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불어넣는 기술자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전설의 마스터들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전설의 마스터들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전설의 마스터들

위스키는 인공적, 화학적 요소가 첨가되지 않은 곡물과 효모, 물이라는
3가지 자연 원료로 만들어진다.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몰트 위스키는 분명 보리가 주원료인데,
위스키에서 과일향이 난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경이로운 일이 아닌가?
이는 원료가 발아되고 분쇄, 당화, 발효, 증류, 숙성, 블렌딩되어 병입되기까지
수많은 요소들과 환경적인 요인, 거기에 시간의 힘이 더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많은 변수들이 있음에도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바로 마스터 블렌더들이 있기 때문이다.

 
  •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영상을 보시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재생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재생이 안 될 경우FAQ > 멀티미디어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전설의 마스터들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전설의 마스터들

인공지능도 따라잡을 수 없는 위스키의 세계

다양한 기술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세기 이전의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위스키 제조 분야다. 위스키의 숙성을 과학의 힘으로 앞당겨 보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맛을 분석하는 증류소가 증가하고 있지만, 향 분석에 관해서는 아직 인간의 코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때문에 훈련을 거듭하여 숙련된 기술과 폭넓은 지식을 가진 마스터 블렌더가 여전히, 그리고 반드시 필요하다.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 예술적 감각과 더불어 창의력과 선견력까지 갖춘 사람,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을 계승하고, 전통을 지켜야 하는 탁월한 자질까지 갖추어야 하는 마스터 블렌더들. 이처럼 까다로운 영역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스터 블렌더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로버트 힉스, 콜린 스콧, 짐 베버리지, 타케츠루 마사타카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전설의 마스터 블렌더, 로버트 힉스와 콜린 스콧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아는 이름, ‘발렌타인 위스키’의 마스터 블렌더 로버트 힉스는 잭 가우디의 뒤를 이어 발렌타인을 이끈 명블렌더로 평가받는다. 스코틀랜드의 다양한 몰트에 정통하고, 4천여 종이 넘는 향을 구분해내기 때문에 ‘The Nose’ 또는 ‘Mr. Nose’라고 불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또, ‘Art of Blending’이라 불릴 정도로 블렌딩 기술이 창조적이고 예술적이었던, 로얄 살루트와 시바스 리갈의 마스터 블렌더, 콜린 스콧. 시바스의 창립자인 시바스 형제는 당시 ‘남는 것을 섞는’ 저급한 방법의 블렌딩에서 탈피해 품질이 좋고 의미까지 있는 향미를 가진 창조적인 블렌딩 위스키를 만들어냄으로써 블렌딩에 예술성을 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스코틀랜드에서 일본까지, 전 세계로 전파된 위스키의 정신

  • 로버트 힉스 출처: 동아닷컴
    로버트 힉스
    출처: 동아닷컴
  • 콜린 스콧 출처: 페르노리카코리아
    콜린 스콧
    출처: 페르노리카코리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카치 위스키, 조니워커의 6대 마스터 블렌더 짐 베버리지(참고로 2위는 발렌타인, 3위는 시바스 리갈). 짐 베버리지는 200년 전통 조니워커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40년에 가까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주류품평회의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블렌더로 통한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일본 위스키 역사의 시작점인 니카 위스키의 창업주 타케츠루 마사타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야마자키, 히비키 등을 만든 산토리 증류소의 초대 증류기사로, 100년 전 증류소 건설 시점부터 줄곧 함께 해왔으며, 스코틀랜드 위스키 정신을 일본의 자연으로 빚어낸 장본인이다. 이처럼 기업이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유권, 이권 등의 변화가 있을지라도 경영자들과는 상관없이 ‘영혼을 관리하는’ 중요한 일을 해내는 마스터 블렌더들이 꼭 있어야 한다.

  • 짐 베버리지 출처: 다아지오코리아
    짐 베버리지
    출처: 다아지오코리아
  • 타케츠루 마사타카

    타케츠루 마사타카

뛰어난 후각과 놀라운 기억력을 갖춘 영혼의 기술자들

나는 그들을 왜 ‘영혼의 기술자들’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마스터 블렌더들을 포함한 기술자들의 삶은 어쩌면 밋밋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필수적이며,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이어진 ‘같은 일의 반복’을 통해서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칫 그들의 존재 가치나 그들이 살아온 경험과 반복의 시간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4명의 마스터 블렌더 중 타케츠루 마사타카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일생이 책으로 남거나 과정의 기록이 드라마틱하게 회자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스키처럼 향이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알코올의 경우,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소비자들의 테이블에 놓여졌을 때의 경험을 동시에 이해해야만 비로소 ‘블렌딩’에 더욱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자연환경과 원재료, 제조 공정, 오크통 등 위스키의 품질을 좌우하는 모든 과정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상의 혼합 결과물을 위해 뛰어난 후각과 더불어 놀라운 기억력까지 갖추고 그 ‘사람’이 말이다.

  • Angel’s Share (천사의 몫)
  •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자연
  • Angel’s Share (천사의 몫)
    Angel’s Share (천사의 몫)
  •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자연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자연

자연과 계절, 시간과 공기, 마스터의 인생을 마시다

‘시간과 계절을 담는다’는 말을 이해하려면 일단 위스키를 한 잔 준비해야 한다. 아니 위스키를 준비해 두고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위스키 한 잔을 마신다는 것은 자연과 계절, 시간과 공기, 그리고 마스터의 인생을 함께 마시는 일이니 말이다. 스코틀랜드의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한 잔의 위스키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위스키가 품고 있는 향과 한 방울 한 방울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과 자연, 즉 계절을 담는다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인생이 담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벨라우어에서 만난 백발의 마스터가 살아온 인생이 위스키 한 잔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스키 원주를 오크통에 담아두면 1년에 5% 정도가 증발한다고 한다. 이것을 ‘Angel’s Share(천사의 몫)’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마스터 블렌더들은 천사가 마시는 것까지도 책임지고 만드는 진정한 영혼의 기술자들인 셈이다.

㈜후지로얄코리아 대표 : 윤선해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 대표
<커피교과서>, <커피집>, <커피과학>, <커피세계사>,
<스페셜티커피 테이스팅>, <향의 과학> 등 번역 다수

  •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21-09-13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