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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이광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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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李廣), 장군은 전쟁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광(李廣)은 흉노에게는 거의 신화와 같은 존재였고 그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그러나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두려운 존재였던 그에게도 의외의 면모가 있었다. 청렴하여 상을 받으면 그것을 번번이 부하들에게 나눠 주었고, 음식도 군사들과 함께 먹었을 정도로 한없이 너그러운 장군이었던 것이다. 이광은 군사를 인솔할 때, 식량과 물이 부족한 곳에서 물을 보아도 병졸들이 물을 다 마시기 전에는 물에 가까이 가지 않았으며, 병졸들이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음식을 먹었을 정도로 아랫사람에게도 잘 대했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관대하면서 까다롭지는 않아 병졸들은 그의 지휘를 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광이 그토록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후의 지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광이 싸움의 방식을 몰랐기 때문이리라. 즉 주군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고 자기만족을 위해 전쟁을 했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처세와 정치의 기술이 서툴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출세하기를 바랐으니 정치 감각이 없어도 한참 없는 것이었다.
장군이란 단순히 전쟁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에도 눈을 돌리는 그런 지혜를 겸비한 덕장이어야 한다. 자신의 용맹만을 믿고 분위기를 오버해서 섣부른 경거망동을 하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
다음 구절을 보자.
“항복한 자를 죽이는 것보다 큰 화는 없습니다. 禍莫大於殺已降.” 「이장군열전」
삽화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는 법이다. 이광은 자신의 사촌 동생 이채李蔡가 사람됨도 시원치 않고 명성도 별 볼일 없는데 열후에 삼공의 지위에 오르고, 자신은 작위나 봉읍도 얻지 못하고 벼슬도 구경에 불과하자 내심 열등감을 가졌다. 자신의 관상이 열후에 봉해질 상이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구름의 기운을 보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왕삭王朔에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왕삭이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후회되는 일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광은 자신이 농서군 태수로 있을 때, 강족羌族이 모반을 일으켰다가 항복한 자가 8백여 명이었는데, 그들을 속여 같은 날에 다 죽였던 일을 말했다. 이 점을 가장 후회한다고 말하자, 왕삭이 그런 것이 바로 큰 화라며 지적한 것이다.
항복한 자들을 죽이는 것은 형벌을 가함에 있어서 삶아 죽이고 삼족을 멸하는 것보다 더 잔혹하며 형벌의 본의에도 가장 어긋나는 것이다. 품을 줄 모르는 사람은 다스릴 자격도 없다. 그것이 비록 한 번의 실수였다고 해도 말이다. 이광이 백성들 사이에 명망이 높았지만 영원한 선발대장에 머물게 된 것은 그의 심성 탓이었다. 이것이 그의 한계였다.
그러기에 우리의 조직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조직의 이치에 너무 밝아서 위아래만 수서양단처럼 살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어리석거나 아니면 순진하여 주변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도 곤란하다. 어떤 사람에게 자리가 주어지고 그에 적합한 봉급이 지급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맡은 자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단순한 직무상의 책임이 아니다. 특히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그 책임의 범주는 한없이 확장된다. 자신을 오판하여 과신하고 과시하여 최고 경영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리더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아량은 조직의 역학구도를 잘 살펴가면서 상하와 좌우의 관계를 잘 살피는 인간관계술이어야 한다. 역량이 있어도 그만한 자리에 올라가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역량 이외의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점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 깨달음은 빠를수록 좋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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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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