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제조 공장에서 만난 여인

1945년 사진작가 데이비드 코노버는 여성 노동자들을 촬영하기 위해 낙하산 제조 공장을 찾았다가 매력적인 외모의 한 여인을 만난다. 그가 여인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제안하자 그녀는 공장을 배경으로 거침 없이 포즈를 취했다. 여느 배우 못지 않은 남다른 끼를 갖고 있는 그녀를 보며 사진작가는 매우 놀란다. 이 여인의 이름은 노마 진, 나이는 겨우 열 아홉 살이었다. 그녀는 고아원과 양부모 집을 전전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안정적인 삶을 위해 16세에 결혼을 했지만, 남편이 입대를 하게 되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탄치 않았던 배우의 길

배우나 모델이 되지 않겠냐는 사진작가의 제안에 용기를 얻은 노마 진은 공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이혼한 뒤 본격적으로 모델 활동을 시작한다. 백화점 모델로 일하던 중 폭스 스튜디오 관계자의 눈에 띄어 배우 계약을 맺게 된 노마 진은 외모는 물론 미소 짓는 법까지 바꾸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금발의 여배우에 어울리는 ‘마릴린 먼로’라는 예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이후 단역으로 처음 영화에 출연하지만 그녀가 나오는 장면이 편집과정에서 모두 삭제되는 등의 수모를 겪는다. 그래도 꾸준히 여러 편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지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결국 별다른 성과도 없이 스튜디오와의 계약이 만료되고 만다.

꿈을 향해 질주한 헐리우드의 금발 미인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동차까지 고장이 나자 마릴린 먼로는 수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달력용 누드 사진을 찍는다. 항상 포기하지 않고 배역을 찾았던 그녀는 <아스팔트 정글>이란 작품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아 최선을 다한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으며 처음으로 주목받는다. 이후에도 마릴린 먼로는 꾸준히 영화에 출연했지만 ‘멍청한 미소를 지닌 헐리우드의 금발 미인’이라는 혹평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위대한 극작가 안톤 체홉의 조카이자 유명한 연기 지도자인 미카엘 체홉의 지도를 받으며 부족한 연기력을 보완한 끝에 헐리우드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그녀, 마릴린 먼로

비로소 실력 있는 배우로 주목을 받게 된 마릴린 먼로. 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과 누드 사진 모델 등의 과거사가 구설수에 오르며 또 한번 위기를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순수한 소녀와 매혹적인 여인이 공존하는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아픈 과거를 털어 넣는 그녀의 모습에 대중은 오히려 매료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마릴린 먼로는 영화 <나이아가라>에서 악역을 맡아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며 섹스 심벌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영화 속 그녀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그녀의 얼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마릴린 먼로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 등의 흥행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