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검색만 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악 정보를 쉽게 얻지만,
좋아하는 곡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은 때가 있었다.
특히 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음악 해설을 읽어보았을 그 사람, 임진모 음악평론가.
기자 생활을 거쳐 음악평론가, 방송인으로 살아 온 그는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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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이 좋았던 이유를 누군가는 재미있는 스토리 때문에, 다른 누구는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게 되어서 또는 마음에 위안과 안정을 가질 수 있어서 등으로 얘기할 것이다. 포르투갈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은 임진모 평론가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게 아니라 누군가가 시켜서 한 것이다. 나는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우연히 이 책을 읽고,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반성하게 되었죠.”
저자가 틈틈이 기록한 단상을 모은 이 책은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과 감각을 얘기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자서전과 같은 고백록이 임진모 평론가에게 질문과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사람들 마음 깊숙한 저변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무엇인가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삶에 충분히 발을 붙이고 열심히 살죠.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내가 만든게 아닌 다른 것들이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는 ‘진짜 임진모가 무엇인지, 너 자신을 아니?’라는 질문으로 몇 날을 책 속의 문장들을 생각하면서 보냈다고 한다.
“절대 장담하거나 절대 단언하지 않고 융통성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이 책의 언어 속에서 배웠습니다. 다양한 생각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기도 하죠. 많은 분들도 이 책을 보시면 불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불안은 우리 영혼 속에 항상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정반대로 불안이 아니라 안정감이 들어요.” 임진모 평론가는 책은 자신을 반성으로 이끄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 보는 노력을 그는 ‘반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음악과 관련된 책이 빠질 수 없다. 대중음악 평론가로 오랜 시간 활동한 그가 고른 책은 ‘음악’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다루는 <다시 쓰는 음악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으로 음악을 구분하고 취향도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가 바랐던 것은 오래 전부터 인간과 함께 한 음악이 그냥 음악 자체로 조금 더 사람들에게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음악은 음악입니다. 귀가 열려 있는 한 어떤 음악이든 들어오죠. 나하고 안맞는 음악이야, 이런 음악 싫어해…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음악은 들어옵니다. 음악을 어떤 일정한 형식이나 선입관에 가두지 말고 한번 열어 보자는 것이죠.”
임진모 평론가는 이 책이 음악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소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악기는 무엇인가? 화음이란 어떻게 생긴 것일까? 등을 특별한 장치나 문법 법칙 없이 풀어내고 있어요. 어느 전문 분야에 들어가려면 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범주에 딱 막혀버리는데, 친숙한 용어를 쓰면서 일반인들에게 한 번 들어와 보라고 하는 책입니다.” 고전음악, 대중음악, 민속음악, 종교음악을 망라하는 음악 역사책이라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음악평론가의 얘기다.
음악이 좋아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한 그는 음악은 ‘위로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이제 세상은 이성의 시대가 아니라 감성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어요. 그 감정선이 소리선과 만나면서 위로를 얻고 용기를 얻는 것이죠.” 그리고 라디오헤드를 좋아하는 사람도, 헨델을 좋하하는 사람도 ‘도대체 이 음악이 어떻게 흘러온거지?’라는 의문을 한 번쯤 해봤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라디오헤드의 ‘Creep’도, 헨델의 ‘메시아’도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되었을 것이고, 위로가 되는 순간 록인지 고전음악인지는 의미가 없을테니까.
유난히 힘든 시간을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요즘, 각자 어떤 방법으로든 흔들리지 않고 단단함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임진모 평론가는 책을 읽으면 글자들이 머리 속으로 들어가고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귀를 통해 가슴으로 들어간다며, 책으로 머리를 채우고, 음악으로 가슴을 채우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