 하고.
"아빠, 아빠가 그랬지? 여드름, 이거 청춘의 꽃이라고."

"암, 청춘의 꽃이지. 파릇파릇한 청춘에게만 피어나는 붉은 꽃."

"그럼. 이제 그만해. 짜증나도 꽃은 꽃이니까."

"야아, 그래도 가만있어 봐. 턱에 난 마지막 한 개는 짜야지."

"악, 아파!"
정말 못 말린다니까, 우리 아빠, 애프터서비스 정신은!
삽화2
이옥수_청소년 소설가. 1962년생청소년소설 『푸른 사다리』『킬리만자로에서 안녕』『키싱 마이 라이프』『개같은 날은 없다』『파라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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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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