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이미 답을 찾아낸 단 한 명의 과학자

1684년, 영국의 과학단체인 ‘왕립학회’에서 크리스토퍼 렌, 에드먼드 핼리, 그리고 로버트 훅까지 3명의 학자들이 모여 행성의 궤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역제곱 법칙을 활용해 천체의 운동 법칙을 이끌어내려던 그들의 노력은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주의 운동 법칙을 알아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학자들은 결국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고 헤어진다. 얼마 후 에드먼드 핼리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아이작 뉴턴을 만난다. 핼리가 왕립학회에서 행성의 궤도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탄하자, 뉴턴은 자신이 그 답을 이미 20년 전에 알아냈다고 답한다. 핼리는 깜짝 놀라 뉴턴에게 그 결론을 얻게 되기까지의 계산 내용을 부탁했고, 뉴턴은 자료를 찾으면 보내주겠다고 약속한다.

뉴턴의 짧은 논문이 증명한 행성 궤도의 법칙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 뉴턴은 약속한 계산 내용을 보내주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핼리는 다시 뉴턴을 직접 찾아가 관련 연구자료를 부탁한다. 핼리의 거듭된 간청에 난처한 표정을 짓던 뉴턴은 마지 못해 9페이지 분량의 짧은 논문을 보여주었고, 이를 본 핼리는 그의 답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놀란다. 과학계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발견을 20년 전에 알아내고도 왜 지금꺼지 발표를 하지 않았냐는 핼리의 질문에 뉴턴은 그제서야 과거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다.

뉴턴을 괴롭힌 로버트 훅과의 논쟁과 설전

1665년, 영국에 페스트가 대유행하면서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뉴턴은 학교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뉴턴은 이때에도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했고, 2년의 시간 동안 미분과 적분, 빛과 색 이론 등 역사를 바꿀 만한 놀라운 발견들을 연이어 해냈다. 이로 인해 뉴턴은 과학계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뜻하지 않게 한 학자와의 설전을 벌이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로버트 훅이었다. 훅은 화학, 물리학, 천문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왕립학회의 실험관리자였다. 평소 조심성이 많고 완벽주의자였던 뉴턴은 무려 3개월 동안 훅의 반론에 대한 답을 준비했다. 당시 두 사람은 연이어 거친 논쟁을 벌였고, 이후 껄끄러운 관계로 남게 되었다. 이에 뉴턴은 로버트 훅과 또다시 이러한 논란이 벌어질까 염려하여 긴 시간 동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17세기 최고의 걸작, <프린키피아>의 탄생

결국 핼리의 설득으로 뉴턴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했고, 2년 후 총 3권 중 1권의 분량을 먼저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 또다시 로버트 훅과의 악연이 반복됐고, 분노한 뉴턴은 더 이상 책을 집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하였으나 핼리의 간곡한 설득으로 드디어 3권의 책을 최종 완성한다. 핼리의 자비를 들여 제작된 이 책이 바로 뉴턴의 대표작 <프린키피아>였다. 뉴턴의 역학을 집대성한 17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책을 통해 뉴턴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 명성을 얻게 된다. 이처럼 뉴턴의 성공 뒤에는 핼리의 도움이 컸는데, 핼리 또한 뉴턴의 역학을 바탕으로 혜성의 등장을 예언했고, 그의 예언대로 1759년에 나타난 혜성에 그의 이름을 붙였으니, 그것이 바로 ‘핼리 혜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