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이야기는 피하고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다가
‘밥이 맛있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튀어 나왔다.
군사적 갈등과 소모적 대결을 종식시켜 70년간 낭비되던 남과 북의 역량을 통일된 조국의 발전에 쏟아 부을 수 있고, 넓어진 경제 영토와 늘어난 인구의 스케일 메리트를 극대화하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지는… 열거하자면 끝도 없이 이어질 진지하고 근엄한 생각을 하는 도중에 불쑥 ‘매일 먹고 사는 식생활이 맛있어지고 풍요로워지겠네’라는 생각이 자꾸 사고회로에 끼어들더니 생생한 상상을 키웠다. 아시아, 미주, 유럽을 돌고돌아 오늘은 북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이 칼럼에서 2년전 쯤에 영화 <강철비>를 다루면서 한국 영화계와 관객층의 여유가 느껴진다고 썼던 기억이 난다. 북한에서 내려온 요원은 정우성이 맡았고 그를 상대하는 남쪽 요원은 곽도원이 맡은 걸 놓고 한 얘기였다. 또 한 편의 영화 <공조>에서는 북측 요원을 현빈이, 남측 요원을 유해진이 맡은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북한사람역으로는 아주 잘생긴 미남 배우를 캐스팅하고, 한국사람역으로는 연기파 배우를 캐스팅한 사실이 영화계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이 여러모로 너그러워졌다는 것을 말해주기에 두 편 모두 영화를 보고나서 기분이 좋았다. 오해를 살까 노파심에서 한마디 붙이자면 곽도원이나 유해진이 인물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우성, 현빈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해서 정우성, 현빈은 누가 봐도 조각 같은 미남들이 아닌가. 이런 배우들이 자기 체제에 충실한 북한 남성역을 맡아 열연하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진보했다는 이야기다. 같은 맥락으로 극 중에서 일본 사람은 잔인하고 야비하고 늘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그려졌었는데 이제는 인간적이고 괜찮은 일본사람들도 영화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이슈와는 상관없이 이런 시각을 가지는게 문화적 우위에 서는 것이다.
요즈음 젊은 세대에겐 믿기지 않을 이야기겠지만, 옛날엔 미남 배우에게 북한군인역을 맡긴다면 다 반공법에 저촉되고 국가보안법에 걸리던 세월이 있었다. 북한 괴뢰집단을 찬양 고무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북에 관한 모든 정보가 철저하게 차단된 사회여서 오죽하면 북한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났다고 믿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었을까.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북한군이나 북한사람 역할은 대개가 악역 전문 배우들이 맡았다. 이예춘, 허장강, 독고성 아니면 무명의 조연들이 맡아서 야비하고 잔인한 캐릭터를 연기하였다. 신성일, 신영균, 남궁원, 최무룡 같은 미남들이 북과의 대결에서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는 애국심 넘치는 한국 남성을 맡았다. ‘막걸리 반공법’이라고 해서 시골에서 촌부가 ‘사실은 북한도 잘산다더라’, ‘북한 김일성이 미남이라더라’는 말을 술에 취해 떠들었다는 이유로 감옥살이를 했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다.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다고 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겨울연가> 이래 인기몰이를 하면서 다시 한번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재벌집 딸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바람을 잘못 타서 북한땅에 불시착하게 되었는데, 그녀를 만나 구해준 북한군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국내외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이 운명의 주인공역은 손예진과 현빈이 맡아서 열연을 펼쳤다. 신분을 넘어서서, 운명을 거슬러서, 사랑해선 안될 남녀가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통해 숱하게 반복되어온 줄거리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렇고 한국의 ‘춘향전’이 그렇다. 나는 지체 높은 남자와 미천한 또는 평범한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편의상 ‘신데렐라 이야기’라 부른다. <콩쥐 팥쥐>, <춘향전>, <귀여운 여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 반대를 ‘로마의 휴일 이야기’라고 부르는데 <노팅힐>, <롱샷> 등이 여기에 속하고 <사랑의 불시착>도 분류를 하자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형식을 따른 영화는 그동안 만들어진 작품만 해도 수천 편이 넘을 것인데 아마 인도 발리우드 영화까지 넣어서 세어보면 쉽게 만 편은 넘을 것 같다. 각종 장애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발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잘 만든 드라마다. 그 흔하디 흔하고 숱하게 반복된 소재를 가지고 또 새롭게 이야기를 엮어나가며 해외의 시청자들까지 혹하게 만들었으니, 한국 드라마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하겠다. 한국 드라마가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만 서론이 길어졌는데 오늘의 주제인 북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여 보자.
