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회는 <오징어 게임>을 다뤄보기로 한다. 물론 음식 이야기가 중심이다. <오징어 게임>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오면서 드라마가 진행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도 지극히 한국적인 것들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외국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도 했으니 흥행이란 게 참 모를 일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에서 제일 유명해진 한국의 놀이와 군것질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였다. 달고나는 지금은 초등학교, 그 전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전국의 숱한 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쭈그리고 앉아 즐기던 놀이이자 군것질거리였다. 특히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에는 아이들의 코묻은 돈을 노리는 갖가지 행상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번데기, 고구마 튀김, 오징어 튀김, 해삼 멍게, 떡볶이 그리고 달고나 등을 파는 장수들이 줄지어 좌판을 펼치고, 오가는 어린 고객을 붙잡으려 애썼다. 달고나는 도시마다, 지역마다 이름이 달랐는데 또뽑기, 뽑기 등으로도 불렸다. 그것도 그냥 설탕을 녹여 끓여 투명한 사탕처럼 만든 것도 있었고, 소다를 넣어서 황금색으로 부풀린 것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 속 달고나는 후자에 속한다. 달고나를 하나 사서 야금야금 먹다가 부서지면 남은 걸 입에 털어넣는데, 단 것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감질나는 양이다. 그래서 어릴 적 집에서 해먹겠다고 시도를 하다가 국자를 태워먹거나 손을 데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해삼 멍게는 생물인 해삼과 멍게를 조그만 도마에서 썰어서 납작한 접시에 담고 초고추장을 끼얹어 주면 사과에 꼽힌 안전핀을 뽑아서 찍어먹었다. 요즘 위생 기준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아슬아슬했다는 느낌도 든다. 번데기는 어쩐 일인지 대개 빙글빙글 돌아가는 ‘뺑뺑이’를 겸비한 행상들이 많았다. 찍어서 한 봉지, 열 봉지, 그리고 아주 좁은 칸에 백 봉지라고 쓰인 경우가 있었으니 달고나가 실력으로 뽑는 스릴을 즐긴다면 번데기는 운을 시험해보는 사행심에 기댄 것이라 하겠다. 그럼 달고나는 빼고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에 관해서 나오는 순서대로 짚어보자.

<오징어 게임>은 흑백으로 시작하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설명으로 프롤로그가 끝나면 타이틀이 나오고, 곧바로 식사 장면으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쌍문동에 사는 기훈(이정재)의 집에서 기훈이 밥을 먹는 장면인데, 함께 사는 노모가 둥그런 양은 밥상에 차려준 식사다. 밥만 공기에 담겨있고 반찬은 모두 타파웨어에 담겨있다. 밑반찬을 해두고 냉장고에서 꺼냈다 다시 넣기를 반복하며 몇 끼를 때우는, 그야말로 반찬은 요리가 아니라 밥을 넘기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인 어려운 살림이란 걸 보여준다. 노모가 나물 행상을 해야 하기에 변변한 반찬거리를 만들 시간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한국가정의 상차림이다. 역설적으로 한국식 식사는 밑반찬 몇 가지만 있으면 몇 끼고 밥을 먹을 수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며칠 뒤에 기훈이 생선장사를 하는 상우(박해수) 어머니에게서 고등어를 얻어오는 장면이 있다. 뒤에 이어지는 식사 장면에 변화가 생긴다. 밑반찬이 담긴 타파웨어를 늘어놓은 상차림은 여전하지만 가운데 갓 구운 고등어가 놓여있는 것이다. 번듯한 접시에 담겨있는 생선구이. 이 얼마나 훈훈한 가정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인가. 반세기 이상 고등어는 한국 서민들 밥상에서 든든한 우군이었다. 산울림으로 유명했던 가수 김창완이 거의 40년 전에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를 발표하였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그 시절에도 서민들이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었던 고등어가 현재 시점에서 특별식으로나 상에 올라오는 기훈네 살림살이의 곤궁함을 잘 나타내는 장면이다.

기훈이 생일을 맞은 어린 딸 가영에게 떡볶이를 사주는 장면도 상징적이다. 딸은 엄마가 평소에 불량식품이라서 못 먹게 하지만 자기는 아빠가 사주는 떡볶이가 새 아빠가 사준 스테이크보다 훨씬 더 맛있다고 한다.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무능한 아빠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갈비도 맛있고 불고기도 맛있지만 스테이크는 낯선 만큼이나 한국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말로만 등장하던 스테이크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 진짜로 나오면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 이 부분은 뒤에 가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다.

