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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동이나 상황을 두고도 그때마다 평가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고 세상사이다. '거촉(擧燭)'이란 단어를 달리 읽고 해석했다는 고사처럼 상황에 따라 달리 변하는 인간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거대한 조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절대권력자인 군주와 마주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신하가 군주를 설득 한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해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상대방의 심리 상태나 변화를 따라가야 설득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비는 상대방의 심리 변화에 따르는 설득의 어려움을 말하고자 미자하의 이야기 즉 ‘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고사를 예로 들었다. 사랑을 받을 때와 미움을 받을 때가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일화다. 즉 평가하는 갑의 문제이지 평가를 받는 을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한편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에게 간언하고 설득하는 자는 군주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살펴본 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비자》에서는 미자하의 이야기를 마친 후 ‘역린逆鱗’에 대한 한마디를 덧붙이고〈세난〉편을 마무리 짓는다.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설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린이란 임금의 노여움, 군주의 비위를 말하는 것이며 이것을 건드리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 것을 충고하는 말이다.
한비가 자신이 설득하려던 진시황에게 오히려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기에 이 이야기는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조직을 거느리는 리더 역시 자신의 조직원들이 늘 이리저리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의견을 제시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리더는 막강한 권세를 갖고 있기에 혹시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구성원들로 둘러 쌓일 수 밖에 없다.
윗사람의 신임을 잃기는 쉬워도 믿음을 오래 간직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랫사람이 몇 배로 신경 써야 한다. 논리냐 감정이냐 하는 문제를 따져보면 문제는 간단하다. 모든 인간관계를 이해관계로 규정하는 한비의 시각을 적용한다면 우리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고 다스려 추호의 감정적 처사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랫사람의 감언이설에 속아 설득 당해서도 안되고, 자신의 감정의 기복에 따라 판단의 잣대를 달리 들이대서도 곤란하다.
법과 원칙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조직은 살고, 리더의 감정, 즉 인치人治에 의존하는 조직은 쉽게 허물어진다. 이것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칙 중심의 사고와 판단이 리더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조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와 중국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정관정요> 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현대화에 기여해왔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국능률협회, 현대 리더스포럼, 한경아카데미 CEO 특강,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휴넷, KBS라디오, 한국경제TV, 오마이뉴스TV 등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및 기업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다. 현재 KBS라디오(대전)의 ‘김원중의 사기열전’. 그리고 <동아일보>에 매일 ‘한자로 읽는 고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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