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남귤북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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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유익한 사람인가
후천적인 환경과 주변의 인물이 중요하다. 묵자비염墨子悲染이란 말이 있다. 묵자가 물들이는 것을 슬퍼한다는 말로, 사람은 습관에 따라 그 성품의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는 뜻이다.『묵자』「소염所染」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노魯나라의 사상가요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한 묵자가 어느 날 실을 물들이는 사람을 보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파랑으로 물들이면 파란색, 노랑으로 물들이면 노란색, 이렇게 물감의 차이에 따라 빛깔도 변하여 다섯 번 들어가면 다섯 가지 색이 되니 물들이는 일이란 참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러고 나서 묵자는 물들이는 일이 결코 실에만 국한되는 게 아님을 지적하고, 나라도 지향하는 바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망한다고 하면서 그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옛날 순 임금은 그 당시 현인 허유許由와 백양伯陽의 선善함에 물들어 천하를 태평하게 다스렸고, 우 임금은 현인 고요皐陶와 백익伯益, 은나라 탕왕은 이윤伊尹의 가르침에, 그리고 주나라 무왕은 태공망太公望과 주공 단旦의 가르침에 각기 물들어 모두가 천하의 제왕이 되었으며 그 공명은 천지를 뒤덮었다는 것이다. 묵자의 이런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천하에서 인의를 실현한 위대한 임금을 손꼽을 때 반드시 이상의 네 제왕을 말하는데 그 제왕들의 곁에 있었던 인물 덕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과 다른 경우도 예로 들었다. 즉 하나라의 폭군 걸왕傑王은 간신干辛과 추치推雉의 사악한 행동에 물들었고, 은나라 폭군 주왕紂王은 숭후崇候, 오래惡來의 사악한 행동에, 또 주나라 폭군 여왕견王은 장보長父와 영이종榮夷終의 사악한 행동에, 역시 주나라의 폭군인 유왕幽王은 부공이傅公夷와 채공곡蔡公穀의 사악한 행동에 각각 잘못 물들어 모두가 음탕하고 잔학 무도한 짓을 마음대로 행하다가 끝내 나라를 잃고 그 몸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였으며 천하에 씻지 못할 큰 치욕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 네 폭군의 곁에는 바로 이런 자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것이 묵자의 지적이다.
맹자가 한 말 중에서 일제인부지중초인휴지一齊人傅之衆楚人?之라는 말이 있다. 제나라 사람 한 명을 스승으로 삼고 초나라 사람 여러 명이 떠든다는 말로, 환경의 영향이 큼을 뜻하는 말로『맹자』「등문공하?文公下」 편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가 어느 날 대불승戴不勝에게 말했다.
“자네는 자네 왕이 착해지기를 바라는가? 내 그대에게 분명하게 말해 주겠네. 여기에 초나라 대부가 있는데 그 아들이 제나라 말을 하기를 바란다면 제나라 사람에게 가르치게 하겠는가, 초나라 사람에게 가르치게 하겠는가?”
“제나라 사람에게 가르치게 할 것입니다.”
맹자가 다시 말했다.
“제나라 사람 한 명이 그를 가르치는데 초나라 사람 여러 명이 떠들어 댄다면 비록 날마다 종아리를 때리면서 그가 제나라 말을 하기를 요구하더라도 될 수 없겠지만, 그를 데려다 제나라 서울의 장악莊嶽이라는 거리에 수년 동안 놓아두면 비록 날마다 종아리를 치면서 그가 초나라 말을 하기를 요구하더라도 또한 될 수 없을 것이네. 자네는 설거주薛居州를 착한 선비로 평가하여 그를 왕의 처소에 거처하게 하였는데 왕의 처소에 있는 자들이 나이 많은 사람이나 어린 사람, 계급이 낮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이 모두 설거주와 같다면 왕이 누구와 더불어 착하지 않은 일을 하겠으며, 왕의 처소에 있는 자들이 나이 많은 사람이나 어린 사람, 계급이 낮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이 모두 설거주와 같지 않다면 왕이 누구와 더불어 착한 일을 하겠는가? 설거주 한 사람이 홀로 송나라 왕을 어떻게 하겠는가?”
삽화
이런 맹자의 논법은 주위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는 소중한 이야기다.
그렇다. 리더는 주변에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가에 따라 성패의 여부가 달라지는 법이다. 자신이 만나고 자신과 교류하는 사람의 수준이 결국 자신의 수준임을 명심해야 되지 않을까.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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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1-08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