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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딱 한 번 경험하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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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그게 무엇이 되었든
시작이 존재한다면 끝 역시 존재합니다.
인간도 그 진리를 피해갈 수 없죠.
죽음은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누군가 세상을 떠난 장소를 청소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의 시선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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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모두가 평온한 죽음을 바라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한 현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죽음은 실감나지 않는 막연함이거나 두려움의 대상일겁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런데 어떤 계기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될 때 우리는 얼마나 담담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위한 적절한 시간을 가지면서, 큰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기를 희망합니다. 남은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잘 마무리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희망이 현실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의 손으로 정리되지 않는 죽음은 더 쓸쓸하고 차갑습니다. 당사자도, 축음의 자리를 정리하는 사람도,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삶이 끝난 곳의 흔적
흔적이 얘기하는 삶

고독사, 자살, 범죄 현장 등 일반적이지 않은 죽음이 있었던 장소를 청소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의 삶의 기억을 마주합니다. 청소의 대상은 눈에 보이는 물건이나 현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인지도 모릅니다. 여러 형태의 죽음이 남긴 자리가 품고 있을 누군가의 삶은 함께 해줄 사람이 없었던 죽음의 순간보다 더 힘들지 않았을까요? 말하고 싶었던 것을 말하지 못한 채 마감한 삶이라면 죽음이 남긴 자리가 대신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살아있는 동안 사연을 전할 수 있었다면 그 누군가는 다른 시기에 다른 모습으로 죽음을 맞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살기 위해 죽음을 생각하고
잘 떠나기 위해 삶을 생각한다

미리 준비하기 어려운 것이 죽음입니다. 언제 일어날지 불분명하고 내 문제라는 몰입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시험에 실패하거나 큰 병을 앓은 경험은 우리를 준비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죽음은 학습이 불가능합니다. 살면서 딱 한 번,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경험할 뿐이죠. 다른 사람의 죽음 또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갖게 되는 감정과 사유(思惟)를 자신의 미래에 대입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되묻는 일은 나의 삶을 들여다 보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언젠가 맞닥뜨릴 그 시간까지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음과 마주하는 것이 좋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계기가 됩니다. 역설적으로 잘 살기 위해 죽음을 생각하고, 잘 떠나기 위해 삶을 생각하는 것이죠.

죽음이 있기에, 평온한 죽음을 바라기에 현재의 삶은 더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삶을 책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부탁하건대,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 순간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려야만 내가 계속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배를 타고 있다. 그것만큼은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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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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