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만난 사람

날씨에서 세상을 보는 지혜 - 반기성 교수

7월 날씨에서 세상을 보는 지혜,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요즘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발견되고 있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뭄이 지속되는가 하면, 가끔씩 예상치 못한 소나기에 홀딱 젖기도 하는 나날들입니다. 날씨만큼 변덕이 심한 녀석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이 변덕 심한 날씨를 사랑해 날씨 예보에 평생을 바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이자 대학에서 날씨에 관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반기성 교수입니다. 날씨 마스터, 반기성 교수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빗방울 소리에서 듣는 삶의 지혜 · 무엇이든 지나치지 않게 - 날씨가 가르쳐주는 자연의 질서, 적도(適度)
반기성 : 제가 군 생활을 오래했어요. 공군 기상 장교로 말이죠. 그런 탓인지 아무래도 맑은 날씨를 좋아하죠. 공군에 있으면서 날씨가 궂으면 아무래도 긴장하게 되고 하니까요. 그런데 제 아내가 비오는 날을 좋아해요...
날씨 예보의 전설로 불리는 반기성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날씨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겸연쩍게 말끝을 흐리며 순진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납니다.
반기성 : 예전에 연애할 때, 아내가 비오는 걸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비가 오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고... 특히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정말 좋아해요. 결혼한 후에 집을 얻을 때도 1층을 얻었어요. 빗소리를 들으려고 말이죠. 부부가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저도 비올 때 들려오는 소리가 좋아요. 그래서 비만 오면 창문을 활짝 열죠. 이렇게 말하니까,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좋다고 말하게 되네요.
세상은 보기 나름이라는 말은 이래서 맞는 모양입니다. 비 오면 아이스크림 장사하는 큰 딸 걱정이고, 맑으면 우산 장사하는 작은 아들 걱정이지만, 비 오면 우산 장사하는 작은 아들 때문에 좋고, 맑으면 아이스크림 파는 큰 딸 때문에 좋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반기성 : 군에서 제대하고 나니까 좋은 날씨만 기다리게 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하긴 날씨라는 게 언제나 상황에 따라 달리 보이거든요. 요즘 우리나라 중북부는 정말로 유례 없는 가뭄이에요. 소양강 댐이 이렇게 마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런 날씨에 비는 정말 축복이죠. 기자들이 태풍의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비가 많이 오냐고 물을 정도니까요. 이런 때는 예보관들도 ‘내일 날씨도 맑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아주 곤혹스럽죠. 이렇게 비를 기다리지만 그게 또 지나치면 독이 되지 않습니까? 지역에 따라서도 상황은 아주 다르고요. 무엇이든 적당할 때가 제일 좋은 거죠.
그의 말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의 지혜를 봅니다. ‘무엇이든 지나치지 않게!’ 그리스 델피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말이기도 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지나치지 않게’라는 말은 ‘적도(適度)’, 즉 우리말로 때에 맞게 적절한 정도를 지키는 일입니다. 날씨야말로 이런 지혜를 가르쳐주는 자연의 질서인가 봅니다.
반기성 : 기후라는 게 말이죠, 사람의 생활이나 인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지중해성 기후는 맑은 날이 많죠. 전체적으로 온화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에요. 또 감정도 풍부하고 그래서 격정적이죠. 이탈리아나 그리스가 그런 셈이에요. 반면에 독일과 같은 중북부 유럽의 경우에는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좋지 않은 날이 많아서 실내에 있어야 할 날이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사색적이고, 냉정한 편입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중시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죠.
기후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기후를 통해 세계인들의 성향을 읽어내는 그의 말에서 연륜이 느껴집니다. 내친 김에 날씨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습니다. 대답은 시원시원합니다.
반기성 : 제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도 말하지만 지구 상 문명들의 흥망성쇠를 보면 기후와 무관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해야죠. 기후가 변하면 자연의 모든 것이 그것에 적응해야 합니다. 북극곰을 보세요. 얘네들이 요즘 체중이 줄고 있거든요.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지구 온난화 말입니다, 자연스럽게 그것에 적응하는 겁니다. 곰들이 다이어트 하겠다고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는 거죠.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역시 자연의 일부인데 말이죠. 날씨 변화에 적응해야겠죠. 그러다보니 기질 차이도 생기는 게 아니겠어요. 날씨가 흐려지면 사람들의 공격성이 높아진다고 해요. 날씨가 좋으면 또 달라져요. 날씨가 우리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거겠죠. 직업상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야 하는 분들에게 날씨 변화가 얼마나 큰 정보가 되겠습니까?
기후가 변하면 자연의 모든 것이 그것에적응해야 합니다.
