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 저랬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변덕대마왕이 나의 직장상사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결재를 받으러 갈 때마다 분명히 지시한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다른 말을 하니, 아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대체 왜 그렇게 변덕이 심한 것일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변덕이 심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상사가 변덕이 심하다면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체력이 떨어져서일 가능성이 높다.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정신적인 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만큼의 저하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체력과 정신력은 같은 곳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즉,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적인 에너지도 함께 떨어지므로 결정이 잘 내려지지 않고, 심지어는 최악의 결정이 나오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나 가장 많은 정신력을 소모해야 하는 ‘결정’이라는 행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결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정신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조너선 레바브 교수 연구진은 10개월에 걸쳐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이루어진 가석방 심사결과 1천여 건을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판사들은 죄수 두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가석방을 허용했는데, 이것이 시간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른 아침 심사를 받은 죄수는 가석방 통과율이 65%에 달했지만, 늦은 오후에 심사를 받은 죄수는 10%도 통과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점심식사 전인 오후 12시 30분에 가석방이 통과된 비율은 20%에 그쳤지만, 점심을 먹은 직후에는 60% 이상으로 치솟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판사들의 체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심사를 시작한 오전 9시와 10시 사이, 그리고 점심식사 직후인 오후 1시와 2시 사이에 판사들은 가장 좋은 컨디션과 높은 집중력으로 적극 심사에 임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반면 오후에는 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의지력도 낮아지면서 어려운 판단을 회피하게 되고, 죄수를 그대로 감옥에 두는 안전한 선택을 내린다. 가석방을 허용하는 것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고, 가석방 불가는 기본값 혹은 초기 상태를 유지하고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므로,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이 같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몸의 상태가 인간의 생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이 좋을 때 우리는 가장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사고로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직장상사의 체력이 가장 좋은 타이밍을 노려야 변덕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체력적인 상태부터 파악하는 것이 좋다. 보통은 가장 좋은 컨디션과 집중력을 가진 오전 타이밍이 유리하고, 체력이 떨어지고 배가 고파지는 오후 시간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직장상사가 아닌 나에게도 대입해본다면 어떨까.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자신이 쓴 책 <의지력의 재발견>을 통해 ‘의지력이 가장 높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을 우선으로 처리해야 하고, 의지력의 작동 방식에 맞춰 일과와 인생을 설계하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의지력의 재발견이 가능한 것이다. 체력이 가장 좋은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만 터득한다면 보다 편안한 직장생활이 가능한 것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