드라마 속에서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식사를 제공받는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것이 알루미늄 도시락이다. 밥 옆에 반찬으로 김치볶음, 멸치볶음, 콩자반이 들어있고 밥 위에는 계란부침이 얹혀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한국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도시락이 아닌가. 이정재 아니, 기훈이 순진하게 웃으며 옛 추억을 이야기한다. 옛날 학교 교실에 겨울이면 조개탄 난로를 피우던 시절, 도시락을 난로에 얹어서 데우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최고령 참가자인 001번 할아버지도 이런 도시락을 많이 먹었다고 공감을 한다. 매일 아침 아이들 도시락 싸고 자기 도시락을 싸느라고 마누라가 많이 고생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수십 년 전에는 직장인들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조미료를 많이 넣은 외식을 매일 사먹는 것보다 주부가 정성스레 싸주는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웰빙 도시락을 선호하는 가정의 경우 도시락을 싸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직장인들은 점심을 거의 밖에서 먹는다. 기업이나 관공서의 구내 식당을 위탁받아 경영하는 대기업들도 많고, 학교 급식도 영양이나 위생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오늘날 그런 상황에서 지내다가 드라마에 나오는 알루미늄 도시락을 보니 더욱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으로 일약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가 된 황동혁 감독은 운이 좋아 뜬 것이 아니라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문제작이며 흥행작인 작품들을 연달아 내놓은 원래부터 워낙 실력이 탄탄한 연출자였다. 그는 감탄할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을 쓴 연출을 보여준다. 보통 소품으로 나오는 도시락이나 밥상 위에 올라온 밑반찬 같은 건 미술감독이나 소품 담당이 준비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감독의 구체적인 지시나 연출의도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도시락 반찬엔 몇 점이기는 하지만 김치가 아니라 김치볶음이 들어있다. 김치는 국물이 흐르기 쉽고 냄새가 나서 따로 병에 담는 게 아닌 경우에는 김치볶음으로 만들어 넣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맛도 좋아서 없는 살림에 만만한 메뉴이기도 하고. 이런 디테일이 작품 곳곳에 보인다는 이야기다.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소득이 늘어나면, 좀 상스럽게 표현해서 먹고 살만해지면, 사람들은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습성이 있다. 이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옛날의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즐기려는 의도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서 현재의 행복을 재확인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억하기론 학창시절의 알루미늄 도시락을 메뉴로 최초로 만들어 판 건 개그맨 전유성인 것 같다.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그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인사동 어딘가에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분식점 비슷한 것을 열었다. 초등학교 이전의 ‘국민학교’ 교실 같이 꾸며놓은 곳에서 ‘추억의 도시락’이라는 메뉴를 팔았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것과 같은 모양의 도시락을 팔았고, 손님들은 조그만 걸상에 앉아 조그만 책상을 식탁삼아 먹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뒤로 이런 레트로 컨셉을 도입해서 성공한 백종원의 ‘새마을 식당’에서도 ‘옛날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류의 메뉴를 내는데 여전히 팔리는 걸 보면 인기가 꾸준한 모양이다. 전국 삼겹살집 가운데 이러한 메뉴를 내는 곳이 여러 군데인 걸로 알고 있다.

게임이 진행되며 ‘탈락자’가 늘어나고 남은 사람이 줄어들면서 식사는 묘하게 전만 못해진다. 다음번 식사로 나오는게 빵과 우유다. 기훈은 흰 우유를 받아들고 넉살좋게 자신은 흰 우유를 못먹으니 초코우유는 없냐고 묻다가 잠시 후 제정신이 든 듯 얼른 포기한다. 유당 불내증, 젖당 불내증이라고도 하는 이 증상은 몸안에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우유를 마시면 복통이 오고 설사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어려서부터 유제품을 많이 먹는 서양사람보다 동양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국민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흰 우유를 마시면 속이 살살 아프고 설사를 하기도 했는데, 희한하게 설탕이 들어간 초코우유나 딸기우유를 먹으면 괜찮았다. 지금은 흰 우유를 마셔도 멀쩡해서 잘만 마시는데 언제 체질이 바뀌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무튼 빵 하나와 흰 우유를 먹는 건 옛날 한국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추억이다. 드라마에서는 소보로빵인데 황동혁 감독보다 좀 더 나이를 먹은 세대에게는 삼립 크림빵이 더 어필한다. 모든 학교의 매점과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삼립 크림빵의 인기는 대단했다. 동그란 보름달 같은 모양의 빵 두장 사이에 마가린에 설탕을 섞어 만든 ‘크림’을 넣은 것인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삼립 크림빵은 오랫동안 국민 간식이었다. 황석영의 단편 ‘삼포가는 길’의 마지막 장면에도 나온다.

(전략)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장을 꺼냈다.
“저 여잘 보냅시다.”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샀다.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우린 뒤차를 탈 텐데...... 잘 가슈.”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아무도...... 안 가나요.”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하략)

천원이면 두 사람의 기차표를 사고도 남던 시절 이야기다. 한참 클 나이에 간식으로, 아니면 바쁘게 등교하느라 아침을 거른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일찍 까먹고 점심시간에 사먹던 빵과 흰 우유. 황동혁 감독은 이에 대한 모든 이의 추억을 드라마 사이 사이에 소환한다.

