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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유경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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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劉敬), 한 나라 수도를 바꾼 판단력
사마천의 사기에 묘사된 유경은 소신이 강한 사람이었다. 유경이 한 고조를 만나게 된 과정에 대해 사마천은 그 일화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한나라 5년에 농서군으로 수자리 살러 가면서 낙양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무렵 고조 유방도 그곳에 있었다. 유경은 양가죽 옷을 입은 채 제나라 출신인 우 장군(虞將軍)을 보고 말했다.
“신은 황상을 뵙고 국가에 보탬이 되는 일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 장군이 그에게 좋은 옷으로 갈아입히려 하자 누경은 이렇게 말했다.
“신은 비단옷을 입고 있으면 비단옷 차림으로 황상을 뵐 것이고, 베옷을 입고 있으면 베옷 차림으로 뵐 것입니다. 옷을 갈아입지 않겠습니다.”
우장군이 안으로 들어가 황상께 아뢰었다. 황상은 그를 불러 음식을 내려 주고 자신을 만나려고 한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한 말이 수도 문제였다. 어찌 보면 유경은 한고조의 욕망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지라르기 이미 말했듯이 인간의 욕망은 ‘삼각형’을 닮았다고 한다. 내가 누군가를 닮고 싶을 때 그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나 그 주변의 무언가를 욕망하게 된다고 말이다. 나와 그와 그의 물건을 세 꼭지점으로 이어지는 삼각형은 인간의 욕망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천하를 다스리려면 대상 보다는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를 굳건히 해서 제국의 기틀을 갖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낙양은 도읍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고조가 낙양에 매혹된 것은 분명 잘못된 삼각형이고 자칫 운명의 트라이앵글이 탄생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의 순간이 될 계기를 마련할 만한 것이었다.
삽화
사마천이 유경을 한 나라 건국 초기 제국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분류하여 숙손통과 함께 논하는 것은 그의 시대적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때문일 것이다. 그가 수도 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었던 용기와 배짱, 그리고 판단력은 고조로 하여금 그가 비범한 인재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특히 흉노 정벌 문제에 대해서도 유경만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여 유배까지 당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결국 고조가 흉노를 공격했다가 평성에서 곤경에 처했으니 유경의 판단은 다른 신하들이나 책략가들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절대 권력 앞에서의 소신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상당수의 권력자가 그래왔듯이 권력을 쥐면 판단은 흐려지고 능력은 등 뒤로 숨어 버리고 오만의 그림자만 드리워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자, 특히 최고 권력자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가 비일비재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경의 경우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 그 사안의 복합적 상황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전략과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은 드문 예외에 속한다.
그러므로 리더는 권력에 취해 자신의 곁에 간신인지 충신인지 구분할 줄도 몰라 조직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조직이란 리더 혼자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불변의 진리기에 그렇다. 그러기에 다음과 같은 사마천의 논평을 되새겨 보기로 하자.
"천금의 갖옷은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 털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높은 누대의 서까래는 한 그루의 나뭇가지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하 ? 은 ? 주 삼대의 성대함은 선비 한 명의 지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삽(千金之?, 非一狐之腋也; 臺?之?, 非一木之枝也; 三代之際, 非一士之智也.)" - 「유경 숙손통 열전」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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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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