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원칙 편

  •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영상을 보시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재생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Play 안 될 경우 FAQ > 멀티미디어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양저가 장고를 군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할 때 한 말이 바로 이것이었다.
"장수란 명령을 받은 그날부터 집을 잊고,군영에 이르러 군령이 확정되면 친척을 잊으며,북을 치며 공격할 때에는 자신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지금 적들이 쳐들어와 나라가 들끓고 병사들은 국경에서 뜨거운 햇살과 비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왕께서는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음식을 드셔도 단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백성의 목숨이 모두 당신에게 달려 있거늘 송별회라는 말이 뭡니까."(『사기』 사마양저열전)
이런 양저의 단호함이 그를 리더로 이끌었다. 그러나 막상 전장에 가 보니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병사들을 달래는 일이 급선무였다. 양저는 냉소적인 병사들을 몸소 보살피며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입고 먹는 것도 병사들과 똑같이 했다. 그러자 얼마 후 병사들이 서로 전쟁터에 나가겠다고 다짐했고 진나라와 연나라 군대는 이 소문을 듣고 달아나거나 흩어졌다. 양저는 그들을 추격해 예전의 땅을 되찾고 대사마(大司馬)로 승진했으며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그를 헐뜯는 자들도 적지 않았으니 대부 포씨鮑氏, 고씨高氏, 국씨國氏의 무리가 바로 그런 자들이었다. 귀가 얇은 경공이 양저를 물러나게 하자, 양저는 말없이 물러났다가 세상을 떠났다.
양저의 단호함은 법이란 다스림의 근거이며 포악한 짓을 금해 선善으로 인도하는 원칙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준다. 어디 군대 뿐이겠는가. 법이 바르면 백성들이 충성을 다하고, 지은 죄를 정당하게 처벌하면 백성들이 복종하므로 리더가 된 자는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은 공사의 구분에서 비롯되는 법이고, 법과 원칙을 이행하는 것은 조직을 관리하는 자의 필수자질이다. 단호한 결단력과 엄격한 법치 리더십을 택한 양저의 선택은 혼돈의 시대의 확고한 삶의 지침이요, 자신만의 생존방식이었던 것이다.
장고는 죽었고 경공의 사자는 죽지 않았으니 유사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두 사람의 운명은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비주류가 택할 수 있는 성공의 승부수는 의외로 많지 않다. 만일 양저가 적절한 타협과 비굴로 낙하산 인사나 다름없는 장고를 사면해주고 사자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여 경공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면 그 조직에서 살아남아 공을 세울 수 있었을까.
그러기에 성공하려는 리더는 우선 철저한 원칙과 소신을 통해 조직을 장악해야 하며, 그래야만 위기 대처 능력이 생기는 법이다.
자신이 세운 원칙이 무너지면 신뢰 역시 땅에 떨어지고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달아나 버리는 법이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13-09-06

소셜 댓글

SNS 로그인후 댓글을 작성하시면 해당 SNS와 동시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