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변화관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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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모개朝令暮改’란 말은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과 함께 쓰인다. 조삼모사를 잠시 소개한다.
송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이가 있었다. 저공은 식구들의 양식을 줄여 가면서까지 원숭이를 길러 서로 마음이 통할 정도였다.
그러나 원숭이 수가 점차 많아져 먹이를 충당하는 일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저공은 원숭이들을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너희에게 도토리를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려고 하는데 어떠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아침에 도토리 세 개로는 배가 고프다며 화를 냈다. 저공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면 어떻겠니?”
원숭이는 모두 기뻐하며 좋다고 했다. 여기서 저공은 분명 꼼수로 원숭이를 속인 것이다. 간사한 꾀로 일시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저공처럼 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조직을 관리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큰 일을 하는 경우에 말이다.
이와 반대되는 이야기도 있다. <한비자>에 나오는 수주대토守株待兎 란 고사성어다. 송宋나라 사람으로 밭을 가는 자가 있었다.
밭 가운데에는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토끼가 달려가다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농부는 쟁기를 놓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다시 토끼 얻기를 기다렸다. 토끼는 다시 얻을 수 없었으며, 그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지금 고대 제왕의 정치를 좇아 현재의 백성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모두 그루터기를 지키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 한비의 논점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정치라 할지라도 옛날의 방식을 그대로 현대에 적용시키려 한다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기존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가는 시대에 뒤처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루터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저 농부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개혁이란 말이 화두이고 혁신이니 하면서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한다. 물론 좋은 말이다. 조직을 다스리는 것은 분명 시대의 변화와 세태의 추이를 따져가면서 해야 한다. 여기에 과거의 방식에 얽매여 대사를 그르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지나친 융통성 발휘는 오히려 해가 되는 법이다. 잦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조직의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 일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현실을 직시하는 안목을 갖되 철저한 검증과 구체적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일관된 원칙으로 이끌어 나가는 뚝심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프로는 능수능란하다.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귀신같이 일을 처리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원칙도 별게 아니다. 백성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일은 건드리되 본질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물건을 보관할 때 자주 자리를 옮기면 쉽게 손상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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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08-2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