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스포츠용품 제조사 나이키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브레이킹 투(Breaking 2). 목표는 2017년까지 마라톤 풀 코스 42.195km를 2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이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나이키의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 세계적인 장거리 육상 선수를 선발하여 달리기에 최적인 장소와 시기를 정해 트랙을 달리게 한다. - 선수 앞에는 6명의 페이스 메이커가 함께 달리면서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다. - 선수에게 과학적인 훈련방법과 최신 운동용품, 그리고 최적의 식단과 보조식품을 제공한다.
2017년 5월 6일 이른 아침, 세기의 프로젝트 ‘브레이킹 투’가 이탈리아의 한 자동차 경주장에서 진행됐다. 과연 이들은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는 2시간의 벽을 넘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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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달릴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를 발견한 사람은 스웨덴의 화학자 옌스 야코브 베르셀리우스. 1807년, 그는 상한 우유에서 나오는 젖산이라는 물질이 피로한 근육에서도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젖산이 피로의 원인 혹은 결과라면, 이 젖산을 통제하면서 지구력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대답을 얻기까지는 무려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1907년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프레더릭 홉킨스와 월터 플레처가 피로한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면 젖산 농도가 감소하고, 산소를 제거하면 젖산 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로써 인간의 오래달리기의 비밀은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과학자팀 녹스는 마라톤 선수들이 90km를 달린 후에도 도착점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속도를 올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긴 시간을 달리는 동안 뇌가 근육의 움직임을 통제하다가, 목표에 가까워지면 무의식중에 저장해 둔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뇌가 근육을 통제하고 있는 운동을 통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2009년 운동심리학자 새뮤얼 마코라의 실험은 인간의 마음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시켜 주었다. 럭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클 실험이었다.
“10분 동안 평균 242W(와트) 전력을 생산할 만큼 페달을 밟아주세요.”
다시 브레이킹 투 프로젝트가 진행된 2017년 5월로 돌아가보자. 시작은 순조로웠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3명의 선수 중 한 명인 엘레우드 킵초게는 30km를 1시간 25분 20초를 돌파하며, 2시간의 벽을 깰 수 있는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35km를 넘어가면서 조금씩 뒤처졌고, 피니시 라인에 도착했을 때 그의 기록은 2시간 0분 25초. 2시간의 벽을 불과 25초 앞에 두고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말았다. 브레이킹 투는 마라톤 대회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기록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킵초게에게 이 경험은 실패로 남지 않았다.
2018년 9월 16일,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한 킵초게는 기존 기록을 1분 18초나 단축하며 2시간 1분 39초라는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다. 신기록 달성을 위한 특별한 트랙도 바람을 막아주는 페이스 메이커도 없이 엄청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참고도서]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 다산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