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인문학Q

디지털 과잉 시대, 디지털 다이어트는 어떻게 할까?

궁금한 인문학 Q : 디지털 과잉 시대, 디지털 다이어트는 어떻게 할까? 궁금한 인문학 Q : 디지털 과잉 시대, 디지털 다이어트는 어떻게 할까?

2013년 2월, 구글의 G메일 팀에서 근무하던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슬라이드 144장으로 구성된 선언문을 만들어 가까운 동료들과 공유했다. 문서의 제목은 ‘주의 분산 최소화 및 사용자 주의 존중을 위한 요청’이었다.
“스마트폰은 일종의 슬롯머신입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은 슬롯머신을 돌려 뭐가 나올지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이 우리가 최대한 자주, 그리고 오래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인류가 이에 매몰되어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엄청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서는 곧 수천 명의 구글 직원에게 전파되며 내외부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구글의 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결국 해리스는 2015년 구글을 떠나 타임 웰 스펜트(Time Well Spent)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컴퓨터공학자인 해리스는 왜 스마트폰을 ‘주머니 속의 슬롯머신’이라 말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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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행동 중독을 초래한 스마트폰의 신기술

궁금한 인문학 Q : 디지털 과잉 시대, 디지털 다이어트는 어떻게 할까?-1

2013년, 사회심리학자 애덤 알터(Adam Alter)는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2048 >이라는 게임을 시작했는데, 이 게임은 짝수의 같은 숫자를 합해 더 큰 숫자를 만들어내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6시간 후, LA 공항에 도착한 알터는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내내 이 게임만 했던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중독에 가깝다고 생각한 그는 그 원인을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관련 문헌을 연구하고,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결과 그는 두 가지 사실을 파악했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SNS나 게임 같은 신기술들은 행동 중독을 초래한다는 것,

두 번째는 이러한 중독적 속성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SNS에는 ‘간헐적 정적 강화’와 '사회적 인정 욕구'라는 두 가지 힘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간헐적 정적 강화와 사회적 인정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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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헐적 정적 강화는 다음 실험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71년, 심리학자 마이클 자일러(Michael Zeiler)는 비둘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비둘기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먹이를 주었는데, 이를 깨달은 비둘기는 열심히 버튼을 눌러댔다. 하지만 곧 배가 부르자 버튼 누르는 것을 멈췄다. 다음 실험에서는 방식을 바꿔 비둘기가 버튼을 누르면 어떨 때는 먹이를 주고, 어떨 때는 주지 않았다. 그러자 비둘기는 배고픔과 상관없이 버튼 누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 실험은 특정행동에 대한 보상이 간헐적으로 주어질 때, 더 쉽게 중독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 주어질 경우, 욕망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역시 더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런 원리는 페이스북이 2009년에 ‘좋아요’ 아이콘을 도입한 이후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 설계에 적용되어, 버튼을 누르는 이용자들에게 간헐적으로 보상을 주었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 우리는 일종의 ‘도박’을 하게 된다. 사진이라는 판돈을 투입하고, ‘하트’라는 보상을 받게 되면 돈을 딴 것처럼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마치 돈을 잃은 것처럼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뒤에 계속 그 반응을 확인하고 신경 쓰게 된다.
간헐적 정적 강화 다음으로 행동 중독을 초래하는 두 번째 힘은 ‘사회적 인정 욕구’다. 사회적 인정 욕구는 인류 문명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구석기 시대에는 부족에서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관리하는 것이 생존하는 데 중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이 욕구를 21세기의 신기술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미국의 십대들에게 인기 있는 스냅챗의 ‘스트릭스(Streaks)’라는 기능이 있다. 친구와 사진을 주고 받으면 불꽃 모양의 이모티콘이 이름 옆에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스트릭스다. 매일 사진을 주고 받으며 스트릭스를 이어가게 되면, 서로의 관계가 탄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상대방에게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스트릭스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의미 없는 사진이라도 보내야 한다.

이렇게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파고드는 신기술로 인해, 우리는 슬롯머신에 끊임없이 코인을 넣는 도박꾼처럼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중독에 벗어나기 위한 디지털 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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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Cal Newport)는 그 해결방안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제안한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란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는,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을 기꺼이 제거하는 것이다.
뉴포트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디지털 정돈 과정을 제안한다.

첫 번째 단계는 기술 활용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술과 부차적인 기술을 구분해야 한다. 해당 행위를 중지했을 때 직업적, 개인적 삶에 해가 되거나 지장이 있으면 필수적 기술, 그렇지 않으면 부차적 기술로 본다.

두 번째 단계는 30일 동안 정돈 기간을 갖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앞 단계에서 부차적인 기술로 분류된 행동을 중단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여가 시간을 보낼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마지막 단계는 기술 재도입이다. 첫 단계에서 부차적인 기술로 분류된 것들을 자신의 생활에 재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차적인 기술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한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도움을 주는가’ 그리고 '이 부차적 기술이 다른 부차적 기술 중 최선인가'이다. 예를 들어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중요한 가치이고, 이를 위한 최선의 기술이 페이스북이라면 이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해도 또다시 행동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을 언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운영 방식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즉, 페이스북을 다시 사용한다고 해도 ‘스마트폰에는 어플을 설치하지 않는다’, ‘매주 토요일에 컴퓨터로 가족과 친구의 근황을 확인한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 친구로 설정한다’ 등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지킨다면 행동 중독에 이르지 않고 적절하게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기기는 이미 현대인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 그 유용성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스마트 기기에 중독돼 버리면서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건강하고 스마트한 삶을 원한다면, 디지털 다이어트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 디지털 미니멀리즘 실천 전략 >

1. 혼자만의 시간을 사수하라!
- 정기적으로 휴대전화를 멀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 꾸준히 산책하는 습관을 가진다.
-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생각을 정리한다.

2. ‘좋아요’를 누르지 마라!
- SNS에 ‘좋아요’나 댓글을 작성하지 말고 침묵을 지킨다.
- 시간을 정해 문자메시지를 한꺼번에 확인한다.
- 전화하거나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3. 여가의 질을 높여라!
- 매주 뭔가를 고치거나 만든다.
- 웹서핑, SNS 등을 위한 시간을 미리 정한다.
- 사람들과 교류하는 모임에 참여한다.

4. 주의를 빼앗기지 마라!
- SNS는 PC로만 사용한다.
- 휴대전화나 노트북 사용 시 한 번에 한 가지 용도로만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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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디지털 미니멀리즘>, 칼 뉴포트,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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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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