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오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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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吳起)의 생존법 ; 사람을 관리하라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인품을 꼽는 사람들이 있지만, 병법가인 오기(吳起)를 보면 인품이 성공과 비례하지 않거나 심지어 별개의 차원에 속한다. 《사기》'손자오기열전'에 의하면 오기는 작은 위(衛)나라 출신으로 병사 다루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나 고향에서 그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다. 오기는 자신을 잔인하고 의심이 많다고 비난하는 마을 사람 30여 명을 죽이고, 어머니 앞에서 자신의 팔을 깨물면서 한 나라의 재상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증자(曾子)에게 학문을 배우게 됐는데, 얼마 후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놀란 증자는 사제관계를 끊어버린다. 오기는 생존전략을 위한 병법을 배워 작은 노(魯)나라로 가서 군주를 섬기는 기회를 잡게 됐다.
동쪽의 강국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자 다급해진 노나라 군주는 병법에 능한 오기를 장군으로 임명하려 했다. 그러나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어서 충성은커녕 배신을 할 수도 있다고 주위에서 입방아를 찧어댔다. 그러자 오기는 망설임 없이 아내를 죽여 버리고 제나라 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물론 그는 노나라 장군이 돼 병사들을 잘 지휘했고, 제나라를 크게 무찔렀다. 그러고 나서 오기는 서쪽의 위(魏)나라로 가서 문후(文侯)에게 발탁되어, 곧 장군의 자리에 올라 진(秦)나라 성 다섯 개를 함락했다.
삽화
그런데 오기는 어떻게 문후의 신망을 얻은 것일까. 사마천은 '손자오기열전'에서 예시한 것이 바로 그가 종기를 빠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지만, 이런 위선 혹은 위장술을 할 수 있는 것도 그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면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세상의 이치란 제 아무리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과연 부하의 썩은 고름을 빨 수 있는 장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어찌되었든 간에 오기의 행동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면 그의 인품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는 있다. 필자도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아내마저 죽인 오기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고 사마천 역시 비판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분명하다. 때로는 조직 생활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술(術)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사를 위한 적당한 비굴과 굴욕이 아니라, 아랫사람을 잘 다루기 위한 적당한 위선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말은 쉬워도 결코 쉽지 않은 오기의 행동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생존법을 터득하게 된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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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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