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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삿포로는 어디입니까?

당신의 삿포로는 어디입니까? 당신의 삿포로는 어디입니까?

예약된 교통편도, 숙소도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아무도 모를 곳에 내리거나
내일 있을 일은 생각하지 않고 뭐든 마음대로 하거나…

어쩌면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을
미리 배울 수 있게 해 주는 예행연습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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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삿포로에 갈까요.
    멍을 덮으러, 열을 덮으러 삿포로에 가서 쏟아지는 눈발을 보며 술을 마실까요.
    술을 마시러 갈 땐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거예요.
    전나무에서 떨어지는 눈폭탄도 맞으면서요.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 조금만 가다가 조금만 환해지는 거예요.
    하루에 일 미터씩 눈이 내리고 천 일 동안 천 미터의 눈이 쌓여도
    우리는 가만히 부둥켜안고 있을까요.

    미끄러지는 거예요.
    눈이 내리는 날에만 바깥으로 나가요.
    하고 싶은 것들을 묶어두면 안 되겠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절망한 것을 사과할 일도 없으며,
    세상 모두가 흰색이니 의심도 서로 없겠죠.
    우리가 선명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 모호해지기 위해서라도 삿포로는 딱이네요.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여행
그리고 기억

어딘가를 여행한 후 가장 또렷하게 남는 기억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유명한 랜드마크를, 또 다른 사람은 음식이 좋았던 맛집을 기억하겠지요. 길을 잃어 우연히 접어든 골목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같은 곳을 함께 갔어도 각자 다른 기억을 담고 돌아옵니다. 여행은 여행 기간 동안 보고 먹고 즐기는 경험 그 이상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여행
그리고 사람

여행을 하는 나 자신도 사람이고, 여행 중 지나는 그곳에도 사람은 살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사람을 만납니다. 떠나기 전 일상에서 항상 만나는 사람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을 만납니다. 내 일상의 공간과는 다른 공간에서 일상을 살고 있는 누군가를 봅니다. 그들을 통해 나를 보는 경험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나와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 나와 나 스스로와의 교감까지를 포함한 경험으로 기억되는 것이겠지요.

여행
그리고 당신의 삿포로

목차도 없고 페이지도 없는 책에서 작가는 길 위에서 쓰고 사진 찍은 사람, 인연들을 풀어냅니다. 그 얘기들 속에서 작가가 여행지에 묻어둔 감정을 읽습니다.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모두 나름대로 감정을 묻어둔 어디가가 있을겁니다. 어쩌면 그 곳은 여행하지 않았던 곳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두고 온 곳이건 마음이 향하는 곳이건, 마음이 향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좋을테니까요.

당신이 감정을 품은 곳은 여기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요?
당신의 삿포로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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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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