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영국 언어학회는 옥스퍼드대학에 거대한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그것은 지금껏 출간된 그 어떤 영어 사전보다 방대하고 수준 높은 영어 사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옥스퍼드대학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자료 수집에 착수하지만 22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고, 49년 동안 무려 천오백여 명의 학자가 동원된 끝에 드디어 1928년, 총 열두 권 분량의 책에 사십만 개가 넘는 단어가 실린 초판을 완성했다.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만큼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 사전으로 인정받았고, 2000년부터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해 3개월마다 새로운 어휘를 등재하고 이를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등재된 신조어들은 해당 시기의 이슈나 트렌드를 반영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세간의 이목을 끈다. 특히 2015년 옥스퍼드의 온라인 영어 사전에 등재된 신조어에는 배가 고파 화난다는 뜻의 ‘행그리(hangry)’, 바지 호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잘못 눌러져 전화가 걸리는 ‘포켓 다이얼(Pocket dial)’, 영국의 유로존 이탈을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등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옥스퍼드 공식 블로그에서 실시한 신조어 선호도 조사에는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2위로 올랐다. 바로, 18%를 차지한 '브레인 파트(Brain fart)’다. ‘브레인(Brain)’은 ‘뇌’를 뜻하고, ‘파트(fart)’란 ‘큰 소리를 내며 뀌는 방귀’를 의미한다. 직역하자면 ‘브레인 파트’는 ‘뇌 방귀’란 뜻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록될 정도로 영어권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단어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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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방귀란 음식물과 함께 입을 통해 들어간 공기가 장 속 내용물의 발효에 의해 생겨난 가스와 혼합되어 항문으로 배출된 가스체를 말한다. 즉, 몸속의 불필요한 가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자연스런 생리현상이다. 그렇다면 ‘뇌 방귀’란 우리 뇌 속에 있는 불필요한 가스를 말하는 걸까.
종종 이런 화면을 볼 수 있다. TV 프로그램에서 대담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당황해 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말하고 싶은 내용은 있지만 그것에 해당하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아이 해드 어 브레인 파트(I had a brain fart)!”
브레인 파트 현상 중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심리학자들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다. 1890년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처음으로 이 현상을 다루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그 단어의 망령 같은 게 나타나 우리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잡힐 듯 가까워졌다는 느낌으로 우리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어놓고서는 결국 우리가 그 단어를 모르는 채로 가라앉게끔 내버려 둡니다.”
이후 1966년 하버드대학교의 로저 브라운(Roger Brown)과 데이비드 맥닐(David McNeill)은 말이 나올 듯 말 듯 혀끝에서 맴도는 이 현상을 “설단 현상(tip of the tongue)"으로 명명하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참고도서]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 피터 홀린스, 명진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