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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

라바의 말랑한 철학타임

이상과 현실

내 더위 사가라! 말에 담긴 우정 철학 속 우정 체크법 내 더위 사가라! 말에 담긴 우정 철학 속 우정 체크법

추석은 한국의 2대 명절로 해마다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그만큼 스트레스 요인도 늘어나는 법이다.
2020년에 실시된 추석 스트레스 관련한 설문 조사에서 성인남녀 88.2%가 추석에 관련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잔소리’ 로 21.5%를 차지했다. 구직, 진로, 결혼, 출산에 관련된 잔소리는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동반하고, 이는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잔소리 앞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

옐로우

이제 곧 추석이야. 송편도 먹고, 보름달에 소원도 빌고. 생각만으로 신이 나.

레드

옐로우. 넌 추석이 좋아? 난 친척들 만날 생각만 하면 짜증이 나.

옐로우

왜? 레드 너. 친척이랑 사이 안 좋아?

레드

안 좋은 건 아닌데…. 친척 형들이 다 나보다 좋은 직장에 다니거든. 친척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누가 어떤 회사에 다니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잖아. 그때마다 내가 못나게 느껴져.

옐로우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막 비교하고 그래? 잔소리를 엄청 심하게 한다거나.

레드

잔소리도 잔소리고, 나보다 잘난 사람들 이야기 듣다 보면 내가 쓸모없게 느껴져.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룬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그뿐만이 아냐. 추석 내내 그런 열등감에 시달리다 보면 친척 형들이 미워지기까지 해.

옐로우

아모르 파티!

레드

뭐? 아모르 파티? 트로트 노래 제목 아닌가, 그거?

옐로우

맞지만 아니기도 해. 혹시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레드

음… 잘 몰라. 노래 제목이나 드라마 제목으로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뜻을 생각해 본 적은 없네.

옐로우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라틴어야. 독일의 철학자인 프리드히리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저서 <즐거운 학문 (Die fröhliche Wissenschaft)>에서 사용해서 유명해진 말이지.

레드

니체? ‘신은 죽었다.’고 말한 그 니체 말이야?

옐로우

맞아. 여기서 운명은 좋은 일만이 아니라 나쁜 일, 고통, 실패 등 불합리한 일들 모두를 포함해. 누구든 성공하고 즐거운 삶은 사랑할 수 있잖아. 하지만 괴로운 삶까지는 사랑하기 힘들지. 니체의 ‘운명을 사랑하라’ 는 말은, 삶의 불합리한 점까지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뜻인 거지.

레드

괴로운 삶까지 사랑하라고? 그거 꼭, 운명이니깐 받아들이고 포기해라는 말로 들리는데.

옐로우

아니야. 여기서 사랑하라는 건, 괴로운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체념하라는 게 아니야. 삶이 괴로워도, 그 삶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는 거지.

레드

친척 형들보다 안 좋은 회사를 다녀도, 형들과 나는 동등한 관계라는 거구나. 그건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열등감을 느끼는 나도 사랑하라는 건… 말은 좋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옐로우

니체는 대표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 정신의 세 가지 변화 단계에 대해 이야기 해. 낙타 단계. 사자 단계, 어린아이 단계. 제일 높은 단계가 어린아이 단계지. 어린아이가 놀 때를 생각해 봐. 옆에 비싼 기차 장난감을 가진 아이가 있어도, 그 장난감이 자기 흥미를 못 끌면 신경도 안 쓰잖아. 삽 한 자루만 있어도 모래놀이가 더 즐거우면 그것에 집중하지.

레드

그러니깐…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라… 이거구나. 와, 어렵다.

옐로우

내가 보기엔 레드, 넌 이미 잘 하고 있어. 나만의 기준을 세우려면, 일단 나를 알아야 하잖아.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낀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다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인정했다는 건, 네가 네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지.

레드

열등감을 인지하는 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단 거네. 그러고 보니 나, 작년 추석 때 그런 감정을 느낀 후에 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게 노력해야지 싶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

옐로우

바로 그거지! 이번에는 네가 잘하는 건 뭔지 생각해 보자. 내가 보기엔 레드, 넌 옷을 엄청 잘 입어.

레드

맞아! 친척 형들이 내 패션 센스는 못 따라 오지. 이번 추석에는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즉석 패션쇼를 열어 보자고 제안해 볼까 봐. 신나게 <아모르 파티> 노래를 틀어놓고 말이야.

옐로우

네가 너희 집의 새로운 명절 풍습을 하나 만드는 거지. 잔소리라는 고통 후에 창조! 그 뒤에 기쁨! 그야말로 아모르 파티네!

잔소리. 그 뜻은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거나 필요 이상으로 참견함’ 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동등하게 관계를 맺는다. 타인이 어떠한 위치에 있던지 그 역시 자신만의 운명을 가진 존재임을 인식하고, 예의 있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보다 어려서, 항렬이 낮아서란 이유로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행하는 충고는 충고가 아닌 잔소리임을 인지해야 할 일이다. 즐거운 명절, 행복한 관계는 서로를 향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글/ 범유진
2020년 에세이 『뉴욕52번가 하수구의 철학자 라바』 작가
2020년 경기 유망작가 선발
2012년 창비 신인문학상 수상 - 단편 청소년소설 『왕따나무』
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영웅학교를 구하라』, 『먹방왕을 노려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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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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