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름을 알고 있는 라디오 방송 작가는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배순탁 작가.
몇몇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었든 그는
방송 작가 외에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기도 하고
음악 평론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어떤 책이 그를 사로잡았는지,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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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소설이나 영화에 대한 평론을 일부러 찾아 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 평론이 어렵고 딱딱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선입견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배순탁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책 중 첫 번째로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를 골랐다. “서문을 읽자마자 감이 딱 왔어요. ‘내 인생 책이 되겠구나’라는 예상이 그대로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음악에 빗대어 비틀즈의 최고 명반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비유했다.
배순탁 작가는 아주 명쾌하게 설명했다. “아주 단순한 논리입니다. 평론은 부가적으로 나오는, 예술적인 2차 부산물이죠. 그렇다면 제가 음악 평론을 하니 제 평론을 읽고 그 음악이 듣고 싶어져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음악 평론이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는 이 책을 읽고 더 잘 이해하고 싶어 문학 작품들을 구입해 읽었다고 한다. 평론을 읽고 작품이 궁금해질 정도라면 평론집도 재미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또 하나의 장점으로 ‘잘 써진 글’을 얘기한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껴요.” 그리고 이런 절망감이 어떻게든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작가이자 평론가임을 감안하더라도, 글이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고 절대적으로 이해되는 범위 안에서 문장이 구사되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평론집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은 내려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책으로 <휴먼 스테인>을 추천하며, 그는 저자에 대해 ‘압도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라고 했다. 번역된 책은 다 읽었고 심지어 원서로 읽은 책도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그는 스스로 삶을 어떻게 꾸려 왔는지, 혹시 주인공과 같은 짓을 한 적은 없는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제목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잖아요. 우리 모두에게는 얼룩이 묻어 있다는 것이죠.”
책의 내용을 자세히 얘기하면 추리소설에서 범인 애기하는 것 같아 곤란하다는 그가 던지는 짧은 화두에서 어떤 포인트가 그에게 매력으로 다가섰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위선을 비판하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주인공의 몰락 이후 행동을 보며 인간의 본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죠. 사회 계급이라는 측면까지 다양하게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며 그 안에 모순 덩어리를 안고 사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얘기한다, .
자신의 취향에 어긋나는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는 일은 드물다. 그렇다면 그가 추천한 두 권의 책도 그의 취향을 반영할까? “위대한 희극작가들도 있고, 기본적으로 코미디언들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강렬하게 몰락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혹은 무언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 그런 주인공들에게 어쩔 수 없이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라는 그의 말이 어느 정도 대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책을 읽을 때 건질만한 문장이 있으면 표시하지 않고 페이지를 접어둔다고 했다. 나중에 접은 페이지를 다시 보면 어떤 부분에서 어떤 생각 때문에 접었는지 보인다고. 되돌아 본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책도, 우리의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