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의 말랑한 철학타임

책임과 권리

내 더위 사가라! 말에 담긴 우정 철학 속 우정 체크법 내 더위 사가라! 말에 담긴 우정 철학 속 우정 체크법

11월 19일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 이다. 2000년에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WWSF(여성 세계정상기금)에서 제정한
전 세계적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조면하고, 아동을 상습적인 학대나 폭행에서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아동 학대는 아동을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은 물론 아동이 속해 있는 학교를 비롯한 기타 모든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아동학대 사건은 2014년 1만 27건에서 2020년 4만 2천여 건으로 약 3배가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레드

옐로우. 왜 자꾸 현관 쪽을 힐끔거려? 모처럼 놀러왔는데 서운하게.

옐로우

쉿. 레드. 잠깐만 조용히 해 봐…. 휴. 다행이다. 오늘은 안 들리네.

레드

대체 뭐가 안 들린다는 거야?

옐로우

그게 말이지. 한 6개월 전 쯤에 옆집이 이사를 왔거든. 한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애가
있더라고. 이사 오고 얼마 안 되어서, 그 집 애가 울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오다 나랑
마주쳤어. 아이 손바닥이 새빨간 매 자국으로 가득하더라고. 아이 엄마인 것 같은 여자가,
집에서 뛰쳐나와서 애를 끌고 들어가더라. 깜짝 놀랐어. 그 뒤로도 종종 애 우는 소리가 집
밖까지 들릴 때가 있어서 신경이 쓰여.

레드

뭐? 그거 아동학대 아니야? 신고해야지!

옐로우

안 그래도 한 번 찾아갔거든. 그랬더니 애가 너무 산만해서 훈육 차원에서 때린 거라고
하더라고. 애가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을 못하면 책임질 거냐고. 막 다다닥 쏘아붙이는데
할 말이 없더라.

레드

왜 할 말이 없어? 애가 울면서 뛰쳐나올 정도로 때리는 게 훈육이라니, 말이 돼?

옐로우

하지만 생판 남인 내가 그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잖아. 아이 부모님이 교육 차원에서
훈육하는 거라는데. 그걸 아동학대라고 하긴 좀 그렇잖아?

레드

옐로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는 말 알아?

옐로우

어디서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책 제목 아니었어? 김혜자 배우님이 쓰신 책.

레드

이건 프란시스코 페레가 한 말이야. 학교를 세운 것 때문에 체포되어서 1909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지.

옐로우

학교를 세웠단 이유로 감옥에 갔다고? 그게 말이 돼?

옐로우

교육계의 혁명가 같은 존재였던 거구나.

레드

맞아. 페레가 특히 강조했던 게 ‘권위에 의한 억압’을 정당화 하면 안 된다는 비권위적 사고야. 가장 대표적인 권위의 행태가 바로 ‘폭력’이야. 페레는 아이들을 향한 폭력은, 어떤 선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나쁜 것이라고 말했어. 폭력은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아서 성장하게 하는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지. 그걸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고 표현한 거야.

옐로우

하긴, 훈육이란 단어는 원래 ‘덕으로 사람을 인도하여 가르치고 기른다.’는 뜻이지. 훈육을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다. 폭력은 덕이 아니잖아.

레드

그래. 교육을 위해서란 말은 더 이상 폭력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돼. 너희 옆집도 말이야. 애가 지나치게 산만하다 싶으면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가족 상담을 받아 볼 수도 있고, 병원에 가서 주의력 결핍 장애(ADHD)를 받는 방법도 있지

옐로우

하지만 폭력은 훈육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말이야. 막상 부모가 훈육을 위해서라고 말하면 함부로 아동 학대를 의심해도 되나, 내가 끼어들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지.

레드

2020년에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말이야. 아동학대 행위자의 82%가 부모라고 해. 학대 발생 장소로는 가정이 80%로 가장 높았어.

옐로우

뭐? 그게 정말이야? 그렇게나 높다고? 그러고 보니 올해 뉴스에서 본 아동학대 사건도 가정에서 일어난 케이스가 많긴 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는데….

레드

어린아이의 경우 학대를 당해도, 부모님과 떨어지는 게 더 큰 두려움이라 바깥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 혹은 비교 대상이 없을 경우 집에서 학대를 경험해도 그게 학대인지 모를 수도 있어. 그뿐만이 아니야. 학대인 걸 알아도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모를 수도 있어. 그래서 가정 내 아동학대는 극단적인 경우까지 간 후에야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거야.

옐로우

그렇구나.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레드

112에 신고를 하거나 혹은 182번으로 전화 문자 상담을 해 보는 것도 방법이야. 보건복지부 상담센터 129에서도 아동학대 상담을 받고 있어. 대한민국은 피해 아동 발견율이 3.68%정도로, 미국이 9%인 것과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낮은 편임을 알 수 있어.

옐로우

그래. 내가 너무 안이하게 여겼던 것 같아. 용기를 내서 전화해 보도록 할게.

레드

페레는 ‘사회와 국가의 책무는 아이들을 가르쳐 키우는 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라고 말했어. 아동 학대 신고는 시민의 책임이자 권리라는 걸 잊지 않기! 이것이 이 말을 실천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어.

2021년 1월, 민법의 ‘자녀 징계권’ 조항이 폐지되었다. 이 조항의 폐지는 사회의 인식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 조항의 폐지가 효과를 거두려면, 보호자를 대상으로 체벌보다 효과적인 양육법을 배울 수 있는 사회적인 지원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2021년 5월에는 아동학대 방지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아동권리 보장원 https://ncrc.or.kr/ncrc/main.do 에서 아동권리와 학대 방지 캠페인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수 있다.
글/ 범유진
2020년 에세이 『뉴욕52번가 하수구의 철학자 라바』 작가
2020년 경기 유망작가 선발
2012년 창비 신인문학상 수상 - 단편 청소년소설 『왕따나무』
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영웅학교를 구하라』, 『먹방왕을 노려라』 作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21-11-15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