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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田單), 기발함으로 허를 찌르다
『사기』의 많은 편에서 장수들의 전기를 다루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마천이 살던 시대가 그들의 활약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원전 284년 연나라 소왕은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아 다섯 나라의 병사들을 이끌고 제나라를 공격하게 하여 제나라의 수도 임치와 70여 개의 성을 함락시켰다. 제나라는 거와 즉묵 두 성만을 지키고 있었고, 제나라 민왕 또한 피살되었다. 이때 제나라 장수 전단이 비상한 지혜와 군사적 재능으로 연나라를 깨뜨리고 구사일생으로 제나라를 지켜냈는데, 그는 기습 공격의 달인이었다.
작전이란 정규전인 정공법과 비정규 전술인 기습법으로 나누는데, 기병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장수는 그 변화가 무쌍하고 끊임이 없다. 정병을 구사하는 것도 기병과 마찬가지로 무궁하다. 정공법으로 주력부대와 맞서고 기습 전술에 따라 움직이는 유격 부대로 승리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용병의 기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정상생奇正相生(기습과 정공은 상생한다)이란 말이 그의 용병의 핵심이다. 군사적으로 볼 때 기정奇正이란, 비정규 전술과 정규 전술 모두를 말한다. ‘정正’이 교전을 시작할 때, 적진에 병사들을 투입하여 싸우는 정면공격 부대라고 한다면, ‘기奇’는 장군의 수하에 남겨두어 우측과 좌측의 날개가 되어 기습공격을 하는 부대다. ‘기정’이란 말은 ‘허실虛實’이란 말과 긴밀한 연계성을 지니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기정’이 병력을 실제 전투에 투입할 때 만들어지는 전술적인 배치 상황이라면, ‘허실’은 분산과 집결이라는 변화의 원칙을 적용하여 전쟁터에서 아군에게는 강하고 적군에게는 약한 형국을 조성하는 것이다. 즉, 형체가 있는 것으로써 형체가 있는 것에 응하는 것이 ‘정’이며 형체가 없는 것으로써 형체가 있는 것을 제압하는 것을 ‘기’인 셈이다.
적을 상대할 때 원칙에 입각하여 자신을 다지고 임기응변의 비책으로 적의 빈틈을 공격하는 것이 전술의 기본 축이라는 것이다. 맨 마지막에 이르듯, 기정은 전술의 변화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다른 전술이 겉과 속을 이루면서 연속해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마천은 《전단열전》의 맨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용병(用兵)의 도(道)는 정공법으로 싸우고, 기이한 계책으로 [허를 찔러] 승리하는 것이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기이한 계책을 무궁무진하게 낸다. 기이한 계책과 정공법이 서로 어우러져 쓰이는 것이 마치 끝이 없는 둥근 고리 같다. 대체로 기이한 병법은 처음에는 처녀처럼 약하게 보여 적군으로 하여금 [얕잡아보고] 문을 열어두게 하지만, 나중에는 그물을 벗어난 토끼처럼 날래져서 적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이는 전단의 용병법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전단이 승리로 이끈 전쟁과 마찬가지로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승진을 하고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정공법만으로는 힘들다. 때로는 기습과 역발상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너무 고지식하게 정공법과 원칙을 고수하다보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고 때로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음흉함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내 자신을 위장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승리를 움켜쥐는 일이 때로는 소중한 법이다.
-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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