그 다음번 식사는 사이다에 삶은 달걀이다. 이건 한 끼 식사에 한참 모자라는 양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싸움이 나고 또 하나의 비극이 시작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조합은 시청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반가운 울림이다. 소풍이다. 소풍을 갈 때면 없는 집 아이들도 사이다 한 병에 삶은 달걀을 먹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삶은 달걀은 만만한 군것질거리라서 기차 안에서도 많이 팔았다. 경상도를 거쳐 돌아가야 했기에 열 다섯 시간 이상을 가야했던 청량리발 강릉행 중앙선 완행열차에 ‘고래잡으러 가던’ 젊은이들, 휴가 나왔다가 귀대길에 오른 숱한 장병들, 청평이나 가평으로 통기타를 들고 엠티를 가던 남녀 학생들, 모두 열차 안에서 버스 안에서 삶은 달걀을 까먹던 기억이 새로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찐 고구마나 삶은 달걀은 퍽퍽해서 목이 메기 십상이다. 여기에 궁합이 맞는 음료가 사이다인 것이다. 사이다를 먹으면 목구멍이 시원하게 뚫리기에 사이다를 먹고는 꺼억 하는 트림이 나와도 평소처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요새는 아예 답답한 사람이나 시추에이션을 ‘고구마’, 시원한 사람이나 발언을 ‘사이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오징어 게임>에서 회를 거듭하면서 식사도 변해간다. 도시락에서 빵과 우유로, 거기에서 삶은 달걀과 사이다로 계속 열악해지는 식사는 급기야 찐 옥수수와 찐 감자까지 내려간다. 찐 옥수수와 찐 감자는 주식을 제대로 먹을 때는 참 맛있고 즐거운 간식이지만 이를 주식으로 대신해야 한다면 무척이나 비참해지는 상황이다. 황동혁 감독은 실제로 쌍문동에서 살았고, 홀어머니가 고생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드라마 속의 상우처럼 서울대를 나왔다. 옛날에는 누구나 노력하면 서울대를 갔지만 점점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진학에도 적용되어 강남 8학군이 아니면 일류대를 들어가기가 힘들어진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젠 쌍문동에서, 도봉구에서 서울대를 들어가면 개천에서 용났다는 표현을 써야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새삼 씁쓸하다. 황동혁 감독은 살아남은 자들의 배를 점차 곯게 하면서 분노를 쌓이게 하려는 게임 주최자들의 의도를 그린 것 같기도 한데, 찐 감자와 찐 옥수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각자 자신만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옛 생각을 나게 해주니 한국 관객들에게는 일석이조의 장치라고 하겠다.

드라마는 식사에서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게 되는데, 마지막 남은 세 사람이 대하는 정식 만찬이 그것이다. 세 사람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식사로 풀코스 만찬을 대하게 된다. 매일 입던 츄리닝을 벗고 턱시도 정장 차림으로 착석한 그들 앞에 눈이 둥그래질 만한 메뉴는 이렇다.

셋팅된 테이블에는 방울토마토, 즈키니, 줄기콩으로 만든 따스한 야채, 해산물로는 가리비 구이, 디너롤이 놓여있고 메인 요리에는 뚜껑이 덮여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스테이크는 볼륨감 넘치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다. 미국 원주민의 도끼이름에서 따온 토마호크, 그리고 그 도끼 모양을 했다고 해서 붙인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그 모습에서부터 보는 이를 압도한다. 스테이크는 아무리 고급이라고 해도 칼로 직접 썰어서 먹어야하는 인류의 원시적인 식사방법을 유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그 원시적인 방법은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데 역할을 한다. 한편 사실 정찬을 원래대로 격식을 차리자면 순서대로 한 접시씩 내야 옳겠지만 드라마에서는 한 눈에 보여줘야 하기에 한꺼번에 다 늘어놓은 것이라 이해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고급 와인을 따라준다. 와인병의 어깨가 날씬한 것이 보르도가 아니라 블고뉴 와인이구나 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돌려보면서 고급 와인일 텐데 혹시 ‘로마네 꽁띠’는 아닐까 해서 어두운 장면의 희미한 레이블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그제서야 읽혔다. ‘…CONTI’로 끝나는 레이블이. 솔직히 그 장면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따지고 드는 시청자는 없을 테니 적당한 와인이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 병에 수천 만 원하는 최고가의 와인을 마신다는 설정을 한 걸 보고 <오징어 게임>의 디테일에 감탄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한국의 시청자는 외국의 시청자들이 절대 알 수 없는 한국사람들만의 추억의 음식을 보며 공감하는 보너스를 얻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최후의 만찬에서 와인 레이블도 좀 더 비추고 버터도 챙기고 다른 애피타이저도 신경을 써서 외국의 시청자들의 눈도 더 즐겁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옥의 티도 안 될 만큼 이건 사소한 것이고, 한국문화의 힘이 세계로 무서운 속도와 힘으로 뻗어나가는 걸 확인할 수 있는, 한국사람에게는 특별히 더 즐거운 작품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하신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게 걸맞을 것 같은 요즘이다. 70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 와서 보니 더욱 맞는 말씀이 아닌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 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우리 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