집사람이 제 예보를 안 믿어요! · 기상 예보관으로서 에피소드 - 날씨를 예보하는 사람들의 고충
그의 대답들에서 날씨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는 지혜를 엿봅니다. 그래서 이번엔 날씨 예보를 오래하면서 겪은 경험담들을 묻습니다. 기상 예보의 전설로 통하는 분이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반기성 : 날씨를 예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요즘이야 슈퍼컴퓨터 성능도 좋아져서 상대적으로 정확해졌지만, 어쨌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잖아요. 하물며 예전에는 더했죠. 신혼 때 이사를 가기 전에 집사람이 저한테 물어요. 다음 주 날씨가 어떨 거 같아? 그러면 저는 응, 괜찮을 것 같아 하고 대답해 주죠. 그럼 이사 날짜를 잡는 거죠. 그런데 꼭 이사 날이 되면 비가 온 거에요. 명색이 기상 예보관인데 말이죠. 요즘도 절 놀릴 때가 있어요. 막내가 있는데, 저한테 물어요. 날씨가 어떨 거 같냐고요. 제가 뭐라고 대답을 해 주면, 집사람이 아빠 말 믿지마! 하고 놀려요. 그런데 가끔 집사람이 맞을 때가 있어요.
옛 추억에 잠겨 웃으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인간미가 느껴집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중요한 행사가 있어야 날씨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 내리 열흘을 정확하게 맞추더라도 그런 날 한 번 예보가 틀려서 낭패를 보게 되면 기상 예보를 원망하게 됩니다. 열 번 중에 아홉을 맞추고 하나만 잘못했는데도 말입니다. 날씨를 예보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할 만 합니다.
반기성 :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80년대에 공군 기상대에서 근무할 때였어요. 한 밤중에 비상이 걸려서 뛰어가 보니 난리가 난 거예요.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전투기를 네 대나 띄웠는데, 갑자기 안개가 밀려와서 착륙을 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된 겁니다. 연료도 다 떨어져 가는데 말이죠. 얼른 당직 기상장교한테 어떻게 예보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가시거리가 좋을 거라고 예보했다는 거예요. 그랬으니 전투기가 떴겠죠. 하늘이 노래지더라구요. 예보에 대한 전체 책임을 제가 지고 있었거든요.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봤지만 이 공항 저 공항 모두 안개가 자욱해서 도저히 착륙을 유도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전투기들을 서해로 유도하기로 했어요. 최악의 경우엔 바다에 추락시키려 한 거죠. 지상에서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더 큰 인명 사고를 낼 수 있으니까요. 일분일초가 타들어가는 심정이었어요. 아, 여기서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그때 불현듯 횡성의 조그마한 비행장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워낙 작은 비행장이라 아무도 생각을 안했는데, 거기는 안개가 없었던 거에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죠. 횡성 비행장으로! 횡성! 그렇게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모두 무사히 착륙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요. 그날 제 군 생활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서 있었을 겁니다.
팍팍한 도시의 삶, 그리고 잃어가는 날씨의 즐거움 · 날씨 변화의 즐거움 - 기상예측하는 업을 선택하게된 계기
날씨란 소재 속에 이렇게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도시에서는 그저 비 오면 우산 쓰고, 햇빛 눈부신 날엔 선크림을 바르는 게 전부이니까요. 이처럼 빌딩 숲과 지하 통로가 많은 도시에서는 날씨를 제대로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매일의 일상에 쫓기는 누군가에게는 뉴스가 끝나고 나오는 날씨 예보가 채널 돌릴 준비를 하라는 신호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넌지시 도시의 각박한 삶에 대해 질문합니다.
반기성 : 다행히 집이 여의도에요. 근처에 큰 공원이 있거든요. 집사람과 함께 산책을 나가곤 합니다. 걷기에 좋은 푹신한 길도 있고, 날씨를 느낄 수 있는 식물들도 많구요. 햇볕이고 빗방울이고 모두 느낄 수 있죠. 감사한 일이죠. 사실 도시에서의 삶이 날씨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게 하는 게 사실이거든요. 날씨가 변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도 없어요. 그런데 도시에서의 삶은 그런 재미를 알기도 어렵죠.
날씨가 재미있다는 말씀에 어떻게 기상 예측하는 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묻습니다.
반기성 : 어렸을 때부터 날씨가 변하는 것이 늘 신기했어요. 비가 오려고 할 때 생기는 일들이 있잖아요. 기차 소리가 평소보다 잘 들리는 것, 강아지들이나 곤충들이 비오기 전에 하는 행동들. 모든 게 신기했죠. 그런 호기심을 자극해주신 어머님의 영향도 컸구요.
작년에 출간한 <날씨 토크토크>라는 책에서 이러한 일상 이야기와 어머님에 대한 사랑을 엿본 기억이 납니다. 이왕 날씨 전문가를 만난 김에 꿀팁을 하나 얻으려고 합니다. 기상 전문가로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동네를 꼽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반기성 : 날씨야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죠. 제 경우에는 제주도 동쪽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지역도 좋고, 전라남도 해남 근처 지역도 좋더라고요.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지형도 보고 기후도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그곳의 지형과 날씨를 보는 사람은 흔치 않을 듯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오히려 날씨와 상관없이 늘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기술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더우면 에어컨을 틀고, 추우면 보일러를 돌리고, 습도가 높으면 제습기를 돌리는 것이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정말 우리의 삶에서 날씨를 즐기는 맛이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를 통제할 수 있다면... · 인간의 무지에서 나타난 생태계 파괴 - 균형을 맞추는 ‘적도’의 중요성
이처럼 사람들이 점점 날씨에 영향 받지 않고 늘 쾌적하게 살기를 원하다보니, 최근엔 날씨를 통제하는 기술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반기성 : 개인적으로 그런 기술에 대해서는 반대해요. 물론 올해처럼 우리나라가 가뭄 때문에 고통을 받을 때는 인공 강우로 비를 내리고 싶기도 하죠. 인공 강우 기술이야 날씨를 통제하는 기술 중에서는 아주 초보적인 기술이고 그나마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응급수단이니까 생각해 보는 것이지만 자연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거든요. 저는 자연에 대해서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설국열차>라는 영화에서처럼 섣불리 손을 댔다가 더 큰 재앙을 만날 수가 있거든요.
