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순우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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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곤, 소통과 유머감각의 달인
순우곤은 본래 제나라 사람으로 몸집은 작았으나 변설에 뛰어났고 익살스러운 외교관이었다. 그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예리한 풍자와 비유를 통해 앞에서는 상대를 웃음짓게 만들고 뒤돌아서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골계가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가 제나라에 머물 때의 일이다. 마침 제나라 왕은 순우곤을 시켜 따오기를 초나라에 바치도록 했다. 순우곤이 도성문을 나서 길을 가다 실수로 따오기를 날려 보냈다. 그는 한참 고민하다 빈 새장만 들고 가서 초나라 왕을 뵙고 천연스레 이런 말을 했다.
"제나라 왕께서는 신에게 따오기를 바치도록 했습니다. 물가를 지나는데 따오기가 목말라 하는 것을 보고 새장에서 꺼냈더니 날아가 버렸습니다.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사람들이 우리 왕을 보고 새 때문에 선비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다고 할까봐 두려웠습니다. 다른 따오기를 사서 가져올까 했습니다만, 이것은 신의없는 행위로 우리 왕을 속이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로 도망치려고도 했습니다만 두 나라 사이에 사신의 왕래가 끊길까봐 가슴 아팠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잘못을 자백하고 머리를 두드려 왕께 벌을 받으려 합니다."
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있지만 이처럼 역시 여유로운 사고가 사태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법이다. 양쪽을 다 거스르지 않으면서 만족하게 하고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데 말이다. 순우곤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왕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재치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문제는 그런 사고를 하는 순우곤의 유연성이 아니겠는가.
삽화
초나라 왕은 "제나라에 이처럼 신의있는 선비가 있었다니…"라며 순우곤에게 상을 내렸다. 그 재물은 따오기를 바쳤을 경우보다 배나 됐다고 사마천은 기록하고 있다. 위기를 헤쳐 나감에 있어 여유로운 사고와 유머 감각은 상대와 소통하고 사태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름길인 셈이다.
순우곤은 이렇듯 할 말을 다하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소통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늑대 가죽옷이 해어졌다고, 누런 개가죽으로 기우면 안 됩니다.狐?雖?, 不可補以黃狗之皮.「전경?중완세가(田敬仲完世家)」”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은 순우곤이 추기자라는 사람에게 충고하면서 한 말로서 임시방편의 발상은 결국에는 화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충고한 것이기도 하다.
소통의 기술은 아무렇게나 터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저마다 소통을 외치고 있지만 일방적인 것이 되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은 유머 감각의 부재 혹은 유연한 사고의 부재에 기인한다. 순우곤이 한 말이 촌철살인의 묘미가 있는 것은 한결같이 상대편이 공감하는 방향성과 내용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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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4-11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