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라는 직업을 버린 작가 지망생

1927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에 ‘에릭 블레어’라는 이름의 한 청년이 경찰로 근무하고 있었다. 제국주의의 앞잡이처럼 식민지에서 경찰로 살고 있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블레어는 드디어 큰 결심을 하고 영국으로 돌아간다. 경찰을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레어는 안정적인 직업인 경찰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위해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같은 유명 작가들이 활동하는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 도착한 그는 호텔에 머물며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생각과 달리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고 만다. 결국 생활비가 바닥난 블레어는 파리에서 만난 러시아인 친구와 함께 일자리를 찾아보기로 한다.

새로운 필명, 조지 오웰의 탄생

블레어는 친구 덕분에 호텔 카페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게 되었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접시만 닦는 생활이 계속되자 점점 지쳐갔다. 결국 블레어는 영국에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여비를 받아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로써 파리에서의 작가 활동은 실패로 끝났지만 자신이 겪은 밑바닥 생활을 바탕으로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집필을 완료한 블레어는 자신의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지만 번번히 거절당하며 또 다시 실의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출판사의 편집자가 블레어를 찾아와 블레어의 책을 출판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논의 끝에 책의 제목과 필명을 정하는데, 이때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이 탄생하게 된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 부상을 입다

1932년 11월 19일, 무명의 신인작가 에릭 블레어가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이후 오웰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르포 형식의 소설들을 발표하며 비평가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오웰은 스페인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당시 스페인에 인민전선 내각이 들어서게 되자 이를 반대하는 군부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오웰은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털어 스페인으로 향했고, 여러 나라에서 온 좌파 연대 의용군에 합류한다. 하지만 제대로 훈련을 받지도 못한 채 전선에 배치된 오웰은 목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곧바로 병원에 실려간 오웰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목소리가 상하고 손가락이 마비되는 후유증에 시달린다. 부상을 당한 오웰은 결국 영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시골집에서 몸을 추스르며 새로운 작품 구상에 들어간다.

세기의 대작 <동물농장>의 탄생

어느 날 한 소년이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몰고 가고 있는 모습을 본 오웰은 새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오웰은 동물의 관점에서 소련의 정치 체제를 풍자하는 소설을 쓰게 되었으니 이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동물농장>이다. 오웰은 자신의 소설이 금방 출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출판사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냉담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출판사에서 1년이 지나서야 출판한 <동물농장>은 발표되자 마자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비평가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경찰을 그만둔 후 18년 동안 늘 생계를 고민해야 했던 ‘에릭 블레어’는 비로소 최고의 작가 ‘조지 오웰’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