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실용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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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이고 가치있는 것에 집중하라
지상논병紙上論兵이란 말이 있다. 종이 위에서 병법을 말한다는 뜻으로, 이론에만 밝을 뿐 실제적인 지식은 없는 경우에 쓴다. 송대宋代 유극장劉克莊의 『후촌전집後村全集』 「답부감창答傅監倉」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전국시대 조나라에 조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 조사 밑에서 수많은 병법서를 읽어 병법에 능통했으나 병권을 물려받지는 못했다. 하루는 조사의 아내가 남편에게 아들을 홀대하는 까닭을 물었더니 조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군대를 다스리는 것은 국가의 존망과 관련된 일이거늘, 그 놈은 이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소. 만일 그에게 병권을 주면 조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오.”
그 뒤 조사는 세상을 떠났고, 얼마 지나서 진秦나라가 쳐들어오자 조정에서는 조괄을 대장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조괄의 어머니는 조정으로 달려가 조괄은 대장을 맡을 그릇이 못 되니 철회해 달라고 간청했다. 당시 재상이던 인상여도 조괄은 적임자가 아니라고 간언했으나 효왕은 듣지 않았다. 결국 자신만만하게 싸움터로 향한 조괄은 목숨을 잃었으며 그 군대도 몰살당했다. 자신의 어설픈 지식에 의해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활을 만드는 사람 삽화
우경이나 범저가 나라를 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수는 집 짓는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 아닌가. 활 만드는 사람도 그 분야의 최고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전문가의 영역에 훈수를 두는 것 자체가 전혀 지혜롭지 못한 것이니 군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해당 전문가의 직분을 무시한 어설픈 훈수는 일을 그르친다. 일이란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정치나 잘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웅변에 현혹되고, 정확한 언론을 배척하게 되면 국정이 문란해진다.
그런데 우경이나 범저와 같은 인물이 계속 나타나게 되는 것은 군주가 그런 자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국 집을 무너뜨리고 활을 부러뜨리게 되는 결과로 귀결되는데도 군주는 말을 잘하는 자들을 중히 여기고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그런 인사들을 곁에 두고자 하니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경은 목수를 나무란 것까지는 좋았으나 가옥이 파괴되었고, 범저가 활 만드는 자를 괴롭힌 것까지는 좋았으나 활을 부러뜨려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주의 곁에는 입에 발린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득실댄다. 웅변에 따라 인물을 선정하여 자리를 부여하게 되니 웅변가들은 군주의 녹을 먹기 위해 더욱 기이하고 자극적인 말을 하면서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그 폐해는 물론 군주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조직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해당분야에 아마추어적인 지식을 같고 프로의 흉내를 내서는 안된다. 우리 주변에서 일을 그르치는 많은 조직이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을 현장실무에 적용하려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전문성을 무시하다 보면 권위도 서지 않을 뿐 아니라 조직의 황폐함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 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 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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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11-1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