우선 이 작품은 16부작 미니시리즈여서 두 시간에 끝나는 영화보다는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도 많이 다루고 있다. 무대가 한국과 북한을 넘나들다 보니 북한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나온다. 그네들이 먹고 사는 장면도 당연히 자주 나오는데 우선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탈북자들을 포함하여 여러 소스를 통해 취재와 조사를 열심히 한 흔적이 보여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에 많이 놀랐다. 실제 북한의 생활상보다는 좀 더 미화하여 묘사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분열과 대결의 구도가 아니라 화해와 포용의 자세를 취한 드라마여서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숙했구나 느끼며 좋은 의미에서 놀랐다는 이야기다. 이만큼 호의를 가지고 즐겁게 봤다는 이야기를 전제로 깔아놓았으니 지금부터는 디테일에서 몇가지 지적을 하더라도 비평이나 아쉬움에서 나온게 아니라는 의도가 전달되리라 믿는다.
드라마 초반에 북한에 불시착하여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리정혁(현빈) 중대장의 숙소에서 숨어 지내야 했던 세리가 첫번째로 대하는 북한음식이 온면이다. 리정혁은 정성스럽게 된장과 각종 야채로 국물을 만들고 고명으로 계란 지단을 부쳐 송송 썬 고추와 함께 국수 위에 얹어 낸다. 여기서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게 가정용 국수 뽑는 틀이다. 반죽을 하여 수동압착식으로 가는 면을 뽑아내는 틀에 넣고 면발을 뽑아 익숙한 솜씨로 찬물에 씻어 채반으로 건져낸다. 반죽과 면발이 노란 빛을 띄는데 아마도 옥수수가루로 만든 옥수수 국수를 보여준 것 같다. 북한은 주식이 쌀에서 옥수수로 바뀔 정도로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려 왔는데 옥수수를 이렇게 저렇게 가공해서 먹는 방법은 여기에서 생겨난 것 같다. 사람은 없는 환경 속에서도 늘 지혜를 발휘하여 효용을 높이려고 노력을 하는 법이다. 정성들여 만들어낸 온면 한 그릇에 함께 곁들여 나온 깍두기 한 종지도 눈에 띈다. 무를 더 작게 썰어서 알이 잘고 색깔이 덜 빨간게 요즈음 한국에서 자주 대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나는 업무상 중국 출장이 많은데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기회가 되면 북한 음식점에 가서 랭면을 먹곤 했다. 랭면이라 불리는 북한냉면보다는 북한김치를 먹는게 목적이었다. 고향이 강원도 북쪽이라 어려서 먹던 김장김치의 맛이 남아있는게 좋았다. 북한음식은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간이 싱겁고 덜 자극적이다. 특히 배추김치는 젓갈 등의 양념을 별로 쓰지 않고 국물을 넉넉하게 하여 담근 것이라 시원하고, 잘 발효된 김치 고유의 감칠 맛이 남아있다. 한국 음식은 수십 년 동안 계속 짜고 맵게, 그러니까 맛이 자극적으로 변해왔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외식산업이 성장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식당에서 내는 맛에 길들여진 탓이다. 식당 사업은 세계 공통이어서 어느 나라 식당에서도 그 나라 가정의 음식보다 짜고 달고 기름지게 만들어 낸다. 만들기 수월하면서도 진하고 자극적인 맛으로 손님들을 잡아두기 쉽기 때문이다. 북한은 외식보다는 가정에서의 식사가 식생활의 주를 이루는 문화이기에 한국처럼 자극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둘째는 좁은 한반도에서도 남과 북은 위도에 따라 기후가 다르다. 남쪽은 여름에 온도가 높아서 음식 갈무리를 하려면 염도가 높아야 했고 방부 효과를 내는 고추도 더 많이 사용하여 김치를 담갔다. 이에 비해 북쪽은 염도가 낮아도 보존기간이 길어서 남쪽처럼 양념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여준 옥수수 국수에 곁들여 나온 깍두기는 그 모습만으로도 제작진이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준비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요즈음은 깍두기는 집에서 별로 먹을 기회가 없어서 설렁탕, 곰탕을 전문으로 파는 집에나 가야 먹는다. 석박지라는 이름으로 큼직하게 썰어 새빨갛게 담근 깍두기도 탕과 함께 먹으면 맛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양념에 가려지지 않은 발효가 살아있는 시원하고 은근한 김치와 깍두기는 언제나 그립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여준 옥수수 국수에 곁들여 나온 깍두기는 그 모습만으로도 제작진이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준비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요즈음은 깍두기는 집에서 별로 먹을 기회가 없어서 설렁탕, 곰탕을 전문으로 파는 집에나 가야 먹는다. 석박지라는 이름으로 큼직하게 썰어 새빨갛게 담근 깍두기도 탕과 함께 먹으면 맛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양념에 가려지지 않은 발효가 살아있는 시원하고 은근한 김치와 깍두기는 언제나 그립다.
