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빨간 맛‘.
불닭과 매운 떡볶이를 거쳐 마라탕까지, 그 관심이 매우 뜨겁다.
대한민국의 음식 문화는 고추로 꽃을 피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한 때 고추는 비운의 엑스트라에 불과했다는데 사실일까?
대표적인 향신료, 후추(pepper)와 고추(hot pepper)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데, 대체 무슨 사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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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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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인도가 원산지인 후추가 유럽에 전해지며 후추는 고기의 노린내를 잡아주고 보존을 쉽게 해주는 향신료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독특하고 이국적인 향취로 유럽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후추. 하지만 기온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 재배되던 후추를 유럽까지 들여오려면 막대한 유통비용이 들었고, 여기에 희소성까지 더해지며 그 가격은 점점 치솟았다. 귀족들 사이에서 값 비싼 후추는 마치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후추에 대한 유럽인들의 욕망은 더욱 커져갔다. 이렇게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후추는 육로보다 빠른 바닷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다.
후추로부터 시작된 도전이 바로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으로 이어졌던 콜럼버스의 대항해다.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인도로 떠난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하고, 이를 인도라 주장하며 그곳에서 만난 식물 하나를 후추라 우기며 가져온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대륙은 아메리카였고, 그가 후추라 주장한 식물이 바로 고추였다. 콜럼버스는 정말 후추와 고추를 구별하지 못했던 걸까? 하지만 유럽인들은 고추를 외면했고, 후추의 자리를 대신하지 못한 고추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랬던 고추의 운명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후 유럽의 선박에 실려왔다가 155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고추는 우리나라에 상륙한다. 하지만 이미 다른 향신료가 충분했던 조선 사람들 역시 지독하게 매운 맛을 지닌 고추를 외면하고 만다. 그런데 고추에겐 남다른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어디서든 쉽게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추는 놀라운 적응력으로 금세 세상에 퍼져 나가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18세기 즈음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외면한 고추로 음식문화를 꽃 피우게 된다. 결국 엑스트라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고추! 이는 열대지방에서만 사는 희귀한 후추보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해 고추 스스로 더 넓은 세상에서 쓰임을 인정받은 결과가 아닐까.
식물의 최종 목표는 씨앗을 퍼트려 종자를 키워 나가는 것이지만, 여기에 1960년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연구결과가 있었으니, 바로 식물도 생각을 할 줄 안다는 것이었다. 한 실험에 따르면 식물은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에게 공포를 느끼고 반응하는가 하면, 식물에 적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을 구분해 낼 줄 아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식재료나 관상용으로 식물의 역할을 생각하지만 식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고 생존력도 뛰어난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의 농업을 이끌고 발전을 부추긴 것도 결국은 식물이었다. 지구 밖에서 온 생명체의 눈으로 지구를 관찰해보면 어떨까? 인간은 어쩌면 식물의 생존을 위해 시중을 드는 가엾은 노예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