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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불어넣는 기술자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의 세계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의 세계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의 세계

지난 1화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듯이 ‘마스터 블렌더’라는 말은 원래
위스키를 제조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숙련된 위스키 장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스터 블렌더는 증류를 마친 후 오크통에 보관된 원주를 테이스팅하고,
평가하는 것은 물론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듯 위스키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마스터 블렌더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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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의 세계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의 세계

새로운 위스키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사람, 마스터 블렌더

‘위스키의 제왕’이라 불리는 멕캘란의 마스터 블렌더, 존 램지는 “가장 좋은 위스키란 스코틀랜드의 자연이 제대로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보리가 노랗게 익어가던 십여 년 전 여름, 나는 스코틀랜드의 파란 하늘 아래 있었다. 수도 에딘버러를 출발하여 글라스고, 오반, 스카이로 가는 버스와 열차에 몸을 싣고, 지구가 정말 넓고 푸르다는 것을 느끼며 창가에 이마를 맞대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행의 마지막은 스카치위스키의 성지라 불리는 스페이사이드(speyside)의 더프타운(Dufftown)으로 정했다. 이곳에 머무르며 7대 증류소를 견학하고, 블렌더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진정한 코발트블루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 했던 파란 하늘, 의외로 따가운 햇살, 하루에도 몇 차례나 쏟아지는 비, 여름인데도 선선하고 향긋한 바람, 나무와 풀섶의 향기, 강물 흐르는 소리, 양조장 주변의 발효향 등이 다시금 선명하게 살아나는 듯 하다.

새로운 위스키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기 위해 마스터 블렌더는 누구보다 맛과 향을 잘 알아야 함은 물론, 블렌딩을 위해 저장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오크통들의 상태와 차이를 구분해내야 한다. ‘블렌더’라는 표현 때문에 어쩌면 ‘블렌디드 위스키’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싱글 몰트의 개성 있는 향미가 좋아”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 하다. 실망할지 모르지만 ‘싱글 몰트’ 역시 단일 증류소 내의 몰트를 블렌딩하여 만든 것이다. 원주는 오크통별로 완성도가 다르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통의 원주를 블렌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닌, 위스키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블렌딩이라는 작업’과 이를 행하는 사람, 즉 ‘블렌더’에 관해서다.

  • 맥캘란 디스틸러리
    맥캘란 디스틸러리
  • 글랜피딕 디스틸러리
    글랜피딕 디스틸러리

위스키 생산에 최적인 스코틀랜드의 자연환경

위스키를 만든다는 것은 자연을 담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더프타운 주변을 거닐며 온전하게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경도가 높은 스코틀랜드는 일년 내내 기온이 낮고, 대부분이 습지여서 위스키의 원료인 보리 생산 환경으로는 최적이라고 한다. 또, 습지대에는 이탄(또는 피트(peat))이라고 하는 식물성 퇴적층이 있는데, 이것을 몰트를 건조시킬 때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스카치 특유의 피트향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증류소가 강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점은 위스키에 사용하는 물의 중요성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피트가 녹아나는 지역의 강물은 옅은 갈색 빛을 띠고 있지만, 맑고 깨끗해서 물고기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몰팅, 매싱, 발효, 증류, 희석 등 모든 단계에 사용되는 것이니, 물이 곧 위스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연히 강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며,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계절이 가까워오면 물 사용을 자제한다. 더불어 물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에는 위스키를 만들지 않고, 보리를 수확한 후 가을, 겨울을 거치며 증류된 알코올의 모습으로 오크통 속에서 오랜 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사계절의 향을 품은 채, 마스터 블렌더들의 애정과 보호를 받으며 세 차례 이상의 사계절을 보낸 원주들만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 호리구치커피가 제공하는 오리지널 블렌딩 차트
    스카치 위스키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
    (1) 스코틀랜드산 대맥 (2) 스코틀랜드 강물 (3) 팟스틸 증류기 (4) 오크통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는 한 방울이 탄생하기까지

마스터 블렌더는 ‘노우징(nosing)’이라고 하는 평가 및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 노우징이란, 블렌더가 테이스팅을 하지 않고, 코를 통해 오직 향을 통해서만 원주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말하는데, 증류소에 따라서는 매일 수 백 단위의 원주를 노우징하는 경우도 있다. 이 노우징의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속적인 훈련과 반복을 통해서만이 숙련된 마스터 블렌더로 성장할 수 있다.

아벨라우어(Aberlour) 증류소를 견학하러 갔을 때 자신을 ‘베이비’라고 소개하는 백발의 노우저가 안내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현장 스태프들이 휴가를 간 이유로, 작업 현장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신에 자신이 충실한 ‘연기’로 리얼하게 재현하겠다며 유쾌한 설명을 이어갔다. 모든 설명을 기계처럼 외워서 읊는 가이드와는 차원이 다른, 베테랑의 이야기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공정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나는 이제 고작 35년이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함께 견학하던 일행이 진심으로 놀라자 그는 “정말이다. 나의 선배들은 45년, 5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절대로 잊혀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말을 이어서 들려 주었다.

“잔을 들고 있는 사람이 표현하는 맛과 향이 바로 그 위스키의 맛과 향이다.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 백 가지, 천 가지로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콜라 맛이 난다고 하면 곤란하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부디 아벨라우어 병을 보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는 말이었다.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자연이 주는 은혜를 사람이 가진 신념과 경험으로 빚어내는 작품을. 그리고 그 사람들을. 분명 마스터 블렌더는 위스키에 관한 지식과 경험, 기술, 상상력, 창조력 등 빼어난 감각이 요구되는 일이며, 거기에 시간과 계절, 경험 등이 담겨 영혼을 달래주는 한 방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명주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마스터 블렌더들이 존재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 아벨라우어 증류소
    아벨라우어 증류소
  • 아벨라우어 노우징 & 테이스팅
    아벨라우어 노우징 & 테이스팅
㈜후지로얄코리아 대표 : 윤선해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 대표
<커피교과서>, <커피집>, <커피과학>, <커피세계사>,
<스페셜티커피 테이스팅>, <향의 과학> 등 번역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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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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