답을 들으니 나비효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말은 기상 과학에서 유래한 개념입니다. 중국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분다는 말로 미세한 사건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반기성 : 카오스 이론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생태계를 파괴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기후 변화 때문에 자연에 성급하게 손을 대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날씨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유토피아 이야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인간의 무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에 대한 인간의 탐욕입니다. 쾌적한 삶을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지구 자원을 낭비해댄 결과가 요즘 같은 기상 이변인 것 같습니다.
반기성 : 저 역시 걱정이 많습니다. 기후로 인해 미래가 상당히 심각한 위기로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한 40년 넘게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 4~5년 전부터 날씨가 예전의 패턴을 따르지 않는 것 같아요. 예보하기가 어려워지는 것도 물론이지만 지구 온난화 문제가 어떻게 변해갈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우리가 무절제했던 탓이지요.
근대과학의 시작으로 점화된 계몽주의는 인간의 지성이 이 세계를 통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자연은 인간의 삶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정복의 대상이었던 셈입니다. 우리의 무절제했던 삶을 돌아보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토록 ‘적도’를 지키라고 말한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균형을 맞추는 삶, 이는 비단 한 개인의 삶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인류 모두가 지켜야 하는 삶의 격률이 아닐까 합니다. 40년 넘게 날씨를 예측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귀동냥하면서 삶의 지혜가 시대와 공간을 넘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은 날씨와 같습니다.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 변수를 받아들이는 마음 - 날씨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과 인생
반기성 : 날씨 예보를 하는 일을 오래 하면서 인생이 날씨와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일주일 뒤의 날씨를 예측하려면 우선 내일과 모레 날씨 예측이 정확해야 해요. 일주일 뒤는 내일과 모레 날씨를 계산한 결과로 예측하는 거니까요. 우리도 이렇게 미래를 설계하죠. 하지만 어디 그렇게 계획대로 되나요. 늘 변수가 있고, 상황은 바뀌죠. 날씨 예보도 그렇거든요. 아무리 정확하게 계산을 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죠. 중요한 건,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인 것 같아요. 날씨가 좋은 날도 있고, 험한 날도 있죠. 인생도 그렇잖아요. 좋을 때도 있고, 힘들때도 있죠. 하지만 요즘 너무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요. 사실 기후통계를 내보면 궂고 험한 날씨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오히려 좋은 날이 훨씬 더 많죠. 그런데도 우리는 안 좋은 날의 기억에 매달리게 돼요. 어쨌든 또 다시 맑은 날이 올 건데 말이죠.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처럼 인생도 변덕스러울 때가 있고, 삶은 그런 굴곡들로 채워지는 거잖아요. 하늘이 깜깜하더라도 그래도 지나고 나면 고난이 추억이 되기도 하잖아요.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 버리고 쉽게 포기해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여운이 깁니다. 인터뷰 내내 저를 편안하게 해준 넉넉함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궂은일도 담담히 견디어 내는 힘이 그의 너그러움의 원천이지 싶습니다. 긴 호흡에서 세상을 보는 태도 말입니다.
반기성 : 요즘 엄청 바쁘죠. 예전에는 날씨나 기후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럴 때 이 일을 시작하긴 한 건데, 요즘은 지구 온난화다 기상 이변이다 하면서 날씨나 기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런저런 강연과 수업으로 바쁘지만 이렇게 날씨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반갑죠. 날씨에 관심을 가지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거든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데, 그 작은 행복을 향유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우리가 너무 큰 것에만 욕심을 내고, 작은 것들을 무시해 버리고 마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과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조화로운 삶의 균형, ‘적도’를 찾아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적도’를 떠올려 봅니다. 조화로운 삶의 균형을 뜻하는 ‘적도’는 행복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적도’는 획일적이지 않습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또 사람들 각자에게 허락된 조건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오랜 가뭄 뒤에 내리는 비가, 지루한 장마 끝에 찾아오는 맑은 햇살이 무엇보다 큰 축복이듯이 말입니다. 삶에 있어 지혜롭다는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도’를 아는 일일 것입니다.
교수 반기성, (주)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저서 『날씨 토크토크』, 『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간 까닭은?』, 『날씨로 돈 버는 남자』, 『날씨가 만든 익사이팅 세계사』등
박승억 (숙명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사진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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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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