식사 장면으로 넘어가 보자. 윤세리는 북한으로 불시착한 뒤 쫄쫄 굶어 배가 워낙 고픈데 자기는 하루에 고기를 두 끼는 먹어야 하니 고기를 먹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매일 고기를 두 번씩 먹는 사람이 어딨냐며 ‘후라이 까지 말라’고 대드는 북한병사와의 논쟁은 귀여운 클리셰로 넘어가주자. 리정혁은 잘생긴 인물 덕에 마을 주민들로부터 조공을 받은 돼지고기를 연탄불에 구워준다. 맛있게 구운 돼지고기에 고추, 마늘, 쌈장을 곁들여 윤세리와 중대원 모두가 맛있게 먹는데 한가지 다른 점은 쌈채로 상추나 깻잎이 아니라 배추가 상에 오른게 눈에 띈다. 이 역시 아마도 제작진의 취재를 바탕으로 연출한 장면이거니 짐작해 본다. 이 밖에도 마을 주민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 정성껏 차린 상차림에는 각종 부침개 등이 상 위에 올랐는데 밥은 늘 잡곡밥인게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여기에서 실제 북한음식을 살펴본다. 6년전 금강산에서 있었던 이산가족 상봉 때 북한측에서 마련한 점심 상차림을 바탕으로 이야기 해보자. 내가 간게 아니고 나하고 아주 친한 분이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들어 금강산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내가 음식에 관심이 많은걸 아는 그 분은 친절하게도 행사 때 나온 이런저런 음식사진을 찍어서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나는 북한에 아직 가본 적이 없다. 그동안 몇 번 있을 것도 같았는데 결국엔 기회가 오지 않았다. 금강산도 관광이 시작된 뒤에 천천히 가지 뭐, 단풍이 좋다는데 가을에 날잡아 가지 뭐,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직 못가봤다. 빨리 갈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우선 자리마다 놓여 있었다는 메뉴 사진을 보자. 크림케키, 남새합성, 김치, 색찰떡, 고기합성, 청포종합랭채, 과일마요네즙무침, 잣죽, 소갈비찜, 생선락화생튀기, 버섯고기완자볶음, 볶음밥, 닭고기완자맑은국, 꼼보트, 차 순으로 적혀있다. 폰트가 눈에 익다. 뉴스등을 통해서 나오는 북한 관련 영상에서 많이 보아온 글씨체다. 중국 동베이 지방 우리 동포가 모여 사는 곳이면 간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폰트다. 붓글체라고 한다.
메뉴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자면 맨 위에 크림케키가 올라온 게 흥미롭다. 한번에 다 상 위에 올려놓는 상차림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식이라면 디저트로 메뉴의 맨 마지막에 차나 커피와 함께 써넣는게 상식일텐데 북한은 달랐다. 설탕과 크림이 들어간 부드럽고 달콤한 음식이 귀해서 배부르기 전에 맛보라는 배려일까 상상해 보았다.
다음은 남새합성, 고기합성이라는 말이 귀에 설다. 남새는 채소를 말하는 것이고, 합성은 우리말로 모듬을 일컫는다. 이 글을 쓰느라고 사전을 찾아봤더니 우리말 모듬도 원래는 모둠이 맞는 말인데 일상으로 쓰다보니 모듬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모듬전, 이런 식으로 모듬이란 단어를 음식에 쓴게 언제부터인가 궁금해서 옛신문을 검색해보니 1974년에 처음 나오고 그 뒤 80년대 후반까지 드문드문 보이다가 90년대 들어 자주 보인다는 걸 알았다. 한국이 외래어를 많이 쓰고 북한이 고유어를 많이 쓴다는 인상이 있는데, 우리는 모듬이라는 우리의 고유어를 쓰고 북에서는 합성이라는 한자어를 쓴게 흥미롭다. 이게 영어로는 assorted로 쓰는 메뉴일텐데 사진을 얼핏보니 위의 고기합성은 영어로 Assorted cold cuts, 불어로는 Assortiment de viandes froides쯤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모듬은 일어로는 주로 모리아와세(盛り合わせ 또는 盛合せ)라고 하고, 중국어로는 핀판이라고 부른다. 합성은 한참 찾아보다 발견하였다. 일본말에 모리아와세(盛合せ)를 뒤집은 아와세모리(合せ盛り)라는 말도 있다. 비슷한 뜻이다. 이 말의 한자어를 읽으면 '합성'이 된다. 문화라는게 이렇게 모르는 사이에 여러 곳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인데, 짐작컨대 북한에는 일본에서 들어간 말로 조총련계 재일동포를 통해서 들어간 경우인 것 같다. 언젠가 TV에서 북한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북한에서 아이스케이크을 ‘에스키모’라고 부르는 장면을 보았다. 에스키모는 일본 모리나가 제과에서 만드는 빙과류 중 하나의 제품 이름이다. 일본에서 제품과 함께 고유명사가 들어가 보통명사가 된 경우이다.
