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동양고전-리더의 자격] 동기부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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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분석하는 한비의 사고는 냉철하다. 그러기에 아랫사람의 충성을 기대하는 윗사람이야 말로 대단히 어리석은 존재고, 윗사람이 나만을 내치지 않겠지 하는 아랫사람의 생각도 바보 같기는 마찬가지다.
《한비자》〈내저설 하〉편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위衛나라의 어느 부부가 기도를 드리는데, 부인이 축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공짜로 베 100필을 얻게 해주십시오.”
남편이 물었다. “어째서 조금만 바라오?”
그녀는 대답했다.“이보다 많으면 당신이 첩을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이불을 덮고 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일화다. 인간의 성품은 선하지 않고 모든 것이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유가 허를 찌른다. 그러니 한 이불 속의 부부도 아니고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닌 군주와 신하, 백성과 백성 사이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풍년이 들어 나그네에게 곡식을 주는 선행도 식량이 많이 생겨 남아돌기 때문이라는 게 한비의 논리다.
말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을 위해 일을 하는 이기적 존재임을 알라는 말은『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견해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즉 도킨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으며, 이는 자기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춘추 전국시대의 혼돈기의 중국에서 왕들이나 대부나 백성들이나 자신들의 몫을 챙기기 위해 분야와 역할만 달랐을 뿐 추구하는 바는 모두 같았다는 것이 아닌가. 군주가 목표로 하는 것은 패권이었으며 땅을 넓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여 상대를 굴복시켜 부귀영화를 누리려 한데 있었다고 본다면, 대부들은 그 밑에서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영달을 도모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주인과 머슴의 위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이 머슴에게 잘 대해주는 것과 머슴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저마다 추구하는 목적이 바로 이익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해관계가 더욱 철저해진 오늘날 이 시점에서 개인의 이익 증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역시 당연한 행동인지 모른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각자 생각하는 이익의 정도는 다르다. 하지만 남을 위해 죽도록 일한다는 생각보다 내 자신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면 상대에 대한 파악도 어렵지 않으리라. 그러니 저마다 생존을 위해, 그리고 퇴출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조직을 위해 일한다고 주장하지 말기로 하자. 우리가 적절한 비굴과 자기기만을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 자신의 가족을 위하고 나를 위해서가 아닌가.
기업을 비롯한 조직사회에서도 온정적인 인간관계보다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성과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을 탓하지 말자.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본다면, 주인과 머슴의 관계처럼 저마다 보는 것만큼 서로 믿는 삶의 지혜가 솟아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서로가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런 이해관계의 틀 속에서 서로 정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험난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전략이 아닐까 싶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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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08-24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