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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

라바의 말랑한 철학타임

“우리는 잔뿌리 가족!” 가족과 나에 대하여

내 더위 사가라! 말에 담긴 우정 철학 속 우정 체크법 내 더위 사가라! 말에 담긴 우정 철학 속 우정 체크법

한 연예인이 정자은행을 통한 시험관 시술로 비혼 출산을 했다.
한편에서는 그를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졌고, 한편에서는 그가 아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출연 반대의 이유는 ‘올바른 가족관’에 반한다는 것이다.
5월은 흔히 ‘가정의 달’로 불린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정상 가족’은 흔들림 없는 가치일까?

레드

옐로우. 왜 이렇게 우울해? 꽃피는 5월이라고!

옐로우

5월이라 우울한 거야. 가정의 달이잖아. 내 곁을 떠난 병아리가 자꾸만 생각나.
잘 지내고 있겠지?

레드

맙소사. 이해가 안 돼. 병아리는 우리랑 종이 틀려. 몸도 우리보다 열 배쯤 크다고.
어떻게 병아리를 네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런 건 정상 가족이 아냐. 가족은
혈연으로 이어져야지!

옐로우

레드. 내가 알을 낳진 않았지만, 난 병아리를 정성으로 돌봤어. 내 가족관은 수목구조가 아냐.
난 리좀(Rhizome)이라고!

레드

수목구조? 아, 나무형태 말이지. 나무의 뿌리처럼 중심이 되는 원형이 있고, 그 원형에서 유전적으로 뻗어 내려가는 거지. 부모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다시 자식을 낳는 식으로 유전적 모방이 이루어져. 그러네. 딱 혈연 중심의 정상가족 구조로군. 리좀은…뭐더라?

옐로우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 알지? 기존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으로 유명하지. 리좀(Rhizome)은 그의 이론이야. ‘리좀’은 잔뿌리를 의미해. 고구마의 뿌리처럼, 어느 것이 중심이라 할 수 없이 사방으로 뻗어나간 뿌리지. 수목구조와 리좀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아.

옐로우

리좀은 정상가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해. 수목구조 안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피라미드적 위계질서를 따라. 평등하지가 않지.

레드

리좀이 뭔진 알겠어. 하지만 위계질서가 강한 게 꼭 나쁜 거야?

옐로우

가정폭력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제일 큰 문제야. 부모가 자살하면서 자녀들의 목숨까지 빼앗는 ‘살해 후 자살’ 있잖아. 이게 수직관계가 불러온 가정폭력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지.

레드

하긴, 예전에는 그걸 ‘동반자살’ 이라고 불렀어. 자녀는 죽기를 선택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옐로우

부모도 사회도,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았으니 그걸 범죄로 인지하지 못했던 거지. ‘리좀’의 개념에선 가족은 모두 수평적 관계이기에, 가정폭력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 이 개념이 사회로 확장되면 더욱 그렇지. 예를 들면 배우자 폭행 말이야. 과거에는 ‘부부싸움은 개도 끼어들지 않는다.’ 며 외부가 개입하지 않으려 했어. 오늘날에는 배우자 폭행도 법적 개입을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일반화 되어가고 있어. 부부가 독립된, 수평적 존재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거지.

레드

옐로우. 듣다 보니깐 꼭 정상가족이 나쁘다는 이야기 같잖아. 가족은 인간의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동체야.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산수단을 통제하지 못하는 노동계급이 등장했고, 전통적인 대가족은 빠르게 해체되었지. 노동계급은 ‘가족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어. 그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었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핵가족 형태가 일반적인 게 된 거고. 산업사회에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한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어.

옐로우

레드. 부모와 자녀가 중심이 되는 가족 형태가 나쁘다는 게 아냐. 그 가족 형태 안에도 리좀의 개념을 도입해서, 서로를 평등하게 대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 하지만 한 가지 형태의 가족을 ‘정상’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다른 형태의 가족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돼 버리잖아. 정상가족의 범주 안에 들지 않는 형태의 출산이 이루어졌을 경우, 제도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너, 2021년, 대한민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이들이 250여 명이나 존재하는 거 알아?

레드

출생신고를 못한다고? 그럼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야?

옐로우

가족관계등록법상 혼외 자녀의 경우, 친모만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법 때문에 실제적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아버지들의 출생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야. 지금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랑이법’의 입법이 추진 중에 있어.

레드

‘결혼하지 않은 남자가 아이를 기르는 가정’의 형태가 사회 통념상 ‘일반적인’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는 거로군. 아버지와 어머니, 부모 중 한 쪽만이 아이를 양육하는 ‘한부모 가구’가 우리나라 일반 가구의 7%를 차지한다던데. 확실히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었네.

옐로우

맞아. 1차 산업혁명이 발생한 게 18세기야. 이젠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달려가고 있어. 그만큼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어. 개인의 삶의 모습도,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지. 들뢰즈는 가족은 사회 체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로 보았어. 가족의 기존 정의를 분석하고 해체하며, 가족의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가족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지. ‘가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사회와 함께 변화해 가는 존재로 본 거야.

레드

하긴. 오늘날 EU국가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43%는 혼외 출산이라는 통계도 있지. 동거 커플에도 법률혼과 유사한 혜택을 주는 입법을 도입한 국가들도 많다고 알고 있어.

옐로우

맞아. 대한민국에도 다양한 가정 형태가 있어. 2004년에 보건복지부는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제정했어. 예전과 다르게 국내 입양 비율이 높아졌고, 공개입양의 비율 역시 꾸준히 증가해, 2015년에는 30%를 넘겼다고 해. 입양 가족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변하고 있는 거야.

레드

예전에 「나의 특별한 형제」라는 영화를 봤어. 형제처럼 의지하던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이 함께 살기 위한 과정을 그린 거였지. 그렇게 혈연이 아닌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형태도 더욱 다양해지겠구나.

옐로우

리좀(Rhizome). 고구마 뿌리처럼 각자 쭉쭉 뻗어나서 나름의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을 거야.

레드

옐로우. 그만 우울해 해. 누가 뭐래도 넌 병아리의 부모야. 정상 가족 아니라고 한 것 취소!

2021년, 여성가족부는 ‘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가족 다양성 증가를 반영해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 공청회에서의 설명이다.
비혼이나 동거가족처럼 결혼제도 밖의 다양한 가족구성원의 권리 역시 보장하고,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모든 가정이 행복한 5월을 맞이하게 될 날을 꿈꾸어 본다.
글/ 범유진
2020년 에세이 『뉴욕52번가 하수구의 철학자 라바』 작가
2020년 경기 유망작가 선발
2012년 창비 신인문학상 수상 - 단편 청소년소설 『왕따나무』
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영웅학교를 구하라』, 『먹방왕을 노려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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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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