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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로부터 일어난다
"나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지는 못한다. 이는 내가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일어날 수 있도록 한 것뿐"(편작창공열전)이라는 명언을 남긴 중국의 편작(扁鵲)처럼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의사도 드물다. 그가 명의가 된 계기는 이처럼 황당하기조차 하다. 그가 환후의 병세와 관련한 이야기는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그가 환후의 병세를 보고 치료도 하지 않고 물러나와 한 말은 바로 다음과 같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기에 한 말이었다.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면 사명(司命 ?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고대 전설 속의 신)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던 것입니다."
- 『사기』 '편작창공열전'
병입골수(病入骨髓)란 사자성어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자신을 불신하는 환후를 치료하지 않고 떠나버린 편작의 태도는 의사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편작이 말한 것을 통해 우리는 사마천도 말했듯이 고칠 수 없는 병이 여섯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교만하고 방자하여 병의 원리를 논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불치병이고,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이 아까워 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불치병이며, 입고 먹는 것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세 번째 불치병이고, 음과 양이 함께 있어 오장의 기가 불안정한 것이 네 번째 불치병이다. 몸이 극도로 허약하여 약을 먹을 수 없는 것이 다섯 번째 불치병이고,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것이 여섯 번째 불치병이다. 이러한 것 가운데 하나만 있어도 치료하기 매우 어렵다."
- 『사기』 '편작창공열전'
"미조이모(未兆易謀:조짐이 없으면 도모하기가 쉽다)"라는 말이 있다. 미세한 조짐도 간과하지 말라는 말로 어떤 사안이든 구체화되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방미두점(防微杜漸)과 같은 의미로 한비의 말이다. 길이가 천 길에 이르는 제방도 조그만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이며, 높이 백 척의 큰 집도 굴뚝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불티로 재가 된다. 그래서 전국시대 초기 위(魏)나라 재상 백규(白圭)가 제방을 순시할 때는 작은 구멍을 발견하자 곧 막았으며, 노인이 불조심을 할 때는 반드시 틈바구니를 흙으로 바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백규가 조사하면 수해가 없었고, 노인이 일을 하면 화재가 없었다. 제궤의공(堤潰蟻孔), 또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어리석은 자는 일의 실체가 드러나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에 비해 슬기로운 자는 일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그 움직임을 파악하여 대책을 강구하기 마련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수세적인 대처보다는 능동적인 대비가 중요하다. 화근의 싹을 미리 확인하고 대비하는 준비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
-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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