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의 말랑한 철학타임

번아웃과 게으름

번아웃과 게으름 번아웃과 게으름

한국의 직장인 85%는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뉴욕의 정신분석가
하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에 의해 처음 명명되었다. 그는 「상담가들의 소진」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들을 치료 상담하는 간호사들의 무기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소진(Burn-out)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번아웃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까?

옐로우

레드. 너 눈 아래 다크써클이 엄청나! 무슨 일 있어?

레드

옐로우. 말도 마. 나 요즘 만성 피로에 두통에, 밤에 잠도 잘 못 자. 회사에서도 계속 존다니깐. 입사한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어찌나 눈치가 보이는지 몰라.

옐로우

레드. 너 이 테스트 한 번 해 보지 그래.

레드

어디 보자. 85점 만점이지? 난 65점 나왔어.

옐로우

맙소사. 레드. 너 번아웃 증후군인 것 같아. 이건 안전관리공단에서 만든 번아웃 테스트야. 65점 이상이 나왔다면, 번아웃 증후군 의심군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권한다고 되어 있어.

레드

번아웃? 들어본 적 있어.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 아냐? 하지만 난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 신입이라고 잡다한 일만 시키는걸.

옐로우

번아웃은 꼭 일이 많아서 걸리는 게 아냐. 세계보건기구는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의를 내렸어. 레드. 한국의 직장인 스트레스 원인 1위가 뭔지 알아?

레드

글쎄. 역시 과도한 업무량 아닐까? 한국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하잖아.

옐로우

땡! 그건 2위야. 1위는 상사, 동료와의 인간관계로 조사되었다고 해.

레드

아, 알 것 같아! 일하다 보면 동료들이 날 어떻게 볼까 하는 게 이외로 엄청 신경 쓰여. 요즘 미라클 모닝이 유행이잖아? 회사 단톡방에 인증샷 올리는 게 유행이라서, 억지로 일찍 일어나고 있어. 회사 사람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

옐로우

공적 자아를 신경 쓰느라 사적 자아를 챙길 수 없게 된 거지. 그게 바로 번아웃의 이유야.

레드

공적 자아가 외출 시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이라면, 사적 자아는 거울에 비친 모습인 거구나.

옐로우

그래. 이 두 자아의 균형이 깨지면서 괴리감이 커지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번아웃이 오는 거지.

레드

알 것 같아. 회사에서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자꾸만 무리하게 되더라고. 어떻게 하면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까?

옐로우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삶의 주인 되기’ 지!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는 특정한 이상이나 공식에 맞추어 사는 것보다, 자신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레드

으음. 삶의 주인이라. 어떤 건지 확 와 닿지 않는걸.

옐로우

한 예로, 크리수나무르티는 「게으름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게으르다고 일컫어지는 행동들이 정말로 게으른 것인가에 대해 묻고 있어. 가만히 앉아 있는 거나, 아침에 늦잠을 자거나, 휴일에 집에만 있으면 그건 게으른 걸까?

옐로우

그야…. 보통 게으르다고 하니깐, 게으른 거 아닐까? 게다가 요즘은 SNS가 워낙 발달했잖아. 다른 사람들의 인증 샷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하는 내가 게으르게 느껴져.

옐로우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게으른 행동일까? 하루 늦잠을 잠으로써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휴일에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린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을 위한 일임을 제대로 인지하고 결정한 결과라면 그건 게으름이 아닌 거지.

레드

생각해보니 그러네. 한마디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지 않고 타인의 정의에 휩쓸리면 안 된다, 이거구나. 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가 않겠어. 일단 어디까지가 내게 필요한 행동이고, 어디부터가 게으른 건지 나 스스로도 잘 알 수가 없는 걸.

옐로우

그래서 크리수나무르티는 명상을 통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해.

레드

명상? 괜찮네! 그럼 일단 명상복부터 사야겠다. 명상하는 방법도 알려줘.

옐로우

잠깐! 크리슈나무르티는 특정한 명상의 형식을 강요하지 않아. 형식을 모방하는 명상은 사람에게 부담을 준다고 말하지. 사적 자아를 돌보기 위한 명상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누군가는 휴일에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이 명상의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는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자고.

레드

정해진 방법이 없다니깐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네. 하지만 이해가 돼.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명상이니깐. 남이 정해준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거지.

옐로우

맞아. 일단 미라클 모닝부터 돌아보는 게 어때? 그걸 진짜 레드, 네가 원해서 하는 건지 말이야. 그럼 그 다크써클이 조금은 사라질 거야.

번아웃 증후군은 육체에도 영향을 미치며, 특히 더위로 불면증이 증가하는 여름에는
치명적인 상태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의학적으로 번아웃은 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를 방어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고갈된 상태이다. 이를 회복하려면 비타민 b가 풍부한 시금치, 파인애플, 케일 등의
섭취를 권장한다.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의 밸런스를 맞추듯, 몸과 마음 돌보기도 밸런스를 맞추어야 함을 잊지 말도록 하자.
글/ 범유진
2020년 에세이 『뉴욕52번가 하수구의 철학자 라바』 작가
2020년 경기 유망작가 선발
2012년 창비 신인문학상 수상 - 단편 청소년소설 『왕따나무』
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영웅학교를 구하라』, 『먹방왕을 노려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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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7-14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