다음에 재미있는게 과일마요네즙무침이다. 마요네즈를 마요네즙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아닌게 아니라 마요네즈도 즙(汁)은 즙이다. 우리가 마요네즈 이상으로 즐겨먹는 케첩이라는 단어의 어원도 설이 분분한데, 가장 신빙성이 있는게 가즙(茄汁) 또는 규즙이라는 단어의 중국방언 발음 '게-짭'이 말레이어를 거쳐 ket-chup이 되었다는 이론이다. 북한에서 케첩을 뭐라 부르는지 궁금하다. '케즙'이라 부르면 일관성에서 완성되는 셈인데 하고 장난기 어린 상상도 해보았는데 막상 아직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메뉴에 '꼼보트'가 보인다. 영어에도 compote라고 있어서 과일을 달게 절여 만들어낸 디저트 음료인데, 러시아에서 많이 마시는 음료다. 나도 러시아를 갈 때마다 크랜베리를 얼려두었다 만든 깜포트를 마시곤 했다. 이번에 찾아보니 나라마다 모양과 레시피가 좀 다른 것 같다. 아무튼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음료가 상에 올랐다. 우리가 꼼보트라는 단어 하나만 접해도 뭐지? 싶은데, 북한사람이 남한에 와서 메뉴를 보면 참 놀라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길에 널린 흔한 피자집에 가도 모짜렐라, 크러스트, 마르게리타, 샐러미, 슈림프, 앤쵸비 등 더이상 달라지지 않게 빨리 교류가 활성화 되어야 할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대로 설명을 하자면 마요네즈로 버무린 과일샐러드가 있고 양파, 상추, 풋고추, 토마토 등 생야채도 보이고 이와 함께 먹을 쌈장이 보인다. 그 옆에는 깍두기가 있다. 별다른 설명이 없으면 그냥 누구네 돌잔치 음식이라 해도 무방할 한국식 상차림 같다. 이게 사실은 꽤 잘 차린거라고 생각한다. 만나는 분들은 다 고령자 중심의 가족 구성이다. 나이드신 어른들께서 늘 집에서 잡숫던 음식에서 크게 벗어나면 소화에도 안좋고 할테니 한식 위주의 메뉴가 좋을 것이다. 더구나 서로 긴장하다가 나중에 감정이 복받쳐 울고 그런 걸 감안하면 위장에 부담이 안가는 음식이 옳다고 본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생선락화생튀기다. 고기는 숭어였던 것 같다고 들었다. Catch of the day 라서 그냥 생선이라 그랬나 혼자 농담하고 혼자 웃었는데 여기서 짚고 싶은 건 튀기라는 단어다. 우리는 튀김이라 하는데 북에서는 튀기라고 한다. 이 단어는 진작에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에 가서 여러번 보았기에 새롭지는 않았는데 역시 튀김에 비해서는 귀에 익지가 않다. 사진으로 소개하진 않았지만 잣죽에 소갈비찜, 고기버섯요리가 있고 나중에 식사로 볶음밥과 국이 따라나오니 꽤 양이 많은 점심이었을 것 같다. 끝으로 술이다. 과거에 남북정상회담 이런거 있을 때 ‘북에 간 우리 대표단과 북측이 들쭉술로 건배했다…’ 뭐 이런 기사를 보고 들쭉이 뭔가 궁금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블루베리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블루베리와 들쭉은 계문강목과속종에서 속까지는 같고 종에서 갈라진, 뭐 사촌지간쯤 되는 열매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북한의 연회에서 보이는 식문화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가정에서 먹는 일상의 식생활은 한국에 비해 변화가 적었을테니 옛날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 제한된 여건에서 유쾌함과 따스함을 잃지 않고 북한을 그려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만든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주익
영화제작자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영화 <워리어스 웨이>, <만추>, <묵공> 을 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음식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음식 전문 서적 수천 권을 보유중이다. 음식 관련 영화와 TV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