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노인들만 있을까? 요즘 시장은 각기 다른 특색으로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시장에 가는 것이 일종의 문화가 된 요즘. '먹방' 외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전통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궁금하다. 그들은 왜 화려한 쇼핑거리와 백화점이 아닌 허름한 시장을 찾는 것일까?
통인시장의 명물, 엽전 도시락과 기름 떡볶이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통인시장은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에 자리 잡고 있다. 구불구불 복잡한 골목에 위치한 통인시장에 젊은이들이 왜 모여들까?
통인시장은 일제 강점기인 1941년 효자동 인근의 일본인들을 위하여 조성된 공설시장을 모태로 한다. 6.25 전쟁 이후 이 서촌 지역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옛 공설시장 주변으로 노점이 들어서며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2005년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시장으로 등록된 뒤 현대화 시설을 갖추었고, 2010년에는 서울시와 종로구가 주관하는 ‘서울형 문화시장’으로 선정됐다. 2012년부터 새롭게 운영하는 도시락 카페는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통인시장의 명물로 불리는 이 엽전 도시락은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재미난 체험 거리이다. 5,000원이면 엽전 10개와 맞바꿀 수 있는데, 이 엽전을 내고 시장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먹는 것이 통인시장만의 방식. 엽전으로 구입한 각종 전, 떡갈비, 떡볶이, 밑반찬 등은 고객센터 2층과 입구 쪽 지하 1층에 위치한 도시락 카페에서 먹을 수 있다.
통인시장에는 원조라 불리는 기름 떡볶이집 두 곳이 있다. 195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는 원조 할머니 떡볶이와 충주 과수원에서 직접 고춧가루를 가져와 사용한다는 효자동 옛날 떡볶이 가게. 자부심으로 맛을 낸다는 두 가게 주인은 큰 철판 위에 기름을 두르고 고춧가루에 무친 떡을 누르듯이 볶아 내준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한다면 간장 떡볶이를 함께 주문해보자. “두 개를 한입에, 다섯 번 오면 고추장 떡볶이만 먹을 것이다.”라는 주인장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기름 떡볶이 외에도 시장에는 김밥, 닭꼬치, 핫도그를 비롯해 여러 반찬가게가 있다. 맛있는 냄새에 절로 발걸음이 멈추어진다. 시장은 도시락 카페가 운영되는 점심시간에 가장 활발한 모습이다. 오후 4~5시만 되면 하나둘 문을 닫기에 발걸음을 서둘러 인심 넘치는 시장표 주전부리들을 만나보자.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에 선정되어 시작된 청년몰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레트로 감성을 지닌 청년들은 기존의 새마을 시장이었던 남부시장 2층을 ‘레알뉴타운’이라는 합성어로 새롭게 꾸몄다. 첫해에 상점 12개가 문을 열었고, 지금은 각종 공방과 소품점, 책방 등 32개 가게가 영업 중이다. 이들의 모토는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이다.
친구에게 무슨 선물을 사줄지 고민된다면 이곳 청년몰로 향하자. 화려한 입구를 지나 2층에 들어서면 청년 주인장들이 직접 만든 쥬얼리와 양초, 다양한 핸드메이드 엽서가 눈에 들어온다. 더 둘러보면 소규모의 독립서점과 여러 디저트 가게가 나온다. 취향에 맞는 가게에 들어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해보자.
청년몰 구석구석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 ‘우물쭈물하다간 품절이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일어나!’와 같이 이 시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문장들을 시장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없는 게 없는 도떼기시장
국제시장은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남긴 물건과 해외동포들이 가져온 물건들을 거래하기 시작하며 조성되었다. 처음엔 도떼기시장, 1948년엔 건물을 세우며 자유시장, 1950년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까지 취급하며 국제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1990년까지 국제시장은 5차례의 크고 작은 화재를 겪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되려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롭게 거듭났다. 현재는 여러 골목과 더불어 6공구라는 큰 규모의 시장이 되었다.
구제골목이 형성된 데에는 부산의 지리적 특징이 크게 한몫하는데, 바로 외국문화를 받아들이는 항구도시이기 때문이다. 1990년 후반 하나둘 생긴 점포는 오늘날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을 이루게 되었다. 이 구제골목에서는 큰 옷 또는 작은 옷 전문이라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유행이라는 레트로 감성에 어울리는 멋진 빈티지 패션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젊은이들에게 패션 보물창고로 불린다.
빈티지 매니아들의 천국, 광장시장 수입 구제상가
부산에 국제 시장이 있다면 서울에는 광장시장이 있다. 이곳 2층에 위치한 수입구제상가는 빈티지 매니아들에게 아주 오래 전부터 유명했던 쇼핑의 메카다. 최근 각종 방송에 노출되며 대중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2층은 대부분 젊은 상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최신 감각으로 셀렉한 유행하는 과거의 아이템들 혹은 명품 브랜드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3층에선 오래된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 수십 년간 구제 의류를 수입해온 이들의 감각으로 골라낸 제품들은 유행은 타지 않으면서 세월의 흔적을 멋스럽게 소화하며 입을 수 있어 좋다.
대부분 일본, 미국에서 수입되어 유통된 옷들은 아주 오래된 명품 빈티지부터 한정판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잘 유지된 브랜드 옷들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이 빈티지 매니아들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다. 옷뿐만 아니라 가방, 신발 등 구제 물건들이 다양하다. 이곳에서 상인들과 직접 흥정을 해보자. 주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타일 추천해드려요.”를 외친다. 가게들을 탐색하며 잠자던 나의 개성을 살려줄 옷을 골라보자.
규모가 매우 큰 광장시장 수입상가에서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광장시장 서문으로 들어와 계단을 오르면 2층에 상가가 위치한다. 만남의 광장 근처에 군데군데 붙어있는 팻말을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광장시장은 1905년 광장주식회사의 설립과 함께 시장의 허가를 받은 오랜 전통의 시장이다. 6.25 전쟁 당시 시장 일부가 파괴되었다가 피난민들이 생필품과 군수품을 거래하기 위해 모여들며 다시 활성화되었다. 광장시장은 한국 수입구제 시장의 시초가 되었고, 1983년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난 뒤부터 동대문과 함께 쇼핑의 양대 산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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